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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진단받고 바꾼 게
꽤 된다
담배를 딱 끊었다
대략 하루에
한 갑에서 갑 반 피웠었다
술 끊었다
2번 째 병원에서
어차피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잠깐
몇 개월 폭음했지만
곧
진정하고
알콜을 멀리하고 있다
육류, 거의 안 먹는다
가공식품, 거의 안 먹는다
채소, 무지 먹는다
거칠고
날 것들을
입에 자주 넣는다
밥이건
반찬이건...
모두
암에ㅡ찢기고
암에ㅡ잘려나간 몸뚱이를
달래기 위해서다
콩팥 한 개
폐 한 조각
다리뼈 한 토막
을
위해서
달콤한 음식보다는
거칠고
날 것으로
위로한다
바꾼 것들이
음식만은 아니다
단어도 바꿨다.
완치
미련
아픔
우울
불안
좌절
후회
번민
두려움
희망고문
일류
최고
명문학교
엘리트
부자
부촌
부티
고급
최고급
세련
경쟁
우승
1등
우등생
상위권
고액
출세
고수익...
모두 형체가 불분명하고
너무도 상대적이며
희망고문이고
끊임없는 비교와
끊임없는 경쟁을
유도하는 단어들이다
스트레스를 불러오는
자살을 불러 올 수도 있고
자학과
가학을
불러올 수도 있는
말들이다
지나친 스트레스,
기대치와 현실 사이의 간격,
그 간격이
만들어 내는
발암물질이며
살인 병기다
스트레스는
물질이다
호르몬
독극물
나를
그 죽음의 경주에
몰아넣으면
절대로 안된다
대신 이런 단어들...
감사
행복
웃음
미소
관용
호의
공감
대화
눈웃음
다가감
사교
친구
치유
평화
공평
만족
편안
고요
유머
사랑
기다림
관조
생명
존중
배려
용서
모두 상대적이고
형체가 없는 것들로
보이지만
분명히
다르다
내가
그리고
내가
만들고
내가
지울 수 있다
내가 거둬들일 수
있다
나를
내 영혼을
살린다
달달 볶지 않는다
또
남을 해하기는커녕
손끝도
털끝도
건드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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