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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늦여름 밤
헤드라이트 불빛에 밀린 어둠이
길 옆으로 밀려나가던 그날 밤
난 휴게소에 들렀지요
한쪽 겨드랑이엔
세상의 무게를 버티고자
목발을 하고 있었더랬지요
난 음식을 주문했고
한산한 홀 안 탁자에
지친 몸을 의탁했습니다
찌개가 끓기 시작할 즘
돈과 교환된 번호가
날 일으켰고
난 목발을 다시 들었습니다
그때 당신이 다가왔습니다
대신 갖다 드려도 되겠냐는
부드러운 말에
놀란 가슴은
머리와 다른 말을 밀어냈지요
괜찮다는 말 대신
안 그러셔도 된다는 말 대신에요
당신이 받아온 쟁반의 무게는
당신의 하이힐을 위태롭게
보이게 했었습니다
뜨거운 음식을 사이에 두고
놀란 마음에 알듯 모를 듯 엷은 미소를
고맙다는 말 대신 드렸고
당신은 환한 웃음으로 되돌려 주셨지요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해를 보내고 달을 보내며
5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시 찾아온 늦여름
그날
새벽을 깨워 길을 몰아
단양 적벽을 봤듯이
지금 적벽을 마주하고 있네요
내 오늘 그 시간
어둠이 내 영혼을 눕힐 그 시간
다시 당신을 보러
그곳에 가렵니다
어둠에 숨은 가을이 보내는
은밀한 유혹
선선한 밤바람 맞으며
창문 내려 온몸에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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