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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창작99

태양에 날개를 태우리 눈에 보이는 것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들,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 중에서 단 1%뿐이라고 한다. 우리 시야가 너무 협소한 것인지, 세상에 삼라만상, 끝이 없는 것인지... 색! 빛이 만들어 내는 파장, 세상 끝도 없을 만큼의 존재들, 그 삼라만상을 건드리며 만들어 내는 컬러, 세상에 존재하는 수도 없을 그 접촉들 그러나 우리가 볼 수 있는 것들은 대략 천만 가지라 한다. 냄새, 대략 1조 개나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뇌가 기억할 수 있는 건 5만여 개! 구별할 수 있다는 것과 기억한다는 것의 차이, 존재하는 것과 인식하는 것의 불일치. 네 마음이 보이지 않는다고 네 맘이 없는 게 아니며 맡을 수 없다고 네게 향기가 없는 게 아니고 들리지 않는다고 네 흐느낌 모를 리 없건만 생각해 보면 .. 2022. 6. 17.
단순한 게 그립다 2 얼마 전 뵌 작가님과 어제 문자를 주고받았다. 다음 주에 시집이 나온다고. 다다음 주에 서점에 깔린다고도. 출판기념회는 단단한 suv 빼고는 엄두도 못 낼 산골짜기 책방에서 한다고. 가고 싶다. 그러나 갈 생각을 못 하겠다. 그 출판기념회 날은 내가 또 고향집에 가야 한다. 아버지께서 어머니 면회를 가고 싶어 하신다. 지난번, 6월 초 연휴 기간 중 면회를 했었다. 면회 후 그 식당에 다시 들렀었다. 아버지께서 그 식당 분위기를 무척이나 좋아하시는 듯해서였다. 그 식사 중 아버지가 갑작스레 말씀하셨다. “...세상 뜨기 전에 더 보고 싶다.” 내가 여쭸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얼마나 더 계시다 떠나실 것 같아서요?” “몰라. 곧 떠날 것 같아. 네가 보기엔?” “저가 보기예요?.... 글쎄요... 아마.. 2022. 6. 11.
무언의 말 쉿 항상 말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당신의 입술 당신의 눈 지금 뭘 말하려는지 압니다 그만 그만 말하세요 당신의 표정 당신의 몸짓 지금 뭘 말하려는 압니다 이제 그만 그만 말씀하시길 요 우리의 관계는 죽었습니다 그걸 말하려는 거지요 쉿 익숙한 눈빛 익숙한 입술 지금 뭘 말하려는지 압니다 우리의 관계는 죽었지요 그걸 말하려는 거지요 그러니 더 이상 말하지 마세요 2022. 5. 27.
단순이 그립다 4기 전이암이라는 청천벽력을 40대 중반에 받았을 때 놀랐다기보다는 황당했었다. 그 후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겼었다. 맘도 다잡었고. 그런 중에 내 삶의 모토를 바꿨다. ‘단순한 게 좋다.’ 말을 단순하게 하자. 난 이게 화날 때 말고는 안 됐었다. 대부분 장황설이었다. 암 진단 후 극단적인 단문을 구사했다.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질문이 많아졌다. 내가 너무 짧게 말해 정보가 없다며... 옷가지를 단순화했다. 2년 이상 안 입은 옷들을 몽땅 재활용했다. 재활용 수거함에 다 넣어버렸다. 청바지 두어 개, 반팔 티 몇 개, 운동화 몇 개... 옷장이 널찍해졌다. 책장을 정리했다. 대부분의 책들을 고물상에 팔았다. 내가 억만금을 주고도 못 살 지혜를 얻었던 책들... 그것들이 몇백 원, 몇천 원의 가격이 메겨졌.. 2022.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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