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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말기암, 요양병원, 임종 등

섬망은 말기암 또는 임종 임박 징후일까: 인지력 저하와 감정기복

by 힐링미소 웃자 2023.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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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변에 의한 간암으로 세상을 뜨신 어머니의 섬망증상은 과민과 의욕저하가 혼재된 감정기복뿐만이 아녔다. 인지능력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런데 그게 너무도 돌발적이고 급작스러워서 믿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인지능력 저하: 기억력 저하

 
아버지와 내가 면회를 가서 용돈을 드리곤 했다. 그런데도 돈이 한 푼도 없다고 하셨다. 아버지께서 전에 주고 간 돈 어쨌냐니까, 돈을 받은 적 없다고 하셨다. 처음에 난 시치미를 떼시는 것으로 오해했다. 그러나 의료진은 내 짐작과는 다른 사실을 말했다. 기억력이 둔화되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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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어디에 두셨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 그 한 예가 전화기다. 전화기도 어디에 두셨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 결국은 전화기를 분실하셨다. 스테이션 간호사님들이 다 뒤졌지만 못 찾았다고 했다.  결국 새 전화기를 사드렸다. 하지만 당신께서 소지하실 수가 없었다. 폰 분실을 막기 위해서 그때부터는 간호사들이 보관하기로 했고 난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잖아도 바쁜 의료진들이 반나절이나 그 분실폰을 찾으려 다 뒤졌지만 허탕을 쳤다는 말에 다른 방도가 없었다

읽고 쓰는 능력 퇴화

 
보험사에 제출해야 할 서류가 매달 도는 매분기마다 생겼다. 보험 관련 서류였다. 요양병원 입원 후 얼마되지 않았을 때는 읽으시는데 문제가 없으셨다. 그러나 여러 수치가 나빠지면서 읽으시는 능력이 너무도 급작스럽게 둔화됐다. 결국에는 쓰기 능력도 너무나도 떨어지셨다. 관련 서류에 서명하셔야 했는데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글씨를 잘 못 쓰셨다. 시간도 엄청 들었다. 결국 옆에 있던 간호사께서 어머니의 손을 잡고 가이드해야만 이름 석자라도 쓰실 수 있는 지경에 까지 이르셨다.
 

어눌해진 말투와 말귀를 못 알아들으시는 상태

 
그뿐이 아니라 듣고 해석하는 능력에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말투가 급작스럽게 어눌해지셨다. 그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를 지경에까지 이르셨다. 그나마 다행이셨던 건 관장하는 횟수를 늘리고, 설사를 유도하면서 400 언저리에서 머물던 암모니아 수치를 200까지 떨어뜨렸을 때, 그때는 다시 제 발음으로 말씀하시기 시작하셨다. 말씀도 단문이었을 망정 나름 논리적인 경우도 종종 다시 나타났었고.
 
그러나 나중에 안 것이지만 그렇게 인위적으로, 설사가 나올 정도까지, 관장을 하면 자발적인 조절이 안 돼서 상태가 급작스레 나빠질 수더 있다는 말을 원장님으로부터 듣게 되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고 했다. 칼륨 수치도 떨어지고 해모글로빈 수치도 떨어져서 수혈까지 해야 하는 응급상황에서 암모니아 수치라도 낮춰야 한다는 말이었다. 진퇴양난인 상황이었다. 결국 그 모든 상황은 임종을 향해 치닫는 어머니의 바이탈 사인들이었다.
 
 

 

앞뒤가 안 맞는 말씀들

 

임종 전 몇 개월 전부터 가족이 아닌 누군가가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는 걸 들었다면 아마 헛소리를 하신다고 말했을법한 일이 너무나도 자주 일어났다. 내가 들어보면 의식에 단절이 오고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때로는 앞뒤가 바뀐다든지 장소가 바뀌는 등의 말이 안 되는 문장들을 만들어 내시곤 했다.
 
넷째 숙부네 식구가 얼마 전 우리 집에 왔었는데 밥도 안 먹고 와서 밥을 차려줬다고도 말씀하셨다. 마당에 널어놓고 온 콩을 치웠냐고도 물으셨다. 그러니까 당신이 어디에 계신지 조차도 모르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게다가 있지도 않았던 사실을 진짜 있었던 사실로 혼동을 하고 계셨다.
 
그런 모든 인지적 변화와 상황인식의 부재는 입원 초기와는 판이하게 다른 양상이었다. 입원 초기와 중기, 그러니까 요양병원에서 11개월 동안 계셨는데, 6달이 지날 무렵부터, 그러니까 임종 전 4개월 좀 더 남겨놓은 시점부터 그런 증상들이 부쩍 자주 나타났었다. 
 
 
그런데 더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그건 어머니의 환청과 환각 그리고 환영이었다.
 

*이어질 포스팅:환청과 환각,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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