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과 환각: 섬망은 말기암 또는 임종 임박 징후일까

섬망과 환영

 

어머니께서는 임종 몇 개월 전부터 아버지께 자주 전화하셔서 엄청 심한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한두 번이 아녔기에,  아버지께서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그리고 왜 그렇게 그런 심한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따지듯 물으셨다고 한다. 어머니께서 용인할 수 없는 표현을 많이 하시자 아버지께서 너무 어이가 없고, 믿을 수 없어서 그러셨다고 했다.  아버지께서는 심한 표현, 욕 등을 못하시는 분이시다. 내가 우리 아버지한테서 들어본 최악의 표현은 '나쁜 놈'이란 단어에 불과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너무도 심한 말씀을 하시니 참을 수 없으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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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는 지나다가 보셨다며 아버지께서 바람을 피우신다고 나무랐다고 하셨다. 어떤 여자분의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가셨고, 어머니께서 소리를 지르시자 그 여자분과 줄행랑을 치셨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내가 알기에 우리 아버지게서는 그럴 분이 아니시다. 윤리적으로도 그러시고 육체적 조건도 그러시다. 우선 연세가 90이시고, 물론 90 되신 분께서 연애를 못하신다는 의미는 절대로 아니다. 허리는 물론이고 다리가 아프셔서 혼자서 걷기도 힘드실뿐더러 달리신다는 건 더더욱 상상도 못 하신다.

 

 

그런데 어머님께서는 그런 전화를 한 번도 아니고 수시로 하셨다고 한다. 난 처음에 그 말씀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내게도 일어났다. 어머니께서 내게 잔화 하셨다. 임종을, 아마도, 두 달 정도 남겨 놓고 그러셨던 듯하다. 아버지의 불륜을 내게 고자질하시는 형태였다. 묘사가 얼마나 리얼했는지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들으면 사실이라고 100% 믿었을 것이다.

 

 

섬망과 환청

 

임종 전 두 달 전부터 어머니께서는 잠을 못 주무시겠다며 주변 사람들 좀 조용히 하라고 소리를 지르시곤 했다고 한다. 놀란 간호사들이 들어가서는 주변에 소리 지른 사람이 없다고 말했지만 어머니께서는 믿질 않으셨다고 했다. 어머니께서는 분명히 옆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한테 와서는 욕을 했다고 거듭거듭 말씀하셨다고 했다. 어떤 땐 오히려 간호사를 향해, 네가 소리 질렀지, 라며 사실과 다른, 전혀 일어나지 않았던 걸 사실인 것처럼 말씀하셨다고도 했다. 

 

언젠가는, 면회 때, 갑작스레 아버지께 말씀하셨다. 넷째가 이틀 전 우리 집에 와서는 밥을 맛있게 먹고 갔는데 양복바지를 놓고 갔으니 전화해서 갖고 가게 하라고. 그런데 어머니께선 입원 후 한 번도 집에 오신 적이 없으셨다. 게다가 넷째 작은아버지께서는 우리 집에 한 번도 양복을 입고 오신 적이 없으셨다.

 

 

 

환상이나 환영의 원인

 

요양병원 주치의께 여쭸다. 그런 증상들의 원인이 뭘까에 대해서. 원장님께서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을 거라고 했다. 우선 심각한 암모니아 수치가 모든 원인들 중 주요한 하나일 거리고. 그 암모니아는 간 기능이 거의 망가져 그 기능을 못하면 간에 있는 가스가 뇌로 간다고 했다. 그러면 뇌의 전반적인 부위나 특정 부위에 영향을 미치고 그 기능을 정지시킨다고 했다. 간성혼수를 말하나 보다 했다.

 

그런 이유 말고도 많은 약물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그게 영향을 줬을 거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잖아도 나빠진 간을 그 많은 약물들이 더 망가뜨리고, 거기서 멈추는 게 아니라 신장 기능도 엉망으로 만든다고 했다. 그런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서 그런 환상이나 환영들이 나타날 거라고 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런 섬망증상이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갈수록 악화됐다는 것이다. 그런 일이 더 자주 일어나면서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생을 마감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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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망은 말기암 또는 임종 임박 징후일까: 과민과 의기소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