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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11년 암 진단, 4기, 전원, 첫 번째 수술, 좌절24

암삶 4-암이라는 소리는 천둥이 되고(2011) 전화가 연결되었고, 그 의사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여보세요? “……” “이런 말씀드리기가..... 참...” “…….” “급하게 병원으로 와 주실 수 있나요?” “……” “왜 병원으로 오라고 하느냐고요?” “……..” “환자분의 상태가 급하시기 때문입니다. 혈뇨도 계속되고 있고, 크기도 상당할뿐더러 다른 부위도 의심스럽습니다.” “……..” “한 40분 걸리신다고요?” “……..’ “괜찮습니다. 추가적인 검사 때문에 그 결과를 보기까지는 몇 시간의 여유가 있습니다.” 나는 그쯤에서 상황 파악을 할 수 있었다. 흩어졌던 말의 조각들이 진실의 형상을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전히 꿈을 꾸는 듯했다. 한숨이 나왔다. 현기증도 찾아왔다. 어느 순간엔 그 의사의 목소리가 마치 한여름 밤 정자나무 밑에.. 2021. 5. 31.
암삶 3-봄, 피하고 싶은 진실은 집요하게 쫒아오고(2011) 그다음 날 나는 간밤에 응급실에서 예약을 잡아준 대로 비뇨기과에 갔다. 간밤에 특별하게 부정적인 어떤 말도 듣지 않았기 때문에 별로 걱정은 안 했다. 난생처음 가는 비뇨기과! 그냥 며칠 동안 내가 인터넷에서 찾아봤던 것 중에서 내가 가장 믿고 싶었던 대로, “사타구니 어느 부분, 어딘가에 있는 모세혈관이 터진듯하다. 집에 가시라. 며칠 후면 괜찮아질 것이다!” 그런 말을 기대했었다. 너나 할 것 없이 거의 모두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갖고 있으며 거기엔 거의 모든 정보가 나와 있는 시대가 되었다. 어떤 질병이 됐든 증상에서부터 대책까지 의사는 물론 간호사나 과학자 등이 참여하는 지식의 광장이 열린다. 또 거기에는 환자들이 관 객이나 조연 때로는 주연으로도 참여한다. 그런 시대가 된 것이다. 내가 샅샅이 찾.. 2021. 5. 31.
암삶 2-봄, 응급실로-안 좋은 예감(2011) 화장실에 갈 때마다 안 보려야 안 볼 수 없는 변기 속의 핏덩어리를 보면서 더 이상 참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혈뇨의 횟수가 많아질수록 몸 안의 기운이란 기운은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현기증이 났다. 나는 틈나는 대로 시계를 봤다. 정해진 시간까지는 일을 해야 했다. 나의 그런 일에 대한 태도는 입사 3년 만에 나를 부책임자로 만들었고, 4년 만에 최고책임자의 위치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나는 막연하게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런 태도가 나의 몸에 무언가 불길한 이상을 가져왔는지도 모를 거라는. 나는 일이 끝나기가 무섭게 실성한 사람 마냥 응급실로 향했다. 버스를 탔다. 지금도 나는 이해를 못하고 있다. 그렇게 정신없고 다급한 입장에서 왜 택시가 아니고, 119가 아니고 태평스럽게.. 2021. 5. 31.
암삶 1-진단 전/하인리히 법칙1(2011) 미국을 향해 출발한 비행기에 몸을 실은 나는 그리운 얼굴을 떠올렸다. 고개를 들어 두 눈을 창밖 너머 파아란 하늘로 돌렸다. 12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는 나를 10번도 넘게 찾아왔었다. 그에 대한 첫 번째 답례는 사실 2010년에 있었다. 그때 그는 필라델피아 서쪽 교외 펜실베이니아 어느 전원도시에 살고 있었다. 반갑게 나를 맞았던 그는(그는 나보다 나이가 대략 20 여살 더 많다) 이곳저곳으로 데리고 다니고 싶어 했었다. 워싱턴 DC,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뉴욕...... 여행을 좋아하고 방랑 기질이 넘치는 나였었기에 새로운 풍토, 새로운 풍경, 낯선 사람, 익숙하지 않은 도시와 시골의 스타일을 맘껏 즐길 수 있으려니 했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날이 갈수록 몸이 깔아져 가는 걸 느꼈었다. 재촉.. 2021.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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