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내시경 검사 당일 절차
- 당일 아침 무조건 금식
- 도착 접수
- 검사실 접수
- 간단한 문답
- 수면/비수면 검사 여부 확인
- 탈의실 안내 및 옷 갈아입기
- 검사실 들어감
- 침상 올라가기
- 오른쪽으로 웅크리고 눕기
- 휴지 많이 볼과 입 주변에 깔기
- 검사 의료진과 간단한 문답
- 검사 시작
역시 기인지우, 아니 기우였다.
어제 자정이 다 될 무렵부터 쏟아져 나왔다.
첫 번째 장 정결제를 다 마신 지 한 시간도 채 안 돼서 주체할 수 없이 나왔다.
내가 먹은 장 정결제는 작은 봉지에 든 것 1개와 믹스커피만 한 막대 1 봉지, 그렇게 한 세트다.
그걸 1리터 병에 넣고 생수를 부어 신나게 흔들었다.
무슨 레몬인지 살구인지 모를 맛과 냄새가 느껴졌다.
작년과는 다른 맛이다.
놀라운 것은 먹은 것도 없었는데 어디서 그렇게도 많이 나오냐! 였다.
“어제 뭘 먹었었지? 뭐가 이리도 많이 나와...”
어제 저녁으로 먹은 확실한 한 가지는 마카롱 크기의 연두부 한 모 뿐이었다.
“점심은?”
점심으로는 카스텔라 2조각과 삶은 계란 한 개가 전부였다.
자정이 다 되도록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마지막엔 변좌에서 일어날 수도 없었다.
한 시간에 5번이나 볼일을 봤다.
현기증 나는 몸을 파르르 떨며 일어났다.
변기 속엔 물 뿐이었다.
그냥 덜 익은 오렌지를 짜 놓은 듯한 색깔의 물뿐.
오늘은 새벽 5시에 일어났다.
간밤에 했던 대로 2번째 정결제를 만들어 마셨다.
똑같은 과정에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
“장 비우기 성공이군”
어제 변비 생각은 역시나 기우였다.
이른 아침에 쏜살같이 병원에 왔다.
혹 운전 중 볼일이 터질까 봐 전속력으로 내달렸다.
중간쯤부터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쯤에선 내 몸이 아니라 이제는 마음이 차를 운전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아무 일도 없었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기 전까지는.
오늘도 어김없이 입구에서 체온을 잰 후 접수대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접수하시는 분이 내 얼굴과 눈을 보며 말했다, 미소 띤 표정으로.
나도 미소 지으며 인사했다.
“아이고, 코로나에 파업에 얼마나 고생이 많으셔요?”
"늘 하는 일인걸요”
“그래도 이번 사태를 통해 간호사님들의 노고를 확실하게 알게 되네요.”
“그래요? 하하. 잠깐 기다리셨다가 부르면 요 옆으로 오시면 돼요.”
“xxx 씨~~”
“옙!”
“어머, 경쾌하시네요.”
“예. 속을 다 비워냈더니만 몸이 날아갈 듯하네요. 하하”
“아, 하하. 특별히 무슨... 드시는 약이 있을까요?”
“예. 선생님.”
“어떤?”
“항암제, 혈전용해제...”
“그리고 갑상선 호르몬 약을 드시는군요?”
“다 아시는군요.”
“그럼요. 몰라서 묻는 게 아니거든요. 당사자와 다시 한번 직접 확인하는 거지요.”
난 그분을 유심히 봤다.
컬이 있는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다.
오른쪽으로 약간 치우친 가르마가 얼굴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했다.
입가엔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손은 필기를, 눈은 모니터를, 얼굴은 나를 향하고 있으면서도, 두 눈은 모니터와 내 눈과 서류 사이를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일처리는 물 흐르듯 했고, 표정엔 자신감이 흐르고 있었다.
“으음, 경력이 대략 15년 이상은 되셨겠군...”
난 속으로 중얼거렸다.
“뭐라고 용?”
“아, 아녜요.”
“혹시 흔들리는 치아는...?”
“가짜 이빨 2개요.”
“아, 임플란트요?”
“예. 선생님.”
“또 어디... 어, 신장 한쪽 제거 수술받으셨군요.”
“네. “
“또...?”
“거기에 안 나오나요?”
“아, 까칠! 하하“
“예?”
“아니에용... 오른쪽으로 들어가세요.”
내가 내시경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세 명의 간호사와 두 명의 전공의인 듯한 남자가 동시에 날 봤다.
난 미소를 발사하며,
“안녕하세요~~ 선생님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그들 중 맨 앞쪽에 있던 간호사가 한쪽 팔을 뻗으며 내게 다가왔다.
그분의 팔이 가리키는 곳은 탈의실이었다.
“아, 예. 고맙습니다. 혹시 제가 1번 타자인가요?”
“1번 타자요?”
“예. 1번 타자요.”
“하하하하”
“하하하”
뭐가 웃긴 걸까?
“자, 절 따라오세요~”
“아, 탈의실요? 제가 갈게요."
“아니요, 절 따라오세요.”
그분은 남자 탈의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난 밖에서 그분의 설명을 들었다.
“자, 여기 6번 사물함에 바지를 벗어놓으시고... 그리고... 아, 여기 7번에요.”
“......”
“티는 그냥 입으셔도 되겠네요.”
“예”
“그리고 바지는... 여기 새 바지로 갈아입으세요. 엉덩이 나오는 바지로요.”
“아, 예. 작년에도 해봤어요.”
“예? 그럼 1년 만에 대장내시경을 또 하셔요?”
“예. 교수님이 지난 진료시간에 다음엔 뭔가 좀 떼어내자는 말씀을 하셔서요.”
“아, 그렇군요. 저는 그럼 나갈게요. 갈아입고 나오셔요.”
“네”
난 검사실로 들어갔다.
문을 통과하니 왼쪽엔 벽을 사이에 두고 검사 베드가 있었다.
오른쪽에는 컴퓨터가 있었고 그 옆에 둥그런 검정 키 홀 안경을 낀 키 큰 여자가 서있었다.
그는 내가 문을 열고 들어올 때부터 줄곧 관찰하듯 날 보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어서 오세용!”
나도 답례했다.
“안녕하세용.”
나도 따라 끝에 ‘ㅇ’을 붙여 화답했다.
“호호호”
난 내가 먼저 웃는 편이지만,
그리고 웃음이 많은 편이지만
상대가 웃으면 당연히 웃는다.
어릴 적 할아버지는 틈날 때마다 내게 말씀하셨었다.
“애야, 인사만 잘해도 밥은 안 굶는단다.”
나이가 들어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당신의 말씀은 진리였다.
사랑받고 싶으면 내가 먼저 사랑해야 한다는...
그는 잔잔한 미소를 띤 채 팔짱을 끼고 있었지만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해 보였다.
나도 그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봤다.
관계는 상대적이니까.
베드 모서리에 있던 분이 거들었다.
“자, 올라가셔서 여기에 등을 대고 누우시고.”
“예.”
“자, 이걸 손톱에 물리겠습니다.”
“왜요? “
“혹시 무슨 일이 있을까 봐요.”
“흠...”
“자, 여기 전기 패치도 붙이고요.”
“예? 이건 처음인데요. 뭐지요?”
“아, 전기화상 입으실지도 모르니까요.”
“전기화상요?”
“예, 혹시 용종 같은 거 떼어내다가... 그게... 전기로 하거든요... 어쩌다 화상을 입을 수도 있어서요.”
“아,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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