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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18년 장애인이 되다, 유럽 여행

[암삶 79] 콩팥 하나 잃고, 폐 한 조각 잃고, 뼈 한 토막 잃은 4기 암 환자를 대하는 못 된 방식(2018)

by 힐링미소 웃자 2021.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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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있을 나의 젊은 시절, 내게 찾아왔었던 그분... 이토록 무더운 8월의 어느 날, 난 축농증이 심해져 수술을 해야 할 정도에 이르렀다. 그 누님! 같은 병원에서 같이 수술했고, 같은 병동에서 같이 고락을 같이 했었던... 대략 4년? 대략 5년? 대략 6년?... 그렇게 연상이셨던... 그분 왜 생각났을까? 정형외과에 갔었던 그날, 왜, 하필.... 왜 그 누님이 생각났었을까?

누님, 아침부터 이토록 푹푹 찌니 여름인가 하지요. 이렇게 확실히 더워놔야 추운 날들이 오면 여름이 ‘그리운 그 무엇’이 되겠지요?

어제는 병원에 갔습니다. 정형 쪽 선생님이,
“ 뼈(골) 스캔에서 목뼈 2 개에 암이 전이가 된 게 아닐까 할 정도로 특이한 영상이 나왔으니 좀 자세히 들여다보는 게 좋겠네요.”
하시며, 자발적으로 협진 의뢰를 하셨지요. 그 선생님의 관심과 걱정에 감사드리며 2주를 기다려 진료를 본 것입니다.

역시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의 집합이구나! 했습니다. 물론 그중엔 저도 포함해서요.


“왜 왔어요?”
“뼈 스캔에 보이는 목뼈 2개가….”
“괜찮은데!”
그 선생님은 사진을 흘낏 보더니 그렇게 말하더군요.
“그래요?”
“예. 누가 이상한데요?”
“그 교수님이….”
“아! 그….”
“예.”
그 선생님은 천장 한 번, 바닥 한 번, 내 머리 한 번…….
그런 식으로 눈길을 주시며, 이마에 생긴 빨간 원을 오른손 둘째, 셋째 손가락으로 문대며, 무슨 두드러기 같은 것들을, 말했습니다.

“뭘 모르는 사람들이!”
“예??”
“여기 봐요. 판독지에 이상 없다고 쓰여 있네요.”
“예?”

사실 암으로 진단 이후 모든 판독지와 영상 자료를 발급받았습니다. 읽고 또 읽고 보고 또 보고 그러면서요. 그러니 제가 지난번 검사 결과에 대한 판독을 모를 리 없지요. 제가 판독지 내용을 해석해달라고 그 선생님한테 진찰받으러 간 게 아니었거든요.

‘판독기+의사 선생님 치료 경험+알파’,
그런 게 필요해서였지요. 사진 한 장이라도 좀 확대해 보시든지, 차트라도 눈여겨 보시든지, 환자하고 상담 좀 하시든지...

(속으로 꾹) 참으며 여쭤봤습니다.
‘교수님, 갈비뼈 중의 하나에도...”
“ 판독지엔 암이 아닐 것 같다는데요.”
“…….”
한숨도 나오고 내가 왜 왔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요?”
그 선생 말이 참….
“예. 엉치뼈부터 종아리뼈까지 통증과 절임이 뒤섞여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그래요? 척추와 다리가 관련이 있나…?”
“…….”


당장이라도 진료실을 박차고 나오고 싶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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