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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늦을 때란 없다64

4기 암 환자가 바라보는 소비1: 소비에 대한 생각, 식료품값, 기름값 현재 나의 소비 패턴에 회의가 든다. 때론 감당하기 힘들다. 돈 액수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삶을 위한 소비가 아니라 소비를 위한 삶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마치 소비의 노예라도 된 듯한 기분이다. 이 기분이 얼마나 역겨운지 마치 금세라도 토가 나올 것 같다. 아니면 MRI 기계의 통속에 내 머리를 옴짝 달짝 못하게 고정한 채 한 시간 넘게 있을 때의 질식할 것 같은 느낌 내지는 극도의 공포감 같은. 이러면 안 된다. 최소한의 소비가 필요하다. 그런 생각만 든다. 그런데 난 도대체 어느 것을 사는가? 어떤 소비를 하는가? 어떻길래 소비에 대한 극단적 역겨움을 요즘에 느끼는 걸까? 난 다행스럽게도 가계부를 쓰고 있다. 요즘 가계부는 항목만 입력하면 통계가 주르륵 나온다. 들여다보면 내가 어디에 소비하는.. 2023. 6. 3.
90세가 넘는다는 것과 노후 대책 3일간의 연휴, 90세 아버지께서 시골집에 덩그러니 앉아 계신 걸 알면서 나만 고기에 상추쌈 싸 먹고, 밖에 나가 카페에 들러 커피 마시기가 이젠 맘이 편치가 않다 그래서 시골집에 내려갔다. 엄마가 떠나시기 전에는 맘이 상대적으로 편했었다 내가 굳이 내려가지 않아도 두 분 서로 때론 말 상대, 때론 언쟁 상대가 되셨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내가 내려간다 해도 뭐 하러 내려오냐 하시곤 했다. 그러나 이젠 겨우(?) 2주 만에 내려간다 해도 “그럼 그래야지…” 하신다. 이번 연휴 비가 예보됐다. 특히 아버지 계시는 내 고향, 특히 비가 심할 거라 했다. 언제 일기예보가 맞은 적 있더냐 했지만 이번 비는 심상치 않아 보였다. 그래도 내려갔다. 얼굴 보며 밥 두세 끼 힘께 하는 것이지만 만나지 않고, 얼굴보지 않.. 2023. 5. 28.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 그리고 폐전이암 수술 때 생각 며칠간 좋은 공기질 속에서 생활하다가 오늘 같은 날 맞닥뜨리면 공포감이 밀려온다. 숨을 제대로 못 쉬는 게 얼마나 큰 공포인지를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암(원빌암)이 폐로 전이됐는데, 1~2.5cm 정도 크기의 다양한 암 덩어리들이었다. 그것도 20여 개가 넘는다고 했다. 그리고 머잖아 폐가 망가지게 되고, 시한폭탄이 돼 죽을 거라 했다. 그 말은 숨 못 쉬어 죽을 거라는 말과 같았다. 그냥 죽기만 기다릴 수는 없다는 생각에, 고민고민 끝에 뭐라도 해보려고 병원을 옮겼다. 그게 암 진단 후 세 번째 병원이 돼버렸다. 부랴부랴 옮겼는데, 그 세 번째 병원에서는 폐의 상태를 자세하게 말해줬다. 두 번째 병원에서 말했던 두리뭉실한 내용과는 딴판이었다. 거의 쓸 수 없는 상태까지 간 폐 한 조각이 있다고 했다... 2023. 5. 21.
4기 암 환자의 행복한 아침: 쌈밥, 고등어감자조림, 원두커피, 밥 짓기, 친구 생각 4기 암 환자의 행복한 아침 오늘 또 새로운 날을 맞이했다. 감사하고도 기분이 좋다. 창밖은 아직 구름 가득 하늘이다. 비 온 뒤 신록은 더 푸르다. 오늘은 고등어감자조림, 쌈밥, 원두커피, 밥 짓기 얘기다. 어제 산 고등어다. 7,500원 가격표 붙은 한 팩이다. 난 두 팩 샀다. 생물이다. 하지만 어제 못했다. 샛별 방 문제 매듭지어야 해서였다. 밤 1시 넘어 끝났다. 그래도 오늘 아침 5시 반에 일어났다. 미뤘던 요리를 했다. 감자 5개, 화분 속 대파 1개, 고등어 2마리, 고추장, 간장, 고춧가루, 매실 약간, 찧은 마늘이 전부다. 내 스타일로 차례로 프라이팬에 놓았다. 난 저 레이어가 좋다. 밑에 무를 쌓았더라면... 아침을 먹었다. 남겨 뒀던 채소다. 난 채소 색감이 좋다. 맘이 편안하다. .. 2023.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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