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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늦을 때란 없다

블로그를 하는 이유

by 힐링미소 웃자 2023.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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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포스팅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에너지도 투여된다. 특히 4기 암 투병생활에 대한 기록은 신중하면서도 솔직해야 하고, 재미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그것 말고도 시간과 정성을 들여 열심히 쓰는 이유가 있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암 진단 혹은 4기 암 진단이 인생의 끝이 아니라는 거, 그래서 힘을 내 활기차게 살기를 바라는 맘 때문이다. 일종의 연대감이다. 
 
암, 항암투병에 대한 정보 제공 목적의 블로그는 그냥 쓰면 안 된다. 감상이나 삶의 단편에 대한 기록이야 내키는 대로 써도 될 것이다. 왜냐면 말 그대로 주관적 감상이니까. 하지만 정보 공유의 목적으로 쓸 때는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정보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료준비가 필요하다. 내가 받은 검사들과 수술들, 진료내용들, 기록지들, 영상자료들... 그렇게 준비해야 할 게 많다. 
 
그러나 거기서 끝나면 안 된다. 때론 전 세계의 인터넷의 바다를 떠도는 기록들을 참조해야 한다. 그것도 주요한 병원이나 학회와 관련된 과학적이고 유의미한 통계를 담보하는 기록들을 수집하고 분석해야 한다. 그건 블로그 콘텐츠를 구성하기 위해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나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내가 그런 정보를 공부함으로써 내 건강을 더 잘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내 블로그를 읽는 사람들에게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도 역시 필요하다.
 
그런데 항암을 하는 이유는 하루라도 더 살기 위해서다. 그것도 재밌게 살기 위해서다. 즉, 질 높은 삶을 살기 위해서다. 암 환자, 특히 4기 암 환자인 내게 질 높은 삶 내지는 삶의 질을 높인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재밌게, 행복하게 산다는 뜻이다. 하루라도 더 의미 있는 사람들과 의미 있는 추억 하나 더 만드는 것이다. 좋은 음식 하나라도 더 먹어보는 것이다. 좋은 곳 한 군데라도 더 가 보는 것이다. 좋은 차 한 번이라도 더 타보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삶을 지향하기 때문에, 재밌는 블로그여야 한다.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 벌써 13년째다. 물론 나보다 더 오래 사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분들도 다 그러시겠지만 나의 4기 암 13년도 우여곡절, 다사다난하고 지난한 여정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역시 의미 있고 즐겁고 행복한 여정이기도 하다. 큰 수술 4번 을 받았다. 여기저기로 전이된 상태다. 폐는 진단과 동시에 전이된 상태였다. 이어서 우리 몸 뼈들 중 가장 길고 튼튼하다는 허벅찌뼈, 거기를 두 번이나 잘라냈다. 
 
사실 4기 암이라는 말은 그냥 붙이는 게 아니다. 암 새포들이 온몸 거의 안 간 데다 없는 상태라는 뜻이다. 그러니 여기저기로 전이가 된다는 건 동어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관리의 문제다. 몸과 마음 둘 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안 받는 상태. 그걸 위해서 잘 관리해야 한다. 남과 주변 환경이 날 관리하게 하면 안 된다. 내가 내 몸을 관리하고, 내가 내 마음을 관리해야 한다. 내가 내 삶을 살아야 한다. 언제 가도 놀랍지 않은 4기 암 환자의 삶이라서 더더욱...
 
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항암을 전파하기 위해, 그분들께서 용기를 내셔서 나처럼 4기 암에 굴복하시지 말길 바라는 맘에서 여기저기에 쓰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에도 썼고, 티스토리에도 쓰고 있고, 블로그스팟(Blogspot)에도 쓰고 있다. 이 디지털 기록은 내가 죽어도 살아있을 것이다. 책임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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