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을 불렀다.
검사실 안으로 들어갔다.
두 분의 의료진은 이미 계셨고, 한 분은 나를 뒤따라 들어오셨다.
벽을 향해 굼벵이 모양으로, 아니면 뱃속의 아기 모양으로 벽을 마주 보며 누웠다.
"처음이세요?"
"예."
"그런데도 비수면이세요?""
"......"
"여기 병원에서 처음이시란 말이세요? 아니면 다른 병원에서도......"
"다른 병원에서도 해본 적 없어요!”
"아!......"
나는 비스듬히 올려다봤다.
크고 선명한 모니터 하나가 보였다.
나는 자세를 다시 했다. 대장 속이 어떻게 생겼고, 어떤 식으로 대장내시경이 미로 같은 맹장, 대장, 직장을 검사하는지가 궁금했다.
"엉덩이에 우선, 주사 두 방을 맞으시겠습니다!"
한 선생님이 그렇게 말을 하며 내 엉덩이를 들췄다.
빵! 빵! 두 대의 주사가 들어왔다.
"좀 따끔하실 겁니다."
라고, 그 주사기를 흔들던 선생님이 말했다.
그분의 한쪽 손이 내 엉덩이를 쓰다듬는 듯하더니...... 갑자기 손바닥으로 시비라도 거는 듯 한 번 세게 치더니,
"자, 하나만 더 맞읍시다."
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 번째 주사가 들어왔다.
그런 후 한 2~3분이 지났을까,
"자, 불편하실 테니 항문에 조그만 걸 좀 끼우겠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무언가를 쑥 집어넣었다.
하지만 전혀 이물질을 지각할 수가 없었다.
난 속으로,
"아, 아까 주사 중에 한 개가 무슨 마취나 진통제 비슷한 기능을 하나 보구나......"
란 생각이 들었지만,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다.
내 오른쪽 귀 위 방향으로 비스듬히 숙여진 모니터로 그 검은색 내시경이, 마치 뱀이 머리를 흔들며 물 위를 헤엄치듯 밀고 들어가고 있었다. 때로는 물을 쏘며, 때로는 단도직입적으로!
그러길 한참,
"잘하고 계십니다. 자세 좋으시고, 장도 예쁘게 잘 비우셨고......"
라는 말과 함께 그 내시경을 운전하는 선생님이 말했다.
"그러게요."
라고, 저쪽에서 컴퓨터를 조작하던 분이 추임세를 넣었다.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 같던 검사는 각각 한 1분 정도? 두 번의 망설임을 겪었다.
"어, 참 안 들어가네!"
"왜요, 선생님? 혹시 막혔나요?"
나는 약간 긴장했다.
속으로
"혹시 대장에까지 그 지독한 암덩어리가? 혹시 그래서 항암제 휴약기에 일보기가 그렇게 힘든 적이 있었던 걸까?"
라고, 중얼대며 물었다.
하지만,
"아니요. 구부러지는 데라서요. 걱정 마세요!"
라고 말하며,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던 또 다른 분이 다가와서는 침대 쪽을 향하고 있던 배를 마사지하듯 두 손으로 들어 올렸다.
동시에 내시경으로는 액체가 분사되었다.
그렇게 진퇴를 몇 번 하더니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이 일사천리로 밀고 들어왔다.
쭉 휘젓고 다니던 내시경은 또 다른 꺾이는 부분에서 다시 한번 멈칫하더니 맹장까지 직행했다.
"잘하셨어요!"
그 내시경 선생님의 칭찬에 이어,
"자, 이제 자세히 관찰하면서 빠져나올 겁니다."
라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팽창 감과 포만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창자를 부풀리는 듯했다.
그분은 규칙적이며 반복적으로,
"깨끗하네요!"
라고 말하며, 전후좌우, 위아래를 샅샅이 훑으며 직장을 향해 내시경을 이동시키는 듯했다.
나도 내 대장 속과 점막을 보며 믿어지지 않았다.
"저렇게 예쁜 핑크색! 내가 그렇게 독한 약을 많이 먹고, 설사를 밤낮으로 해댔건만......"
