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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창작99

어둠 속 사랑의 빛 칠흑의 밤하늘에 작은 구멍을 뚫어 어둠을 밝히는 너, 달아 달아 네 빛으로 하여 님의 눈이 빛나는구나 비로소 사랑이 빛나는구나 2024. 2. 1.
정자나무 위에 걸릴 지나는 길 정자나무 아래 눕습니다 바람이 일어 누웠던 잎들을 깨웁니다 그간의 일들을 묻습니다 스쳐간 이들과 쉬어간 이들 떠나간 이들 그들의 숨결을 전합니다 그들의 모든 속삭임을 내게 이릅니다 그중 앰뷸런스에 실려간 엄마를 봤답니다 파랗게 질린 아버지의 거친 숨결에 오래된 잎들이 떨어졌다고 이릅니다 곧 또 다른 상여가 지나고 수의에 갇힌 몸 동구 밖 떠날 때 미련에 묶인 혼 저 위 나뭇가지에 걸리리라 속삭입니다 그건 묻지 않은 얘깁니다 2023. 10. 22.
시기와 질투는 가까운 곳에서 시기와 질투는 가까운 곳에서 나온다. 동기 간, 친구 간, 부부 간에서 나온다 가까운 사이 척지지 않게 살아야 한다 험한 말 말고, 탓하거나 욕하지 말자 2022. 12. 8.
파도에 쓸려간 자국처럼 너와 내가 잠깐 모래사장 위에 같이 앉아 있었나 한단다 되돌아보니 파도에 씻겨간 그 모래 마냥 너와 내가 앉았던 그 자리는 흔적도 없구나 아침저녁 쌀쌀한 날 한낮 열기 피어올라 솜털 뭉게구름 파아란 하늘에 날릴 때 무릎베개 간지러운 네 느낌 어느덧 불어온 세월의 바람에 이젠 빈 하늘만 보이는구나 네가 어디에 간들 내가 어디에 간들 같은 하늘이겠지 하다가도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얼굴도 감싸 보며 불어오는 바람이 건드리는 게 내 살갗인지 한단다 우리 떨어짐이 잠깐이겠지 한단다 내게 종교가 있어 천당이니 극락이니 천국이니 할 바는 못된다만 육체는 떠나도 영혼은 머무르는 것 믿기에 내가 먼저 가더라도 내 영혼은 늘 네 곁에 머무리란 걸 믿을진대 2022. 9. 18.
사람을 붙잡는 방법 지역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또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우선 나이가 다르다. 생김새가 다른 건 말할 필요도 없다. 고향 또는 태어난 곳도 다르다. 교육적인 배경도 다르다. 경제적인 배경도 다르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너무도 당연한 것들이어서 특별한 건 못된다. 그러나 심리적인 것은 다르다. 지역공동체 봉사활동에 참여한다는 건 내 생각에 이타적 DNA가 이기적 DNA보다 많다는 걸 나타낸다. 내 주관적인 판단에 그렇다는 것이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일 일이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자기가 속한 지역사회가 어떤 의미에서든 발전하면 그 안의 한 명인 자기에게도 좋은 일이란 걸 인식하는 듯하다. 그런 인식의 당연한 귀결은 공동체를 위한 봉사의 필요성을 느낀다.. 2022. 8. 28.
잠들 수 없는 밤 당신이 떠나면 불을 켜려 합니다 이 깜깜한 밤 어찌 지낼지 몰라 당신이 떠난 후 불을 켜려 합니다 당신 발소리 완전히 사라지고 비바람 사나워지면 불을 끄렵니다 거침없는 비바람 세상 모든 걸 지우고자 할 때 남쪽 창문을 열렵니다 나를 거둬가라 기원하렵니다 숨을 수 없는 곳 나 혼자 있을 뿐일 곳 그곳으로 날 데려가라 하렵니다 더 이상 당신의 문자도 당신의 음성도 없는 곳 나신(裸身)의 세계로 이제 가렵니다 2022. 8. 13.
사랑은 시간의 강물을 타고 흐른다 베갯잇에 흘린 당신의 눈물 내 맘 속 슬픔이 됩니다 피난처인 듯 가슴 깊이 파고들던 당신의 거친 숨결 내 목덜미를 휘감았습니다 당신의 젖은 속삭임은 내 손등을 타고 손바닥에 모였습니다 두 손 들어 당신의 두 볼을 감쌌건만 당신의 모습은 부는 바람인 뜻 허공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바람이 붑니다 구름이 흘러갑니다 제 갈 방향으로 갑니다 지나고 나니 그날 밤이 사랑이었음을 압니다 시간의 강물에 실려 돌아오지 않을 사랑이었음을 압니다 2022.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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