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암/2023년 4기암과 13년째

전이 관련 마지막 진료 3: 육종암, mri 검사 결과, 안 붙는 다리, 정형외과 스케치

by 힐링미소 웃자 2023. 12. 18.
반응형

도착 접수 때 문득 든 생각

도착 접수를 했다. 접수하면서 지난주 mri 촬영 후 안 좋은 이벤트가 떠올랐다. 그걸 교수님께 말할까 하는 생각이 잠깐 스쳤다. 그러나 안 하기로 했다. 어쩌면 내 건강에 중대한 경과를,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내용이었지만 난 꾹 참았다. 

 

기계가 대신하려는 세상

접수는, 언제부터라고 딱 집어 기억은 못하지만, 이제는 거의 기계가 한다. 직육면체 금속과 플라스틱의 하이브리드 물체가 사람을 대신하고 있다. 이 키오스크는 참 그렇다. 나 자신 엄청난 스펙의 첨단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임에도 때때로 공포스럽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안전성과 신뢰성에 대한 생각이다. 사람 대신 접수를 처리하는 이 기기는 분명 컴퓨터다. 어찌 보면 로봇이기도 하고. 처리하는 프로세스는 컴퓨팅이고, 한 군데에 고정되어 있지만 하는 일은 영락없는 로봇이다. 이것에 이동장치를 달면 완성이다.

 

세상이 이렇게 빠르게 바뀌고 있다. 나의 주식 투자 컨셉을 바꿔야 할 듯하다. 우선 이 피할 수 없는 거대하면서 일상적인 섹터를 무시하고서는 이익을 남길 수는 없을 듯하다. 섹터가 우선이고, 종목(회사)이 두 번째일 듯하다. 그러려면 기존의 나의 거래 패턴도 바꿔야 한다. 초단타가 아닌, 싹수가 좋은 신생기업을 고른 후 시간의 강 속에서 낚시질을 해야 할 듯하다. 음… 어쨌든 내 재물이 들어가는 일인데, 최소 밑지면 안 될 테니 말이다.

 

병원 접수 기기 앞에서 그런 생각을 잠깐 했다. 4기 진행성 전이암 환자 주제에 참 태평하거나 주제 파악을 못하고 있다. 어느 순간 스러질지도 모를 운명 앞에서 시간의 강가에서 낚시질 각오를 하다니… 푼수…

 

 

진료실 앞 풍경

내가 진료실 거리에 들어서니, 이건 거리다, 길게 10개가 넘는 진료실이 있고, 긴 복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8년간, 육종성 변이에 의한 뼈전이 이유로 정형외과와 인연으로, 봐오고 있는 풍경이다. 

 

거리? 거리란 말 말고 떠오르는 단어가 없다. 아니, 어쩌면 골목이랄까? 골목! 이 1m도 안 되는 통로로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오고 가니 골목은 골목이다. 

 

네가 이 골목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담당 간호사쌤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드셨다. ‘우리 병원 톱 3 환자’라는 별칭으로 날 칭하고 있는 이 골목 직원분들이시다. 그런 분들 중 한 분이신 그분도, 환자인 아의 이름도 확인하기 전에 블라블라 말씀하셨다. 그러고 나서 비로소 의례적인 환자 확인절차를 마치셨다. 성함은?… 생년월일요?… 와 같은.

 

교수님 진료실에 들어서서  

진료실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교수님은 안 계시다. 언제나 옆 진료실에 계시다. 이 교수님 진료실에 있는 책상들은 모두 서 있어야 업무를 볼 수 있는 높이의 것들 뿐이다. 내 생각에 좋은 생각 같다. 앉아있는 게 그리 썩 좋은 건 아닌 듯하다. 물론 편리하지만… 편리한 게 건강에 좋다는 등식은 없다고들 하니까…

 

수련의 샘이 날 상대하셨다. 방금 전 찍은 엑스레이 사진 속, 산전수전-2번을 짤라내고 이식하고- 다 겪고 있는 다리 사진을 뛰우셨다. 그리곤 잠시 블라블라 하셨다. 난 귀담아 들었다. 이어서 MRI 영상을 띄우셨다. 그리고 역시 아주 간단하게 블라블라 하셨다. 

