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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창작

뺏길 것 없는 시기에 보물같은 친구가 온다

by 힐링미소 웃자 2022.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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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그리운 옛 친구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왔다.
오랜 친구가 한국에 온단다.
항공권을 샀다고 했다.



이 친구를 내가 안 게 80년대 말,
내 나이 20대 피크를 달릴 때였다.
아주아주 젊은 나이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했다.
체다 치즈에 관련된 특허가
10여 개가 넘었다 했다.

당시 난 이공장 저 공장... 공장생활을 막
끝내고 있던 시기였다.
넘들은 유학을 가니, 대기업에 취직을 하니 할 때...
난 공장 생산직 노동자였었다.
무슨 연유였는지 모르겠다.
그게, 꼭 해야 하는 일처럼 느껴졌었다.



중 1,
월에서 금까지 평화봉사단 샘으로부터
매일 아침 1시간씩
영어와 미국 문화에 대한 수업을 받았었다.
그 덕분에 영어는 네이티브보다는 못했지만
듣고 말하는 덴 부족하지 않았다.
그 후 수도없는 외국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 삶은 그렇게 영어와 사교와
보편적이고 평균적인 일상으로 이뤄질 거라
나 자신도, 식구들도…믿었었다.
그 미국 평화봉사단 샘이 계신 곳으로
유학을 가고,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그런 삶…

하지만 운명은 때론 너무 짓궂다.
난 갑작스럽게 턴했다.
공장으로 들어간 이후,
난 일반적인 생활에서 벗어나게 됐다.
일상적인 것들을 많이도 잊고 살았었다.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내국인 친구든 외국인 친구든
거의 다 잃어버렸었다.
연락을 안 했을뿐더러
연락이 와도 답을 안 했었다.

난 그렇게 나름
격렬한 20대 초중반을 보냈었다.



20대 중반이 넘어
또 다른 전환이 생겼다.
뜻하지 않게 국제 사교단체의 한국 코디네이터를 하게 됐다.
어느 날, 어느 분을 호스팅 한 후
홀로 박물관을 나오고 있었다.
박물관 내에서도 난 어떤 낯선 눈길이
날 향하고 있음을 알았지만...

운명은 그렇다.
돌발적이다.

오는 사람 막지 말고
가는 사람 잡지 말자.
난 예나 지금이나 그렇게 살았다, 산다.

그와 나는 눈인사를 나눴고,
커피를 사이를 두고 대화를
시작했다.

많이 배우고 잘난 그와
적게 배우고 못난 내가
그렇게 절친이 되었다.

당시 그는 교환교수로 와있었다.
26에 정교수가 된 울트라 스마트였다.
나하고는 몇 살이나 차이가 났었을까?
아마 4~6살?

난 예나 지금이나 나이에 둔감하다.
살면서 애어른도 많이 봐오고 있고.
나잇값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봐온 탓에
의사도 아닌 내게 물리적 나이는 의미가 없다.

그러다 보니 내겐 위아래로 20년이 훌쩍 넘는
친구들이 꽤 된다.
내가 남자니 여자니 성을 안 따지고,
나이를 안 따지고,
배움도,
성적 취향도 안 따지는 습성 탓에
친구들이 총천연색이다.

그와의 우정은 다행스럽게도
몇 번의 강산이 바뀌는 동안에도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2018년에 잠시 그를 다시 봤다.
뮌헨이며 본과 쾰른 여행의 일정은
그의 조언과 추천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 그와 그의 파트너가 곧 온다.
가슴 벅찬 일이다.
작년 중반, 은퇴했다는 소식을 전했었다.
비서를 둘씩이나 뒀던 EU 고위직을 접고
일상으로 돌아오니 그렇게 좋을 수 없단다.

왜 교수로 다시 안 돌아가냐고 물었었다.
돈도 많이 벌고 사회적 지위도 상당할 텐데
하면서...

“싫어. 난 교수도 20대 중반부터 충분히,
높은 관리직도 충분히 했어.
이젠 나를 즐기는 게 좋아.
교수? 내 파트너가 교수하는 걸로 족해.
돈? 난 브뤼셀에도, 쾰른에도, 본에도 집이 있어.
뭘 더 원해?
아마 은퇴 후 여기 생활 즐기다
한국으로 아예 이주 할런지도 몰라.
난 한국어 다시 열심히 하고 있어.
너 몇년 후 농사짓는 다고 했지?
너 사는 가까운 곳에서 살고 싶어.”

그렇게 말했던 친구가
그렇잖아도 유창한 한글로
엊그제 편지를 보냈다.

9월과 10월이 더 기다려지는 이유다.
단, 덴마크 친구 가족네와 일정이 안 겹쳤으면
좋겠다.

난 요즘 변신 중이다.
격주마다 고향집에 머물며
농사 지을 일이 생겼다.
그 옆에 이 친구들이 살았으면 좋겠다.



내가 힘들었을 때,
돈도 없고, 배운 것도 없고,
사회적으로도 존재감 없었던 때...
(지금도 말해 뭐해! )
가진 게 없어 더 뺏길 것도 없던 시기에...
(지금은 더 그래!)
내 곁에 머물렀던 친구들...



내가 어제 먹은 과일이,
오늘 아침에 먹은 밥과 반찬이
내 육체를 이루고 있다면,
내 보잘것없던 시기,
그때 내 곁에 있던 친구들은
내 영혼을 이루고 있다.

*오리지널 포스팅+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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