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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창작

정자나무 위에 걸릴

by 힐링미소 웃자 2023.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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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는 길 
정자나무 아래 눕습니다 
바람이 일어 
누웠던 잎들을 깨웁니다 
그간의 일들을 묻습니다 
스쳐간 이들과 
쉬어간 이들 
떠나간 이들 
그들의 숨결을 전합니다 
그들의 모든 속삭임을 내게 이릅니다 
그중 
앰뷸런스에 실려간 엄마를 봤답니다 
파랗게 질린 아버지의 거친 숨결에 
오래된 잎들이 떨어졌다고 
이릅니다 

곧 또 다른 상여가 지나고 
수의에 갇힌 몸 동구 밖 떠날 때 
미련에 묶인 혼 
저 위 나뭇가지에 걸리리라 
속삭입니다 
그건 
묻지 않은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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