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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18년 장애인이 되다, 유럽 여행

보행장애 4기 암 환자에게 자동차란 1

by 힐링미소 웃자 2025.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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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가 되고 나면, 진단받으면, 내 인생 이게 뭔가?라는 강한 회의감 비슷한 게 온다. 하루에도 수도 없이 찾아온다. 그래도 힘을 내 맞서기로 한다. 절망과 희망, 좌절과 도전을 거듭한다. 그렇게 5년을 보내고 완전관해라는 최고의 선물을 받는다.

하지만 바로 다음 해, 뼈 전이라는 급작스런 비보를 듣는다. 채 추스를 틈도 없이 절단수술이 이어진다. 그런 과정이 초고속으로 이어지고 나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그 절단수술은 하나의 절차가 아니다. 잘라냈으면 뭔가로 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을 수 있다는 건 어떤 면에서는 축복일런지도 모른다. 아예 이을 다리를 남길 수 조차도 없이 다리 하나를 모두 잘라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니 말이다. 다리뼈 전이, 그건 참 비참한 일이다.

어쨌든 잘라낸 만큼 이을 수 있다면 그나마 감사할 수밖에 없게 된다. 내 경우가 그런 경우다. 그런데… 양쪽 다리 길이가 차이가 어느 정도 되면 문제가 좀 생긴다. 무용 어쩌고 문제가 나니다. 척추가 휘어지고, 각종 통증을 유발한다. 그리고 다른 문제지만 부실한 뼈 때문에 힘을 쓸 수도 없다. 이식한 뼈가 아주 힘없는 뼈가 쓰였기 때문이다. 무슨 뼈였길래? 냉동 저장뼈, 이미 죽어버린 뼈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태에서 힘쓰는 생활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런데, 그 단계에서 안 좋은 또다른 단계가 추가된다. 보행장애 상태를 말한다.

 

수술실로 실려갈 땐 기억났던 것들이, 회복실에선 알 수가 없다. 그저…
“춰요… 너무 춰요…”
그런 후 몇 날이고 잘려나간 부위가 아프다, 시리다, 허전하다… 그리곤 울트라 초강력 진통제를 샷으로 맞고, 수액과 칵테일로 흡수한다. 그런 후, 어떻게 어떻게 퇴원 후 집에서 어떻게 어떻게 지내다…어느 날 병원에 간다. 그런데 그런 어느날,


“그쪽 다리는 폼으로만 있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네?"

"항상 목발 하시고... 언제 허벅지 속 스크루가 부러지고, 이식한 뼈가 상하고... 그럴지 아무도 모릅니다."

교수님의 그런 말씀들... 이어서 난생처음 내 처지가 바뀌게 될 운명이란 걸 알게 된다.  장애인! 
그리고 장애 관련 서류를 떼고, 신청하고, 기다린다. 그리고 배송된 등기우편 속엔,
“영구장애… 재판정 불필요.”
그렇게 다리 하나를 영영... 거의... 못 쓰게 될 걸 알게 된다.

 


보행장애, 4기 진행성전이암, 그런 걸 깨닫곤... 얼마 전 신청했던 판정서를 받게 된다. 그리고 주민센터... 노란 둥근 딱지... 차 대시보드 위에, 앞 유리에 붙인다.

 

자동차라는 물건, 그 후로 내겐, 그저 그런 단순한 기계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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