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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창작99

관계는 나를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살다 보면 수없이 많은 관계를 맺는다. 진단 전에는 그 관계들은 그냥 관계였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날, 삶을 정리할지도 모르는 4기 전이암을 진단받은 후부터는 그 어떤 관계도 그냥 관계일 수는 없게 되었다. 부모-자식 간 또는 형제 간 관계 등과 같이 유전자를 공유하는 관계, 처음에는 관심과 사랑으로 시작했으나 계약으로 변해갈지도 모를 부부관계, 동성 간이건 이성 간이건 친구 사이라고 불리는 관계 등 뭐라 부르던 나는 관계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최근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었다. 진작부터 읽고 싶었으나 무슨 꾀죄죄한 책 같아서 미루고 미뤘던 책이다. 최근 부모님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그리고 딸과의 관계를 반추하다 보니... 더 늦기 전에 읽고 싶었다. 난.. 2022. 5. 2.
무조간만남_딸과의 돌발적 조우 1-예감 어제는 딸과 돌발적 조우를 했다. 돌발적이라는 말도 뜻밖이라는 뜻이 들었다지만, 조우라는 말에도 뜻밖이라는 의미가 들어있단다. 얼마나 뜻밖이었으면 그 두 단어를 겹쳐 쓸까! 밖에서 딸을 만나는 일은 아주 즐거운 일이다. 쳐다만 보고 있어도 행복하다. 그런데 아주 가끔 그렇지 않은, 아니, 그럴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어제는 오랜 지인을 만났다. 우리 동네에서 치킨집을 했었다. 아주 오랜 기간 했었다. 내가 지금의 동네로 이사 온 게 20년이 넘는다. 딸, 샛별이 아마 12 개월일 때였을 듯하다. 난 밤늦게까지 일하곤 했었는데, 그래도 동네에 오면 시원한 생맥주 한 잔에 프라이드치킨 날개 몇 조각을 먹는 건 길었던 하루를 마감하는 기쁨 중의 하나였다. 아~~아름다운 그 시절... 아, 시원한 생맥주가 아녔.. 2022. 4. 25.
오는 듯 가는 듯 오는 듯하더니 가는 당신 피는 듯 지는 목련인 듯합니다 가는 당신의 뒷모습 아지랑이인 듯 허공에 스밉니다 마음 돌려 마당을 걷습니다 모퉁이 진한 라일락 향 첫사랑을 불러옵니다 2022. 4. 16.
바람에 맘을 씻고 두 눈을 크게 뜬다 불어오는 봄바람 고였던 눈물 말린다 창문을 연다 맺힌 라일락 꽃봉오리 그새를 못 참고 창백한 얼굴에 스민다 바닥을 본다 아지랑이 영겁을 맘 조인 듯 땅을 뚫고 기지개 켠다 내 맘 뚫고 기지개 켠다 두 눈을 더 크게 뜬다 하늘을 본다 태양을 본다 내 맘 아지랑이 되어 해 주위를 감싼다 무지개로 감싼다 내 맘 한번 허공에 던져본다 겨드랑이 스치는 산들바람 내 맘 간지럽히는 봄바람 부드럽게 살 속 스민다 2022.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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