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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11년 암 진단, 4기, 전원, 첫 번째 수술, 좌절24

암삶 16-4기암 절제수술 결정과 병원 복도 풍경 그리고 암 코디네이터와(2011년) ‘배를 연다’는 말에 나는 끊기고 잘렸던 장면들이 생각났다, 아주 어릴 때 보았던. 시골에서, 아직 전기도 안 들어오고 고샅길이 막 리어카가 다닐 수 있을 만큼 넓혀지기 시작하던 무렵, 새마을 운동이라는 이름 아래 아끼던 미루나무가 잘리어지고, 가죽나무도 잘리고, 울타리로 쓰던 탱자나무도 잘리면서...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학교에 갔었는데, 돌아와 보니 넓었던 채전 밭이 반은 잘려나가고, 상체 잃어 망연자실 앉아 있었던 나무들의 밑 동아리마저 파헤쳐져 있었고. 이리저리 살피며 발걸음을 옮길 때 또 보았지. 동무와 올랐던 나무에 남아있을 추억이 눕혀지고, 숨바꼭질하며 숨었던 둥지가 잘려나가고, 삭정 가지 잘라 이것저것 만들며 소꿉놀이할 때면 시원한 그늘을 주던 그 넉넉했던 나무의 밑에 있던 그 그리움들이 다.. 2021. 8. 22.
암삶 15 -암 사이즈 15cm “빨리 수술합시다!” 단, “로봇수술은 안됩니다.”(2011년) 이러저러한 말, “당신 암 크기가 15cm야!” “당신 콩팥 암 덩어리가 당신 콩팥보다 더 커!” 그런 말들과 함께 그 교수님의 표정이 변해갔다. 그림자 깊게 드리운 나무 아래 누운 채 어린 새끼들과 헛발질하던 수사자가 쓰러지는 듯 다리 저는 사슴을 본 듯, 앉아있던 도베르만이 주인이 던진 허공에 뜬 공을 본 듯, 눈빛이 분명 해지며 날 쳐다봤다. 짧지만 강렬하게, 그렇게. 그리고... 그 교수님은 고개를 돌려 타이핑 중이던 직원을 향했다. “이 선생!” “예.” “나 다음 주 스케줄?" “다음 주요?” “......” “예. 꽉 찼습니다.” “그래?” “......” '참 내. 뭐 새삼스러울 일도 아닌데...' 그 간호사는 눈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고... 간호사와 그의 대화를 사자 발밑의 숨 끊어지는.. 2021. 8. 21.
암삶 14-“당신 암 덩어리가 당신 콩팥보다 더 커!”(2011년) “전 병원에서 좀 크다고 하긴 했습니다만...” “”좀’ 크다던가요?” “예…” 전 병원에서 분명 '크기'를 들은듯한데... 대략 '5x 뭐'라고 했던 것 같았는데... 그 교수님이 무슨 숫자를 말했던 것 같았는데... 당시엔 하도 정신이 없었던 난 ‘좀 큰가 보다’ 했었다. 사실 그때는 “암입니다"란 말이, 거대한 해머가 되어 내 머리를 사정없이 치고 있었기에, 당시의 나에게 암의 '크기'는 그리 중요하게 들리지 않았었다. 깨진 도자기의 파편을 모으듯 당시의 대화 내용, 특히 그 교수님의 말씀을 복기하려 애썼다, 복잡해진 머릿속에서. 하지만 암 선고 이후 내 머리는 마치 엉켜버린, 너무 엉켜 풀 수 없는, 게다가 풀려하면 더 엉켜 영원히 풀 수 없는 저주의 실타래 와도 같은 상태였었다. ​ ​ 나의 복.. 2021. 8. 20.
암삶 13-신장절제수술2 “당신 암... 넘버 쓰리"(2011년) 난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들락날락하는 환자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난 벌써 3시간이 넘게 진료실 앞 복도며, 홀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릴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고개를 푹 떨구고 들어갔다가 어깨를 쫙 펴고 나오는 환자, 근심 어린 표정으로 들어갔다가 활짝 웃고 나오는 환자, 어두운 얼굴로 들어갔다가 더 어두운 얼굴로 나오는 환자, 혼자 온 환자, 온 가족이 몰려온 환자, 조용히 있다가 조용히 들어가서 조용히 나오는 환자, 옆 사람에게 병 자랑하며 정보를 얻으려 애쓰는 환자, 젊은 여자 환자, 80은 훌쩍 넘겼을법한 할아버지, 가족의 부축 없이는 한 발자국도 옮기지 못할 듯한 환자, 이 간호사 저 의사 등의 목례를 받는, 누가 봐도, 이 대학병원 의사 같은 환자... 하지만,.. 2021.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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