...속으로 속삭였다.
"거의 다 됐습니다."
라는 말에, 나는 속으로,
"벌써? 한 번 시작한 거 좀 더 오래 자세히 좀 보시지!"
라고 생각하며, 숨을 몰아내 쉬었다.
팽팽한 긴장의 독가스가 입 밖으로 나오는듯했다.
"야, 무사히 끝나는구나!"
순간,
"어!"
하는 짧고 강한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나는 눈을 더 크게 떴다.
나는 전염이라도 된 듯이,
"어! 저게 뭐지요?"
라고 물었다.
"아, 마침내 직장에도 암이?"
라는 불길한 생각이 급하게 밀려왔다.
시야가 흐려지고, 몸이 굳어져 갔다.
머리도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항문 근처네요. 뭘까?...... 일단 조직 좀."
이라는 말을 들으며 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게 한 점의 살이 떼어지고, 갑자기 물감이 퍼지듯 피가 갑자기 솟구쳐 오르며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자, 여기 한 번 더 합시다, 선생님. 좀 주시고요......"
또 다른 살점이 떼어지면서 더 진하고, 더 많은 피가 솟아 나왔다.
"선종 같기도 하고,......, 염증성 용종 같기도 하고......"
라는 말을 들으며, 난 침상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아마 피가 팬티에...... 바지에 묻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혈변이 있을 수도 있고요. 피가 멈추지 않거나, 혈변이 지속되면 응급실로 오시거나, 다른 병원 응급실로 가셔야 합니다."
"조직 검사 결과는요? 잠시 후에요?"
"아니요! 나중에 외래에서...... 교수님한테서......"
교수님이 옆에 계셨지만 간호사샘이 대신 답했다."이런 류의 여괗분담도 있구나..."난 속으로 중엉거렸다.
주섬주섬 옷을 입고, 인사를 주고받으며 나온 나는 비로소 화장실에 가서야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목격했다.
피! 피가 변기 바닥에 깔리고, 뚝뚝 떨어지는 걸 보며, 8년 전, 일주일이나 지속됐던, 변기를 메웠던 선지 같은 핏덩이들이 떠올랐다.
*업데이트 1: 대장내시경 검사가 끝난 후, 아마 2시간이 넘게까지 뱃속의 가스를 빼냈던 듯하다.
방귀와 트림의 형식으로.
피는 방귀를 뀔 때마다 팬티에 비쳤던 것 같다.
피가 섞인 변은 다음날 아침까지만 이었던 듯하다.
사실, 난 어떤 때는 매월, 어떤 땐 두 달, 또 어떤 땐 3 달에 한 번꼴, 아니면 최소 6 개월에 한 번씩 복부 CT를 찍어 오고 있다.
나는 대장에 암이 있으면 당연히 그 복부 CT에 나타나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느 날, 타 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님을 뵐 기회가 있었다.
"교수님, 복부 CT에 대장암이 보이나요?".
그 교수님,
"커야 보입니다. 작으면 안 보입니다. 대장내시경이 가장 정확한 방법입니다."
라고 말씀하셨었다.
*업데이트 2: 대장 교수님께서는, ‘과형성 용종’이라고 하셨다. 대략 1cm에 미치지 못하는 크기라 했다. 한 2~3년 후에 보자고 하셨고, 지금이 아니고 그때 가서 필요하면 떼자고 하셨다.
용종에는 선종성 용종과 과형성 용종이 있다고 하셨다. 선종성 용종이 위험한 종류라고 말씀하셨는데, 모든 용종이 대장암이 되는 건 아니나, 모든 대장암은 용종의 형태를 거친다고 덧붙였다. 육안이나 CT 상으로, 초기엔, 안 보이기에 대장내시경이 필수라 하셨다. 게다가 치질이 있는데, 1~4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1단계라고 진단하셨다.
아마도…. 잦은 설사가 원인을 듯하다는 진단도 같이 내려주셨다. 일단은, 대장으로의 전이에 대한 ‘괜한 신경’은 안녕이다, 당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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