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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현충원에 갔다.
요즘 날씨는 어떤 마음이든 들뜨게 할 것 같다.
하늘이 어찌나 맑고 청아한지
그냥 몸이 날아올라
흰구름 따라 떠다닐 것 같다.
시름 깊은 마음도 팔을 벌려 하늘을 보면
온갖 시름이 날아가고
젖은 마음도 울긋불긋 단풍을 보면
화사해질 듯하다.
자연이 잘 보존된 곳이라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마다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단심을 뿌려 강토를 지키신 분들이
누워들 계시고,
가진 재산 배운 지식 모두 던져
이웃과 전통을 지키신 분들이 누워들 계시고,
동포와 전우를 위해
귀하디 귀한 목숨을
삼천리에 뿌리신 분들이 누워들 계시고,
허허로운 만주 벌판,
차디찬 시베리아와 연해주,
어딘지 모를 귀퉁이에서
여름을 겨울 같이 겨울을 여름같이
보내신 분들이 누워들 계시는 곳,
하지만 거기를 둘러보다 알아챈 공통점!
제일의 명당에 모셔도 그 신세 갚기 부족한 분들,
저 한 쪽, 저 아래쪽에들 누워계실까?
천하제일 명당자리는 누구한테 주시고……
천하명당이라고 소문난 자리엔
이 시대엔 이 권력
저 시대엔 저 권력
늘 양지만 쫓고,
늘 윗목만 찾으며…
배부르고 등 따신 이들이…
누워들 있고......
나야 명당이니 하는 거에 애초에 관심도, 욕심도 없는 몸. 하물며 이미 암덩어리가 근육 인양 힘줄 인양 들어차 북망산을 넘을 운명이지만, 더더군다나 연구용으로 기증하기로 약속한 몸이기에 무슨 까닭이야 있을까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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