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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17년, 항암 딜레마, 다리뼈와 폐암 커짐

[암삶 76] 여전히 붙지 않는 뼈와 커지는 폐 속 암 덩어리들 그러나 사랑하자(2017)

by 힐링미소 웃자 2021.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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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은 갔다. 어차피 내가 인식하든 말든 시간은  내 의좌 무관하게 간다 구름이 흘러갈 때 내가 움직이거나 누워있거나...나의 그런 행동들과는 무관하게... 역시 그들의 물리법칙에 의해서 흘러간다. 내가 어떤 주문을 넣는다고 해서 빨리 가거나 늦게 가거나 할 그럴 성질의 자연현상이 아니다. 내 나이도 그렇고, 내 육체도 역시 그렇다.

 

어쩌면 이 세상에서 내가 내 멋대로 할 수 있는 게 의외로 너무도 적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여전히 내가 주인공인 건 사실이다. 내 몸의, 내 영혼의, 내 맘의, 내 의지의...... 더 중요한 것은, 어쩌면 세상은... 그대로 일지는 모르지만, 해석은 내가...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것, 그건 진리일런지 모르겠다.

 

각도를 조금만 달리해보면, 어떤 점에서는 내가 이 세상에서 내 멋대로, 내 본능대로, 내 이성에 의해서...뭔가를 만들고, 움직일 수 있는 것들도 의외로 많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만족이나 행복의 영역쯤 되면, 그 정도가 더 클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다. 내가 하늘 위 구름을 맘대로 움직일 수는 없지만 맘대로 해석할 수는 있는 것처럼......

 

내가 아무리 내가 가진 암에 대해서 치료제를 개발하거나 기적을 불러오거나... 감쪽 같이 없어지게 하거나 할 수는 없다손 치더라도, 그런 것들이 불가능한 것들임을 너무도 잘 알더라도... 그러나 그것들, 내 몸 속의 정상세포들이 헤까닦하고, 내 콩팥 하나를 송두리치 뺏어가고, 퍠의 일부를 앗아가고, 가강 긴 다리뼈의 한 가은데를 가져가고, 그래도 여전한 폐속엔 20여개가 넘는 암덩어리들이 커가고, 다리뼈는 서로 붙지 않는 다는 사실들, 그런 것들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는 내 맘에 달려 있다는 믿음이다.  한없이 슬픈 일로, 한 없이 고통스러운 일로도... 아니면 아주 재수 없는 일로, 아니면 저주받은 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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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떻게 생각하면... 역시 나의 자유의지 영역일 수가 있겠지만, 어쩌면 내 삶을 되돌아볼 수 있을, 아니면 되돌아볼 수 있을 계기, 치명적인 그러나 소중한 계기가 되지 말란 법도 없으리라. 그러나 어떻게 생각하든...분명한 한 가지 사실은 있지 않을까? 그건 마치 내 삶의 시작이 내 의지와 무관하게 시작됐고, 그렇게 남자조상, 여자조상의 어떤 신묘한 결합에 의해 이 세상에 존재하기 시작했던 것이 사실이아 해도, 그러나 어쨌든 내 몸이고, 내 삶이란 것, 그러니 살아야 한다는 것. 어쩌면 가장 최선을 다해서 실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마 그다음 것 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직 안 죽고 있다는 것. 내가 아직은 안 죽었다는 것. 그러니... 아직 살이 있다는 것. 그것! 내가 아직 죽지 않았고, 아직 그리고 여전히 살아 있다는 사실은 대단한 축복이 아닐까? 최소한 그렇지 않을까! 사실 2017년은 내게 많은 일들이 일어났던 시간 들었다. 그러나 내 병, 내 몸속의 암덩어리들, 내 몸에서 태어난, 내 몸의 일부분이었던 것들이 내 숨통을 조여 오고 있었다는 것, 구체적으로는 항암제를 먹을 수도, 안 먹을 수도 없는 상황들, 암은 커져가고, 그러나 뼈는 붙지 않고... 진퇴양난의 연속이기도 했던 2017년이었다는 것.

 

그래도 여전히 나는 한편으로는 웃고 떠들었고, 친구들을 그리워했고, 그런 만큼 자주 만났다는 사실. 역시 사람 사귀는 것 좋아하는 천성 탓에 새로운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고...그렇게 난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었다. 그건 확실한 사실이었다. 난 불평도 안 했고, 남을 탓하지도 않았었다.  뜬구름 잡듯이, 신기루를 쫒듯이 허황된 희망, 근거 없는 희망으로...이를테면...기적같이 폐 속 암덩어리들이 줄어들고...사라지고...내 허벅지뼈, 원래의 뼈와 죽은 아이가 선물하고 간 내 뼈 반만한 이식뼈가 강력본드로 붙힌 무엇처럼 딱 붙어서 지팡이 없이도 보행이 가능하고, 산에도 가고, 달리기도 하고...그럴거라고 나를 괴롭히지도 않았고...암으로 해서 곧 죽을 것처럼 요란을 떨지도 않았다.

 

그저 인생을 더 사랑하기 시작했다. 아니 시작이 아니고... 언제 내가 내 삶을 사랑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가...난 오히려 내 삶을 더 긍정하고, 더 사랑하고, 더 소중하게 대했다. 암덩어리들이 더 커갈수록, 다리뼈가 기대만큼 붙지 않을수록 내 삶, 내게 주어진 시간들에 대해서 더 소중하게, 더 아름답게...그렇게 완전히 다른 입장을 갖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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