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뵌 작가님과 어제 문자를 주고받았다.
다음 주에 시집이 나온다고.
다다음 주에 서점에 깔린다고도.
출판기념회는 단단한 suv 빼고는 엄두도 못 낼 산골짜기 책방에서 한다고.
가고 싶다.
그러나 갈 생각을 못 하겠다.
그 출판기념회 날은 내가 또 고향집에 가야 한다.
아버지께서 어머니 면회를 가고 싶어 하신다.
지난번, 6월 초 연휴 기간 중 면회를 했었다.
면회 후 그 식당에 다시 들렀었다.
아버지께서 그 식당 분위기를 무척이나 좋아하시는 듯해서였다.
그 식사 중 아버지가 갑작스레 말씀하셨다.
“...세상 뜨기 전에 더 보고 싶다.”
내가 여쭸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얼마나 더 계시다 떠나실 것 같아서요?”
“몰라. 곧 떠날 것 같아. 네가 보기엔?”
“저가 보기예요?.... 글쎄요... 아마 1년이나 2년 정도는 더 계시지 않을까요?”
내가 그렇게 말씀드린 건 나름 근거가 있었다.
그날 팀장 간호사샘께 물었었다.
“저희 어머니.... 예후가 어떠셔요?”
“모르겠어요.”
“저희 아버님은 곧 떠날 것 같다고 염려하셔요.”
“그래요?”
“네!”
“1월 중순에 첨 오셨을 땐 그랬었어요. 저도, 원장님께서도.”
“네....”
“하지만 점점 좋아지셔요. 수치도, 간 수치가. 60 정도 갔다가 요즘은 30 정도?”
“그게?”
“좋으신 거지요.”
“네... 덕분입니다. 샘들 덕분에.”
“아니요. 암모니아는 이젠 2주에 한 번 정도 봐요. 직전엔... 255 정도, 그전엔 150?”
“좋네요.”
사실 좋은 건 아니다.
정상치를 한참 벗어난 것이다.
상대적으로, 첨에 비해 좋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지금은... 좋아지셔요.”
“......”
“이런 패턴이라면 이젠 침상에서 도움 없이 몸을 일으키시고, 부축받으며 침대에서 내려오실 수도.... 물리치료로, 걷기도 가능하실 수도...”
그런 말씀을 아버지께 드렸다.
그러나 아버지는 여전히 긴가민가 셨다.
“아녀! 살도 쏙 빠지고, 손목도 얇아졌고, 배도 쏙 들어갔고.”
사실 배가 들어간다는 건 좋은 일일 런지 모른다.
복수가 찬다면 어떻게 배가 들어갈 수 있을까.
“어머님 관장은 이젠 3일에 한 번씩 받으셔요.”
“그래요?”
“네. 첨엔 매일, 그 담엔 이틀에 한 번, 이젠 3일에 한 번요.”
“좋아지신 거네요.”
“네.”
그런 수간호사 샘의 말에 의하더라도 배가 들어갔다.
내가 알기에 그것은 좋은 신호일 텐데도...
아버지는 달리 해석하셨다.
마르는 것, 곧 떠날 것...
같은 현상을 다르게 해석하는 것,
세상이 그런가 보다.
다 나와 같아야 말이지...
그런 아버지만의 해석은,
아버지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음에 틀림없다.
난 며칠전까지는 그 출판기념회에 갈까 했다.
그 작가님 첨 뵀을 때 출판기념회를 그곳에서 모월모일에 한다는 말씀을 몇 번하시더니,
그 후 문자로도 하시고...
나도 그분과 친구가 되고 싶고,
시집 출간을 축하드리고도 싶고...
하지만 아버지, 90 다 되신, 혼자 마나님 면회라...?
내겐...그건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출판기념회를 접고 있다.
언젠가 또 인연이 된다면...
그곳에 갈 게 틀림없으니...
인연이 되려면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떠나려면
잡아도 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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