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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늦을 때란 없다

장례식장 조화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by 힐링미소 웃자 2024.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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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장례식장 조화들을 보며,

 

 

오늘 갔다 온 장례식장, 고인의 시신을 모신 방 앞에 놓인 조화들이 많았다. 어림잡아도 20여 개가 넘는 듯했다. 아주 좁은 장례식장, 딱 3개의 방이 있었다. 그중 한 개는 VIP실, 나머지 두 개는 특식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VIP실 앞에도 20여 개, 내가 조문한 상가도 20여 개, 나머지 한 곳도 20여 개. 모두 60여 개의 조화들이 놓여있었다. 문상객들은 조화가 만든 터널들을 통과해야만 했다. 공간이 부족해서였다. 그 조화들을 보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저 조화들은 다 누구를 위한 것인가?

 

단언컨대, 내가 참석한 상가, 고인이 아셨던 사람들로부터 온 건 단 한 개도 안 보였다. 모두 아들과 딸, 자식들과 관련된 사람들 내지는 곳들로부터 온 조화들이었다. 그것도 그들이 재직하고 있는 곳들로부터 온 것은 3개였다. 그럼 나머지 17개는 어디로부터 온 것들일까?

 

하나하나 읽어봤다. 우선 아들과 관련된 조화는 모두 그의 거래처들로부터 온 것들이었다. 나머지는 그분의 따님, 그리고 나머지는 고인의 사위가 재직하는 곳의 거래처들로부터 온 것들이었다.

 

내가 볼 때 감동을 주는 조화는 단 한 대도 안 보였다. 그럼 뭘까? 그토록 많은 조화를 보내거나 받는 이유는 뭘까? 잘 생각해 보면 인맥을 자랑하는 것 같다. 고인의 자녀들, 그러니까 상주들이 갖고 있는 인맥들, 그리고 그 인맥들이 이 정도야 하는 걸 웅변하는 듯한 그 무엇.

 

그런데 그 조화들은 고인의 가시는 길에 어떤 어떤 위로가 될까? 그리고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위안이 될까? 분명힌 것은, 오늘 그 장례식장과 관련해선, 고인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난 그렇게 생각했다. 

 

이 부질없음, 남들에게 상주들이 이러저러한 인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이는 행위, 그리고 그것도 고인이 인맥과는 무관한 곳들로부터 온 것들, 고인을 추억하는 말 한마디 없는, 고인의 일생을 돌아볼 것 하나도 없는 그저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판에 박은 문구들이 차지하고 있는 조화들...

 

그 많은 조화들은 짧게는 30여 시간, 길게는 72시간이 지나면 쓰레기장으로 직행할 것이다. 그리고 문상객 어느 누구 하나 그 조화들 속에 매달린 리본, 그 리본에 적힌 문구들 기억하는 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조화를 보낸 사람 내지는 곳들은 역시 그러할 것이다. 

 

난 내가 죽으면 그러지 말라고 유언을 남길 것이다. 아, 물론 난 완전한 가족장으로만 치르라고 유언할 것이다. 부고나 부음을 돌리라고도 안 할 것이다. 그리고 장례식장에서 판에 박은 장례를 치르라고도 안 할 것이다. 죽고 화장하고 내가 좋아했던 노래 한 두 곡 가족들이 틀어주고,  밥 한 끼 노나 먹으며 추억하는 것으로 갈음하길 바란다고 유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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