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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21년 4기 암 11년째, 올바른 항암 생각

짦아진 다리를 보며 5, 스캐노그램(Scanogram)과 다리길이 차이 측정 그리고 장애급수

by 힐링미소 웃자 2021.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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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형외과 정기검진에서 나왔던 결론은 두 가지였다.
1. 한쪽 다리가 짧아지고 있다.
2. 그쪽 다리 골다공증도 심해지고 있다.
진료가 끝날 때쯤,
“CT? 아니, MRI! 그걸 언제 찍었지요?”
라고, 정형외과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글쎄요. 꽤 된 듯합니다만…”
“아! 아직은 안 찍으셔도 될 듯합니다.”

 



그런데, 며칠 후 다른 진료가 있어서 이른 아침 병원에 갔었다. 주차장에서 빠져나와 코로나 QR쳌을 끝내고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는데, 뒤에 누군가 아는 사람이 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뒤를 돌아보았다. 그 정형외과 교수님이 QR쳌을 하고 계셨다. 난 가던 길을 멈추고 그분을 기다렸다. 가까이 다가오셨다. 그분과 내가 거의 동시에 인사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일찍 출근하시네요?”
“아니요. 조금 늦었어요.”
“아! 그러시군요? 그런데 교수님은 아침식사는 하셨는지요?”
“아니요. 저기 직원식당에 가서… 그런데 어쩐 일로…?”
“예. 타과 진료가 있어요. 그분께서 지난주 검사 때 작년에 하신 말씀과 다른 처방을 내리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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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 교수님 처방과 검사에 대해서 이러니 저러니 하는 말씀을 드렸다.
“아! 왜 그러셨을까요?”
“글쎄요, 교수님…”
“그런데 뒤에서 보니 다리를 많이 저시네요.”
“예, 그렇지요? 교수님 진료실에서 볼 때와 다르지요?”
“네. 그땐 걷는 걸 못 봤는데…”
“엊그제 교수님께서…2.8 인가 2.9cm쯤 차이가 난다고 말씀하셨지요?”
“네. 엑스레이에 나온 걸 그 프로그램 줄자로 재는 것 보셨듯이.”
“그런데… 교수님, 사실 제가 차이가 많이 나는 듯해요.”
“그러게요.”

그 교수님이 아침식사를 하셔야 한다는 걸 맘 속에 두고 있으면서도, 그 시간을 난 뺏고 있었다. 그분은 내 다리를 위해서 몇 가지 선한 일을 하셨었다. 하나는 내 다리를 보시자마자,
“자다가도 골절이 일어나고도 남을 상태다!”
라는, 말씀과 함께 옆에 직원분께,
“이분 빨리 수술일정 잡으세요. 우선 입원조치를 내리시고요. 그날 내 예정된 수술은 좀 딜레이 조치하신 후 이분 먼저 봅시다.”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내 다리를 서둘러서 잘라낸 후 성공적인 이식을 마치신 후에는,
“아이고 자르는 게 여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아닙니다…. 그나저나 양쪽 다리 길이가 딱 맞게 해 드렸습니다. 위아래는 공간을 좀 뒀는데… 위아래 원래 뼈에서 자라나 메꿀 것 예상해서요.”
라고, 말하시며 내 걱정을 많이 하셨었다. 정성스레 치료와 진료와 다학제적 케어도 잊지 않으셨고.

 

그런데 항암제, 신생혈관 억제를 기전으로 하는 그 항암제 때문에 뼈가 기대처럼 자라지가 않았고, 당연한 인과관계로 다리뼈가 붙지 않았고, 그렇게 이음새가 메꿔지지 않는 바람에 상체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위쪽 핀 2개가 완정 ‘댕강’ 뿌러졌고, 그 바람에 양쪽 다리 길이가 달라지기 시작했었다. 그런 저간의 사정을 아시는 교수님이기에 좀 미안함을 담은 표현을 몇 번 하셨었다. 그 후로 서로 농담도 하며, 말할 땐 내 어깨도 뚝뚝 가볍게 치시며,
“4기 암환자는 지치시면 안 됩니다. 그럼 암한테 집니다.”
그렇게 내게 많은 격려와 응원을 해오고 계신 양반이다.

“다음에… 스캐노그램 한 번 찍어봅시다.”
“스캐노그램요?’
“에> 줄자가 있는 엑스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예… 그런데… 그걸 하면?”
“정확한 길이가 나옵니다.”
“그럼?”
“그럼 3cm가 넘게 나오나 보고…”
“그리고요, 교수님? 그런데 왜 3cm요?”
“그게 장애급수의 근거가 됩니다.”
“아, 스캐노그램.”

난 고맙기도 미안하기도 했다. 출근으로 바쁜 병원 사람들과 외래환자들이 밀물처럼 몰려오는 복도에서, 그리고 너무도 바쁘실 교수님을 20여분이나 붙잡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더더군다나 아침식사 땜 빨리 교수식당으로 향하시던 분을 그렇게 오래 붙들고 있었다니……

난 그분과 헤어진 후 위 정형외과 간호사실로 향했다. 진료동 가운데에 있는, 대여섯 명이 모여서 업무를 보는 공간이었다. 스캐노그램이 뭔지와 예약이라도 해야 하는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분들 중 선임이 말했다.
“영어로 scanogram이라고 합니다. 나중 진료 때 오셔서…아! 1시간 일찍 오셔서 엑스레이 찍으시지요? 그때 저희에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난 참 돌발적이고 기상천외한 별별 검사를 다 받아본다. 어느 날 갑자기 기대도 않던 완전관해 판정을 받더니, 이어서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항암제 없는 달콤한 세월을 갖고, 그러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막 시작하려고 동분서주했고, 어느 날 다리 통증에, 받아서는 안 되는 치료를 받다가 더 악화되고, 어느 날 갑자기 하체부위 집중 엑스레이에 다리뼈로 육종성 변이에, 다리 가운데 짤라먹고, 장애인에… 이제는 3cm 가까이 짝다리라?

참… 내 인생, 드라마틱하다는 생각이다,
인생사 새옹지마란 말 거짓된 말 아님도 경험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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