 

난 그분의 얼굴, 특히 눈을 바라봤다. 그분의 젊음이 보였다. 나도 저리 파릇파릇할 때가 있었지 라는 생각이 스쳤다. 이어서 그분의 배려가 내 귀에 도달했다. 이런 저럼 염려와 위로의 말을 건네셨다. '공감하는 닥터'였다.

 

“선생님, 아까 그 다리 엑스레이 사진 좀 제 폰키로 찍어도 될까요?”

“그럼요. 본인 건데요.”

“이, 감사합니다. 그런데 6개월 전 사진과 나란히 좀…”

“그럼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반엔…그 mri 사진요. 그것도 3개 월 전 거와 이번 거 나란히 좀… 하하..”

“그러세요. 본인 건데요 뭘…”

“하하… 감사합니다.”

 

난 사진을 찍으며, 사진 속 내 잘려나간 뼈와 이식 뼈 사이 간격을 형량하며 생각했다.

“이거 봐라! 되게 안 붙나 보네…”

 

반응형

 

교수님 등장과  친근한 제스처

곧 교수님이 등장하셨다. 한결같은 표정과 인사말로 날 반기셨다.

“아, 어서 오세요. 어떠세요?”

나도 그분께 미소를 던졌다. 나 역시 반사했다.  이번에도 역시 의례처럼 내 어깨를 툭툭 치셨다.

 

나는 그 교수님 옆으로 바짝 밀착했다. 교수님께서는 이 사진 저 사진 슬라이딩 오버 하셨다. 그러면서 그 수련의 선생께 브리핑이라도 하듯이 설명을 이어가셨다. 2016년 부터의 그 문제의 육종성 변이로 시련에 처한 그 다리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면서 큐앤에이도 하셨다.

 

“음… 훈련 중이시군..”

난 속으로만 그리 중얼중얼했다.

 

물론 나도 그 두 의사 선생님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러쿵저러쿵… 난 농담과 웃음, 미소로 범벅인 보이스톤을 그들에게 던지곤 했다. 

 

안 좋은 예감

웃으며, 진지하게, 심각하게…그런 분위기가 한 10분 정도 흘렀다. 이윽고 교수님의 결론이 정리되고 있었다. 블라블라였지만 결론은 하나! 

 

“잘라내고 이식한 뼈와 위아래 뼈가... 거의 안 붙고 있어요!”

 

그 말씀과 거의 동시에 고개를 나 쪽으로 기울이셨다. 그리곤 내 귀에 대고 말씀하셨다., 

 

“이게...이거 안 되겠어! 우리…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어떻게… 요, 교수님? “

 

https://wifipw.tistory.com/entry/전이-관련-마지막-진료-1-새벽이-날-깨워-땅-위로-내려-놓고

 

전이 관련 마지막 진료 1: 새벽이 날 깨워 땅 위로 내려 놓고

나 자신을 믿자 그리고 간절히 원하자. 이른 아침, 그러니까 아직 어둠이 물러날 기미가 없는 시각, 이를테면 겨울 초입의 새벽 4시는 아직 칠흑이다. 그 시간에 난 일어났다. 뭐, 사실 2시 반에 1

wifipw.tistory.com

 

https://wifipw.tistory.com/entry/전이-관련-마지막-진료-2-뇌졸중-센터-9시간-금식-혈액검사-뇌졸중-센터와-혈압-측정의-정석-항암제와-고혈압

 

전이 관련 마지막 진료 2, 뇌졸중 센터: 9시간 금식 혈액검사, 뇌졸중 센터와 혈압 측정의 정석,

나 자신을 믿자. 그리고 간절히 원하자. 9시간 금식 혈액검사 목적 9시간 금식 후 혈액검사, 난생처음 해 보는 일이다. 9시간 금식 이유에 대해 피 뽑는 분께 물으니 자신은 그 까닭을 모른다 했다

wifipw.tistory.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