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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12년 수술 후 추적검사

암삶 28-암 수술 후 관리 엉망 암 악화 다시 금주 그리고 흉부외과로의 진료의뢰 절규(2012년)

by 힐링미소 웃자 2021.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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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을 부르는 암환자의 음주

내가 술을 입에 대면 댈수록,
마시는 양도, 횟수도 늘어났다.
몸도 자꾸 더 피곤해져만 갔고.
그러면서 두려움도 커지고...
‘이러다 급성으로, 아주 급성으로,
암세포가 온몸에 순식간에
쫙 퍼지는 게 아닐까?’라는,
‘그래서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게 아닐까?’라는!

그러면서도
"이게 뭐 하는 짓이냐?"
"도대체 이게 뭐 하는 것이냐!"
"이런다고 무슨 해결책이 나올까?"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
저 어린것들은 어찌할 것인가?"
"저 어린것들한테 이런
아빠가 어떻게 보일까?"
"꼭 이런 엉망인 모습을
보여줘야만 하는가?"
그런 유의 수 없는 질문을
자신에게 하곤 했다.

그런 패턴이 몇 달간 지속하면서
'정기검사의 결과도
안 좋아지는 게 아닐까?',
또 '몸 관리를 이렇게 엉망으로
하면서 뭐 하러 병원에 가서
정기검사를 받나?' 하는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이 수도 없이 들었다.

 

운동을 방해하는 암환자의 음주

그런 심한 자책 말고도
꾸준하게 했던 운동에도 변화가 생겼다.
횟수도 줄어들고 거르기도 하고...
난 사실 4기 암 진단 직후부터
술과 담배를 끊었었다.
그러면서 매일 두 차례씩
운동도 꾸준하게 했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침에 1시간, 저녁에 1시간, 그렇게.
뒷산에서 산책도 하고,
뛰기도 하고,
각종 운동기구를 이용해서
근력운동도 하고 그랬었다.

그런 모든 게 무뎌지게 됐다.
하기 싫어서가 아니고
간밤의 술로 인한
숙취 때문에 피곤해서
아침에 일찍 못 일어나는 횟수가
자꾸만 늘어만 갔던 거다.
그러면서 운동을 나가던
정해진 시간을 놓치게 되고,
그게 맘에 안 들어
아예 그날엔 운동을 거르게 되고... 악순환!
암환자가 해서는 절대로 안 되는
그런 못된 생활습관......

 

암 한자 음주 후 검사 결과 


그런 불규칙하고 불성실한
몸 관리가 몇 달째 진행되고 나서
이어진 정기검사는 하필
종합 검사였었다.
폐 CT, PET-CT, 혈액검사, 소변검사 같은,
세트로 이루어지는 검사.
당연히 1주일 후에 결과가 나올 테고...
아니 성적표가......

결과가 나오는 1주일 후,
결국에는 난 그렇게도
보고 싶지 않던,
듣고 싶지 않던 사실에
맞닥뜨려야 했었다,
폐 속의 암 덩어리들에 대한!

그리고 그 결과는 또한
내가 한동안 입에 댔던 술과의
긴 작별을 다시 고하게 되는
계기도 되었다.

'이건 내가 예측했던 수준을 넘어가는구나.'
그런 생각이, 검사가 거듭될수록,
의사 선생님을 뵐수록,
확실해져 갔다.

 

"교수님,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면역치료 외엔 치료법이 없나요?"

"뭐 그냥 해준다는 인터루킨도 싫다 하고...
문제는 신장암에 듣는 항암제란 게 없다는 거지."

"그럼 제 상태는 지금 어떤 건가요?"

"상태? 시간이 갈수록 폐에 있는
암세포들의 크기와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지..."

내가 수술 후 1년 6개월쯤 지난 시간,
그때까지의 교수님의 말씀을 종합해 봤다.

1. 폐 속 암세포들이 서서히 커지고 있다.
2.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
3. 방사선 치료도 효과 없다.
4. 효과 있는 먹는 항암제도 없다.
5. 면역치료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6. "당신의 폐와 몸속엔 시한폭탄이 돌아다니고 있다".

어느 것 하나 긍정의 시그널이 없었다.

"교수님, 그럼 이대로 그냥 추적 검사만 해야 하나요?"

"그럼?"

"교수님, 도대체 제 폐 속에 있는
암세포들이 몇 개나 되나요?"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예?"

"뭐 그렇게 알고 싶다면... 봐 여기 CT 영상!
여기 이것들이 큰 놈들, 또 여기도, 저것도,....
다 해서 한 스무 개가 넘지 않겠나 하지."

"스무 개요?"

"눈에 안 보이는 것까지 하면..."

"하면... 아주 많나요?"

"이게... 전에도 말했지만,
첨단 기기로도 안 보이는 게 많아.
그러니 형체가 보이고,
암일 거라 예상되는 게 한 스무 개쯤 되니,
... 안 보이는 건 더 많겠지."

"교수님, 이렇게 있을 수는 없잖습니까?"

"그럼?"

"폐를 수술할 수 있도록 좀 해주세요."

"어떻게?"

"흉부외과에서도 진료를 하고 싶습니다.
진료 의료사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이런! 내가 알아서 해!"

"예?"

"이걸 다 어떻게 도려내?
폐는 함부로 건드리면 안 돼.
폐는 간과 달라서 잘라내면 재생이 안돼.
또 깊이 있는 건 어떻게 할 거야?
이 많은 걸 다 어떻게 수술로 끄집어 내?"

"그래도 일단 흉부외과 쪽에 가면..."

그 교수님은 절대로 진료의뢰서를
안 써주실 것 같았다.
다른 병원도 아니고
같은 병원의 다른 과 의사한테 가서
한번 내 폐를 보이고 싶다는
간절한 부탁이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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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속한 주치의, 진료의뢰서 안 써주는 교수


지금 와 생각해 보면, 그 교수님 말씀이
맞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상식적으로 암세포 하나 떼 내려면
그 주변을 광범위하게 절제해내야 하는데,
그럼 폐는 만신창이가 될 거고...
충분한 숫자의 폐포가 없다면,
생명을 유지하는 산소는
어떻게 몸에 공급할 거며....
폐렴이라도 심하게 생긴다면?
면역력도 떨어진 상태에서
심한 폐렴에라도 걸린다면?
끔찍한 재앙, 그 자체가 아닐까/ 하는.
그러함에도 그때 난 아주 절실했다.
결국엔 이런 말까지 그 교수님께 드렸었다.

"교수님. 제가 죽길 바라시나요?"

"이런! 무슨 그런 말을!
환자가 죽길 바라는 의사가 세상에 어딨어요?
이건 너무 하잖아!"

사실 그때 나의 생각은
그 '교수님이 너무 하신다!'였었다.

"아니시라면 흉부외과에 의뢰 좀 해주셔요.
부탁드립니다."

"아 참 내... 정 그렇다면 P 교수한테 가 봐.
나랑 많이 호흡을 맞추는 교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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