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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13년 전원, 두 번째 수술, 폐 절제17

암삶 43-중환자실을 나와 회복기 그리고 어느 갑부의 3개 월 후 죽음과 그 후 가난한 나의 8년_폐 전이 폐암 수술 8(2013) "좀 어떠세요?" "안녕하세요, 교수님?" "참을 만하시고?" "하하하, 예" "수술은 잘 됐어요." "예, 고맙습니다, 교수님." "수술은, xxx 교수가 말한 대로는 안 되었어요. 그렇게 할 수가 없었어요." "왜요?" "암 덩어리들이 겉에 있었으면, 그럴 수도 있었을 텐데, 폐 깊숙이 들어있었어." "그럼?" "오른쪽 폐 3 엽을 잘라냈어." "그 암 덩어리들이 어떻던가요, 교수님?" "큰 것들 세 개가 있었는데, 큰 게 한 3cm 가까이, 나머지 큰 2개는 한 2cm 정도였는데, 자잘한 것들도 있었고." "으음, 예……." "앞으로 회복 잘하시고, 그러세요." "예. 수고하셨습니다, 감사드리고요." "그럼, 뭐 필요한 거 있으면 말씀하시고, " "그런데, 교수님! 남은 자잘한 것들은 어떻게 해야 .. 2021. 9. 24.
암삶 42-폐전이 폐암 수술 7_수술 후 회복실 느낌 그리고 생사가 교차하는 중환자실에서 보낸 며칠(2013) 어렴풋이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내 몸은 바퀴가 달린 침대 위에 눕혀있었다. 그런 채로 어디론가로 이동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천장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창문이며, 벽이며 내부의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선 내가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해서 다시 깨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먼저 안도했다. 내 몸이 눕힌 채 굴러가던 이동침대 옆에 생각지도 못했던 누군가가 어렴풋이 보였다. 누구일까?...... 올 사람이 누굴까? 정상적이라면 마취가 풀리는 건 시간의 흐름에 정비례한다. 이동침대가 더 굴러갈수록 정신은 돌아온다. 시야도 더 또렷해진다. 익숙한 냄새는 그 존재를 짐작케 했다. 뜻밖에도 아버지가 계셨다. 집을 나오셔서 택시를 타셨던지, 아니면 버.. 2021. 9. 24.
암삶 41- 폐전이 폐암 수술 6_수술날 새벽 찬 공기 속 수술실 앞 대기실 풍경과 눈물이 가린 시야(2013년) 수술 날 이른 아침, 밖은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채 새로운 빛이 밀려오고 있었다. 유리창 너머로 새순이 돋아오는 나무들이며, 봉우리를 막 터트릴 것 같은 꽃들이, 내 안 가득히 스며들 것 같은 봄날이었다. 성질 급한 목련은 이미 그 꽃들을 거의 다 떨어뜨리고 있었고. 오늘 수술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상상해봤다. 비뇨기과 교수님은 수술이 결정된 어느 날 내게 말했었다. “큰 암 덩어리들만 똑 떼어달라고 코멘트를 남겼습니다.” 어젯밤 뵈었던 수술 집도의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폐란 거 막 그렇게 헤집고, 떼어내고 그러는 게 아닌데!” 그런 말들을 떠올리며,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뭘까 생각해봤다. 없었다! 그냥 수술대 위에 누워있는 것 이외의 어느 것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새삼 깨닫는 것.. 2021. 9. 23.
암삶 40-입원 위해 짐을 싼 후 목련 위 직박구리를 보며 집을 떠나고_병실 풍경과 인간 군상 그리고 폐 칼잡이 교수님의 수술 전 회진_폐 전이 폐암 수술 5(2013) 하지만 입원 날이 가까이 다가오면서, 부모님께는 어쨌거나 말씀드려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여러 나날, 여러 번, 마음속을 들랑날랑했다. 부모와 자식이란 게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숙명 아닌가? 자식한테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길양이면 전날 밤 부모님의 꿈자리에 나타난다고 하지 않는가! 그게 아니라면... 길을 가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무슨 걸쩍지근한 생각이 든다든지 하는…. 말씀을 안 드리고 수술했는데 나중에 아시면 소외감이나 서운함이 깊지나 않으실까? 시간의 문제일 뿐... 어차피 언젠가는 아시게 될 텐데…. 나는 이것저것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내가 암 수술하는 게 처음이 아니고 두 번째라서 가방을 싸는 게 더 능숙해진 듯했다. 하지만 나는 무슨 여행이라도 가는 듯 이것저것 넣는 게 어색.. 2021.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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