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 친척 어른을 뵀다. 이러저러한 덕담과 함께 여러 가지 걱정도 하셨다. 그러면서 건강에 각별히 유의하라고 하셨다. 그런데 마지막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그 문장이 인상적인 것이었는지 내 마음을 상하게 했는지… 구화지문, 말이란 건 참 어렵다는 걸 또다시 알았다.
“술 먹어서 그래!“
난 그 말을 듣는 순간 망치로 뒤통수 한 방 맞는 듯했다. 그리고 뾰족한 송곳으로 내 가슴을 후비는 듯했다. 순간적으로 너무 멍해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머리가 순간적으로 마비됐다. 얼굴은 화끈거렸다. 현기증도 났다.
“… 님 아드님은 매일 술 드시고, 담배도 그렇고, …, 거의 40년 동안이 나요. 아마 제가 마셨던 술보다 3배는 더 많았을 텐데요. 지금도 여전하고요. 그럼 아드님께서도 제 꼴이 되셨겠네요?”
한편으론 내가 굳이 그렇게까지 말씀드렸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한 방 크게 날려야 다시는 그런 말씀을 내 앞에서 다시는 안 하시겠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대부분의 전문가들 그리고 WHO에서는 술을 1급 발암물질로 본다. 담배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분 말씀이 아마 맞는지도 모른다. 물론 난 2011년 초, 암 진단 후 즉각적으로 술과 담배를 끊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 그때 그 자리에서 그 말씀을 꼭 하셨어야 했는가 이다. 신장 하나 전체를 잃고, 다리뼈를 잃고, 양쪽 폐가 너덜거려도 14년째 열심히 관리하고 있는 4기 암환자를 향해서 말이다.
왜 하필 과거지향적, 부정적인 말로 그렇잖아도 힘든 암환자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