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되는 여러 영상 검사들...
-폐 CT, 복부 CT, 전신 스캔, 혈액검사 등-을
계속해 받아 갈수록,
단지 크기만 증가하고 있는 게 아니라,
그 개수도 문제가 돼 가고 있다는 말을
담당 교수님은 반복적으로 들었다.
일단 1.7센티를 넘는 크기를 가진
결절-종양-들만해도
3개가 넘고 있다 했다.
그래서 나는 물었다.
그럼 1cm 보다 작은 것들은
얼마나 되냐고.
그 교수님은 그걸 아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곤,
“당신 몸엔
시한폭탄들이 돌아다니고 있어.”
그러니까 내가 2011년 3월에
C 병원 의사 선생님한테 들은 말은,
"이미 폐로도 전이된 상태입니다." 였었고,
당시에 원발암의 암덩어리 크기가 15cm라는
감도 안 오던 숫자에 놀랐고...
그건 보통 큰 게 아니라
엄청난 크기라 해서 하도 놀라서
폐로 전이된 것들엔 상대적으로 주목을 안 했었다.
하지만...
우선 급했던 콩팥에 붙어 있는
암덩어리를 떼어 내는 수술을 마치고
추적 검사를 시작하면서
이 '전이'란 게 얼마나 공포스러운지를
알게 되었다.
'시간이 가면서 천천히 생각해보지 뭐.'
그런 유의 문제가 아녔던 거다
최초의 병원이었던 그 C병원, 당시에 내가 폐전이암들의 크기에 대해서 물었을 때,
그곳 교수님이,
"사이즈는 한 1.3cm쯤 됩니다." 하셨었다.
그리곤 Y 병원으로 병원을 옮겼고,
거듭된 추적 검사가 내 몸을
피곤하게 하기 시작하던
2011년 11월,
내 생애 암 관련 두 번째였던 그 선생님은 결국 그 무지막지한 단어를 처음으로 쓰기 시작했다.
"당신 몸엔
시한폭탄들이 돌아다니고 있어."
"......"
"가장 큰 게 1.7cm로 나왔어."
그래서 내가,
"암세포 1.3cm에서 1.7cm 면 얼마 안 컸네요."
그랬다.
그 교수님은 복잡 미묘한 표정과
눈으로 날 보셨다.
그리곤,
"암세포 1cm는
암세포가 10억 개가 있다는 뜻입니다.
약 1그램으로 우리 의사들은
알고 있습니다.
암세포 1개가 약 30회를
분열한 겁니다."
"10억 개요?"
"10억 개지. 그런데 당신은
1.7cm 니까 산술적으론
17억 개의 암세포가 있다는 뜻이지.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야."
"예?"
"8개월 만에 1.3cm에서 1.7cm로
컸다는 건, 약 3배가 커졌다는 거지.
1.7cm는 지름이고,
부피는 1.7을 3번 곱해야 하니
약 3배가 커진 거지. 빠른 거야."
"예..."
"게다가 당신은 1cm 이상이
5개가 넘는 듯해.
자잘한 것들은 수도 없고."
나는 그날 정신이 나간듯한 기분이었다.
어떤 마음이었을까?
칠흑 같은 밤도 그보다
더 검을 수 없었고,
먹구름도 그렇게
괴기스럽지는 않았을 거야.
배를 열고
창자를 휘젓고
위를 들추고
등뼈 뒤에 붙어 온갖
궂은일 하던 콩팥 하나를
뗀다 할 때도
그리고 회복실에서 금속으로
촘촘히 꿔 매진 배를 봤을 때도
그런 기분보다는 더 나았던 듯했다.
"그럼 어떻게 해요, 교수님?"
"그보다...말 나온 김에
왜 암 크기 1cm가 중요한지를
먼저 말해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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