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암/2012년 수술 후 추적검사

암과의 동행 29(2012년)-왼쪽 폐 1주일 입원 수술 후 오른쪽 폐 1주일 입원 수술 제의

by 힐링미소 웃자 2021. 9. 21.
반응형

흉부외과 진료 의뢰

 

인자하신 인상의 흉부외과 교수님이

웃음으로 인사하셨다.

나이에 비해 머리숱이 적으셨다.

난 속으로, 웃긴 편견이지만,

"공부도, 연구도 엄청 하시는 분인가 보구나." 했다.

 

물론 비뇨기과 교수님께서

이 분을 소개하신 후 

의료 경력을 이 병원 홈피에서 찾아봤었다.

각종 신문이나 방송에 노출되신

사유도 찾아봤었고.

특히 아랍 어느 특정 국가에서 아주 유명하신 분이셨다.

수술 잘하시는 걸로.

하지만 직접 뵈니 마치 연구원 같으셨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예. 안녕하세요? 얼마나 고생이 많으세요?"

"고맙습니다, 교수님."

"제가 환자분의 기록을 미리 살펴봤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참 많이 해야 하는

케이스입니다."

"어떤 의미신가요, 교수님?"

"예. 양쪽 폐에 결절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숫자도 상당합니다. 크기도 그렇고요.

큰 것들은 이미 2cm를 넘긴 것들도 있습니다."

 

암세포들의 탐욕, 폐 전이암의 위험성

 

암세포들은 참 그 탐욕이 엄청나다.

최초 암 진단받았을 때도 양쪽 폐로 전이된 후라는 걸 알았었지만, 알았었지만,알았었지만,

그 후로 얼마나 지났다고 크기가 그리도 속성으로 자란단 말인가!

 

"몇 개나요?"

"글쎄요... 자 이 폐 영상화면을 봐주십시오,

여기 왼쪽 위에 2센티가 넘는 게 보이고요.

그밖에 여기저기 한 10여 개가 보입니다.

오른쪽을 보시면 하엽 쪽에 역시 2cm가 넘는 

암덩어리가 보이고요. 그 밖에 2cm에 육박하는

것들도 서너 개가 보입니다. 

자잘한 것들도 역시 많고요.

그렇게 쭉 보시면... 

아마 24 개 정도가 우선 보입니다."

"24개요?"

 

반응형

난 말문이 막혔다.

"그럼... 교수님, 저걸 다 떼내나요?"

"예. 최선을 다해서..."

"그게 가능할까요?

난 못 미더운 듯 또다시 되물었다.

 

"그래도 큰 덩어리들을 제거하면

나머지들이 약화되는 경우도 있다 합니다.

물론 전 비뇨기과 의사는 아닙니다만,

이 종양들은 누가 봐도 

신장 암이 전이된 경우입니다.

따라서 폐에 있더라도 

기본 성질은 신장암입니다.

하지만 폐에 자리 잡고 있으니 

저 같은 흉부외과의사가 

수술을 해야겠지요."

 

폐 전이 결절 제거 방법, 폐 전이암 절제술

 

난 벙쪘다.

"그럼 수술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난 또다시 물었다.

"예. 우선 입원하신 후, 

왼쪽 것들을 먼저 하겠습니다.

그리고 한 1주일 정도 입원하시고요.

귀가하셔서 한 2주 정도 회복하십시오.

그런 후 다시 오셔서 나머지 폐를

수술하신 후 1주일 정도 병원에 계십니다."

"힘들겠네요."

 

나는 여전히 꿈을 꾸는 듯했다.

머릿속으로 그런 과정들을 상상했다.

어질어질했다.

난 고등학교 때 선택과목으로 생물을 공부했었다.

그때 배운 바에 의하면, 

폐는 무수히 많은 폐포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 폐포들의 모양은 꽈리 모양을 하고 있고,

그곳으로 엄청난 숫자의 혈관들이 

지나는 걸로 배웠다.

 

"그런데 그런 폐 안에 

그 망할 놈의 암덩어리들이

똬리를 틀고, 한두 놈도 아니고

20개가 넘는 놈들이 여기저기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말이잖아?" 

나의 상상은 이젠 이미지로 변하고, 

그 이미지들은 또다시 3D로 변하고 있었다.

 

1cm짜리 암덩어리에는 10억 개의 암세포.

그럼 난 2cm 넘는 게 여럿, 

1cm 내외도 또 10여 개...

그럼 도대체 암세포들이 얼마나 되는 거야?

그리고 그 속을 칼이니, 핀셋이니, 인두니 

하는 것들로 후비고 지지면서 

다 들춘다는 얘기잖아, 지금!

난 입을 열었다.

 

"교수님, 그런 후에도 살만한가요?"

"좀 힘들기는 하겠지만... 

뭐 당장 죽진 않을 겁니다."

"이런 수술은 받으신 분이 

저 말고 또 있으신가요?"

"예. 한 분이 계셨는데,... 

여자분이셨는데,...

수술 후 한동안 못 뵙다가 

어는 날 병원에서 한 번 뵈었는데,

저를 보시곤 가까이 오시더니 

인사를 하시더군요."

"아 그래요?... 다행이네요..."

 

난 그 교수님의 

그 말씀에 '한번 용기를 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수술에 응하겠습니다!'라는 

말을 하려는 순간,

그 교수님이 말씀을 덧붙이셨다.

 

"그 후론 뵌 적이 없습니다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