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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11년 암 진단, 4기, 전원, 첫 번째 수술, 좌절24

암삶 20-4기암, 신장암, "환자분은 암을 부르셨군요", 신장 전절제, 수술 준비 (2011년) ‘식사는 어떠셨는지요?” “식사요?” “예. 어떻게 드셨나 하는 걸 간단히 물어보겠습니다.” “예” “아침은 규칙적으로 드셨나요?” “그런 편이었어요.” “그런 편? 어땠나요?” “월수금 아침 5시에 출근해야 했던 날은 7시경 라면을 먹었어요.” “아침으로 라면요?” “예. 공깃밥 하고요.” “반찬은?” “ 없이요. 짬뽕 라면이라고 있었어요. 해산물이 꽤 들어갔었지요.” “……” 나의 아침 식단을 생각해봤다. 사실 아침은 3가지 패턴이 있었다. 5시에 출근해야 했던 월수금은 아침 7시부터 7시 30분까지 짬뽕 라면으로, 화목엔 집밥, 토, 일요일엔 해장국집에서 사 오곤 했던 뼈다귓국. 점심은 어땠을까? 월수금엔 도시락 밥으로, 화목토엔 분식집에서 배달한 거로 하곤 했었다. 저녁 식단은 생각이 나질 않아... 2021. 9. 13.
암삶 19-신장암 4기 폐전이, 휴식없는 과로와 암, 무얼 위해 하루에 15~16 시간씩 일했나요?(2011년) “혹시 근무환경에 발암 요인으로 짐작되는 게 있나요?” “발암 환경...?” “예. 무슨 특정 금속, 이를테면 배터리나 페인트가 있는 작업환경 같은….” “아니요!” “그럼 다른 카드뮴 함유 물질은?” “제 근무환경이…?” “예 어떤 특정한 물질들은 신장암과 어느 정도 관련 있다는 연구도 있답니다.” “아닙니다. 제 기억엔 없습니다.” 그 수술 코디네이터는 잔잔한 미소를 띠었다. 항상 그런지 궁금했다. 난 시종일관 미소 짓는 얼굴이 좋다. 그게 포커페이스 건 뭐건...... 미소는 전연성이 강하다. 마주한 사람의 얼굴에도 미소를 피우게 만든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기분을 업시킨다. ‘이 분은 세상을 낙관적으로 보는가 보구나..." 난 그런 생각을 하며 설문을 완성해가고 있었다. 설문지 속의 대.. 2021. 9. 7.
암삶 18-신장암, 신장 전절제수술을 불러왔을 흡연과 음주 (2011년) (술과 담배, 음주와 흡연은 분명히 발암 요소다. 많은 전문가들이 그렇게 말한다. 나도 그럴 거라 믿는다.) 그리고 “환자분, 이리로 오세요.” “예.” “환자분, 여기 설문지가 있으니 협조 부탁드립니다.” “예.” "흡연은?" "하루에 1갑 반 정도요." "얼마나 오래요?" "고등학교 졸업 후 아마 매일?" "하루도 안 쉬고요?" "아니요." "그럼?" "군대 때는 아마 하루에 반 갑?" "제대 후엔 매일 한 갑 반요?" "아니요. 아마 한 갑 정도요." "그럼…." "스트레스받았을 땐 아마 하루에 두 갑? 그 정도요." "그럼 평균 내면... 하루에 한 갑?" "아마요. 코디네이터님, 정확히는 모르겠네요". "몰라요? 아까는 하루 한 갑 반이라 하셨잖아요?" "제가 정신이... 아직도..." "환자분.. 2021. 9. 5.
암삶 17-개복, 배를 연다는 말이 주는 복잡미묘한 감정 (2011년) ‘배를 연다’는 말에 나는 끊기고 잘렸던 장면들이 생각났다, 아주 어릴 때 보았던. 시골에서 아직 전기도 안 들어오고 고샅길이 막 리어카가 다닐 수 있을 만큼 넓혀지기 시작하던 무렵 아끼던 미루나무가 잘리어지고 가죽나무도 잘리고 울타리로 쓰던 탱자나무도 잘리면서...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학교에 갔었는데 돌아와 보니 넓었던 채전 밭이 반은 잘려나가고 상체 잃어 망연자실 앉아 있었던 나무들의 밑동 마저 파헤쳐져 있었다. 이리저리 살피며 발걸음을 옮길 때 또 보았다. 동무와 올랐던 나무에 남아있을 추억이 눕혀지고 숨바꼭질하며 숨었던 둥지가 잘려나가고 삭정 가지 잘라 이것저것 만들며 소꿉놀이할 때면 시원한 그늘을 주던 그 넉넉했던 나무의 밑에 있던 그 그리움들이 다 눕혀진 채로 내가 내딛는 두 발의 발등으로 젖.. 2021.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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