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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11년 암 진단, 4기, 전원, 첫 번째 수술, 좌절24

암삶 24-추적 검사, 과도한 방사선, 커가는 암 볼륨(2011년) 11월 정기검사 결과를 보던 담당 교수님은 약간씩 미간을 찌푸리며 양 쪽 폐에 흰 물감을 흩뿌린 듯 보이는 것들을 잠시 들여다 보시더니… 폐종양의 크기가 커지기 시작하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개수도 늘고 있다는 말과 함께. 그런데 그런 것도 공포스러웠지만, 더 걱정되었던 건 검사의 간격과 횟수였다. 가슴 CT만 해도, C 병원 응급실에서 한 번, Y 병원으로 옮긴 후 한 번, 7월에 한 번, 11월, 12월, 거기에 전신 뼈 스캔, 복부 CT 등... 도대체 그 짧은 기간에 몇 번이나 고용량의 방사선 세례를 받았던 건지... 사실 나는 그것도 끔찍했다. 아무리 이이제이라지만… 보통 폐 CT 1회 검사에 방사선 10밀리 시버트(mSv), 복부 CT가 보통 10~12 mSv, 전신 CT가 보통 12~26 .. 2021. 9. 18.
암삶 23: 4기 암 수술 후 절망, 신장암 신장전절제 수술을 마치고(2011년) 어딘지 모를 극심한 통증은 나를 깨웠어. 눈을 뜨고 나서 돌아본 방은 어색했어. 쳐다본 몸도 너무 어색했고. 몸을 일으켜 세우려 해도 그럴 수 없었어. 전혀! 심지어 옆으로 1 센티라도 몸을 틀 수도 없었어. 엄청난 통증의 사슬에 내 몸은 결박돼 있었어. 6시간이 넘는 수술시간이었다고 말했어. 난 나의 몸을 천천히,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봤어. 우선 주렁주렁 매달린 각종 주사약들이 내 몸으로 들어오고 있었어. 배에는 탄탄한 복대가 감겨있었고. 침대 밑엔 오줌통이 있었고. 호스를 통해 몸에서 나가고 있는 핏물인지 오줌인지 모를 액체가 그 속으로 쉼 없이 흐르는 듯했어. 좀 지나고 나서 소독이 이루어졌어. 그때 본 내 배는 내 몸의 배가 아닌 듯 너무 생소하고 괴기스럽기까지 했어. 배꼽을 중심으로 위로는 가슴.. 2021. 9. 18.
암삶 22-수술날 아침 그리고 수술실에서 마취가 시작되고, 4기암 폐전이, 뼈전이, 신장전절제 (2011년)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논리적으로 하고 싶었어. 내일 수술은 어떻게 할까? 몇 시간이나 걸릴까? 폐에 있는 암 덩어리들도 같이 하려나? 수술 후엔 항암제를 하라고 하려나? 수술하고 항암제 하면 완치되는 걸까? 뭐 그런 생각들을... 하지만 현실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어. 그때 심정이란, ‘갑자기 발밑을 보니 천 길 낭떠러지가!’ 그런 상태였어. 내가 불안한 상태란 걸 알기라는 하는 양 마음 깊은 곳에서 부드러우나 근심이 묻어나는 목소리가 들렸어. “푹 자.” “잠이 안 와. 아까 면도한 곳들이 좀 쓰라려.” “면도?” “어. 가슴부터 무릎까지…. 앞뒤 다.” “어디? “ 나의 본능은 나의 이성보다 늘 먼저 일어나는 듯했어. “잘 잤어?” “그저….” “드디어 오늘 2시에 수술이네?” “그러게.” “우리.. 2021. 9. 17.
