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부엌에서 테레비를 보다가
아이 하나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따라가니 청개구리 한 마리가 벽에 붙어 있었다.
내가 밖 우물가에서 발 닦고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없었다.
아버지께 여쭈니 흔한 일이라고 한다.
고향에 정착하려면 나 또한 흔한 일로 알아야겠다.
시골집엔 아버지 혼자 계시다.
어머니께서 요양병원에 계시는 바람에 쭉 혼자 계셨다.
그런 까닭에...
작년에 고향에 자주 갔었다.
자주 갔다기보다는 뻔질나게 들락거렸다.
내가 15살 때까지 나를 만든 곳이다.
내게 가장 의미 있는 곳이다.
아니, 정신적 토대다.
내 고향은 산 좋고, 들 좋고, 물 좋은 곳이다.
금강 하구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들이 넓은 동네지만 들판에 벼 밖엔 안 보인다.
땅이 황토흙이란다.
물 빠짐이 안 좋으니 시설작물에는 안 어울린다고 했다.
그걸 무시하고 몇 분 이서 억 단위 투자하셨다가 망했다는 얘기는 전설이다.
벼농사에는 이만한 땅이 없다고 한다.
내가 듣기에 나쁜 말은 아니다.
농업경영인을 희망하는 난 벼농사가 싫지는 않다.
밭도 나름 조금 있어서 삼시세끼 야채 걱정은 안 해도 될 듯하다.
나 어릴 땐 저 높은 하늘 위로 솔개들이 날아다녔다.
어떤 땐 정말로 큰 독수리가 높은 하늘을 빙빙 도는 걸 보곤 했다.
어른들은 숨으라고 소리쳤다.
송아지도 채가는 판에 어린 너네들은 말할 것도 없다며.
그때가 아마 국민학교 2학년 전후였던가 보다.
고향을 더난 뒤 난 독수리가 날더란 말을 듣질 못했다.
하지만 이젠 별 애기가 다 떠돈다고 한다.
들짐승, 산짐승 얘기들 말이다.
내 고향은 빛공해는 없다.
해가 지면 깜깜해진다.
가까이에 차 다니는 분주한 도로가 없어 조용하기도 하지만
길 양 옆을 밝히는 불도 없다.
그러니 칠흑 같은 밤이다.
별 헤는 밤이 날마다 온다.
그러나...
동네엔 젊은이들도 애 우는 집도, 늦은 밤 고샅길에서 사랑을 나누는 청춘들도 없다 보니
덩달라 들짐승, 날짐승, 산짐승들이 대신 그 자리를 메꾸나 보다.
쥐, 뱀, 오소리, 멧돼지, 너구리, 청설모, 올빼미, 매, 독수리까지 요란 시끌하단다.
더군다나 지난해 어머니 장례식 후
집에 며칠 머무는데...
아버지께서 분주히 움직이셨는데...
우리 애들이 소리 고래고래 지르며... 기겁했다.
쥐가 부엌 냉장고 뒤에서 두 마리나 나왔고...
그걸 아버지기 잡으셨고...
밤 12시 넘어 천장을 분주히 오가는 쥐새끼 두 마리 때문에
근처 도시 호텔방 알아보자고 보채는 바람에 죽는 줄 알았다, 달래느라...
그 뒤로 우리 애들은 시골에 절대 안 간다니...
어차피 나 혼자 독차지해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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