암삶 21-수술 전날에 일어난 일, 다발성 폐전이, 뼈전이, 신장전절제 (2011년) 이러저러한 사유로 입원한 환자들 사이로 나를 위한 병상이 정해졌다. 도대체 몇 인실인지 모를 정도로 그 병실에 입원한 분들이 많았다. 그중에서 이미 친구가 된듯한 두 분은 친근한 말투로 대화 중이셨는데, 연세는 아마 70대 말 정도? 40대 중반의 나는 그분들 옆자리에 배당되었다. 한 분이 환자복 상의를 들췄다. 명치부터 배꼽까지, 그리고 그 배꼽에서 옆구리 너머까지 꿰맨 자국이 보였다. "잘 회복되다 폐렴기가 있어서..." 뭐 그런 말씀을 이웃 병상 환자한테 하는듯했다. 나는 그런 분위기에서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그 병실에선 내가 아마 제일 젊었던 듯했다. 그들은 내 이름과 나이가 적힌 카드가 붙어있는 병상의 사물함을 흘끗흘끗 보는 듯했다. 내 침대가 문 입구 쪽에 있었으니…. 오가며 싫어도 보였겠지….. 2021. 9. 17.
암삶 20-4기암, 신장암, "환자분은 암을 부르셨군요", 신장 전절제, 수술 준비 (2011년) ‘식사는 어떠셨는지요?” “식사요?” “예. 어떻게 드셨나 하는 걸 간단히 물어보겠습니다.” “예” “아침은 규칙적으로 드셨나요?” “그런 편이었어요.” “그런 편? 어땠나요?” “월수금 아침 5시에 출근해야 했던 날은 7시경 라면을 먹었어요.” “아침으로 라면요?” “예. 공깃밥 하고요.” “반찬은?” “ 없이요. 짬뽕 라면이라고 있었어요. 해산물이 꽤 들어갔었지요.” “……” 나의 아침 식단을 생각해봤다. 사실 아침은 3가지 패턴이 있었다. 5시에 출근해야 했던 월수금은 아침 7시부터 7시 30분까지 짬뽕 라면으로, 화목엔 집밥, 토, 일요일엔 해장국집에서 사 오곤 했던 뼈다귓국. 점심은 어땠을까? 월수금엔 도시락 밥으로, 화목토엔 분식집에서 배달한 거로 하곤 했었다. 저녁 식단은 생각이 나질 않아... 2021. 9. 13.
암삶 19-신장암 4기 폐전이, 휴식없는 과로와 암, 무얼 위해 하루에 15~16 시간씩 일했나요?(2011년) “혹시 근무환경에 발암 요인으로 짐작되는 게 있나요?” “발암 환경...?” “예. 무슨 특정 금속, 이를테면 배터리나 페인트가 있는 작업환경 같은….” “아니요!” “그럼 다른 카드뮴 함유 물질은?” “제 근무환경이…?” “예 어떤 특정한 물질들은 신장암과 어느 정도 관련 있다는 연구도 있답니다.” “아닙니다. 제 기억엔 없습니다.” 그 수술 코디네이터는 잔잔한 미소를 띠었다. 항상 그런지 궁금했다. 난 시종일관 미소 짓는 얼굴이 좋다. 그게 포커페이스 건 뭐건...... 미소는 전연성이 강하다. 마주한 사람의 얼굴에도 미소를 피우게 만든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기분을 업시킨다. ‘이 분은 세상을 낙관적으로 보는가 보구나..." 난 그런 생각을 하며 설문을 완성해가고 있었다. 설문지 속의 대.. 2021. 9. 7.
암삶 18-신장암, 신장 전절제수술을 불러왔을 흡연과 음주 (2011년) (술과 담배, 음주와 흡연은 분명히 발암 요소다. 많은 전문가들이 그렇게 말한다. 나도 그럴 거라 믿는다.) 그리고 “환자분, 이리로 오세요.” “예.” “환자분, 여기 설문지가 있으니 협조 부탁드립니다.” “예.” "흡연은?" "하루에 1갑 반 정도요." "얼마나 오래요?" "고등학교 졸업 후 아마 매일?" "하루도 안 쉬고요?" "아니요." "그럼?" "군대 때는 아마 하루에 반 갑?" "제대 후엔 매일 한 갑 반요?" "아니요. 아마 한 갑 정도요." "그럼…." "스트레스받았을 땐 아마 하루에 두 갑? 그 정도요." "그럼 평균 내면... 하루에 한 갑?" "아마요. 코디네이터님, 정확히는 모르겠네요". "몰라요? 아까는 하루 한 갑 반이라 하셨잖아요?" "제가 정신이... 아직도..." "환자분.. 2021.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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