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덩이를 치면서 노래하다. 격양가(擊壤歌)를 풀어서 쓰면 세 글자의 뜻과 소리가 다음과 같다고 한다. '칠 격', '흙덩이 양', '노래 가'.
해 뜨면 집을 나가 농사를 짓고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와 쉬고
우물을 파서 물을 마시고
밭을 경작해서 배불리 먹는다
그러하니 임금의 힘이 나와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
요 임금이 평복을 입고 백성들 속을 돌아다녀봤다고 한다. 그 목적은 백성들이 자기가 하는 정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만족도는 어떤지를 보기 위함였다고 하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닌가 보다. 통치자가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그 존재를 떠벌이지 않았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세상이 태평세월이더라는 걸 강조하려는 행간이다.
요 임금 때 유행하던 노래였다고 한다. 요 임금 시찰 중 목격한 어느 노인의 행동거지와 그가 위의 노래를 부르는 걸 봤다고 한다. 그 노인이 먹을 걸 입에 물고, 배를 두드리며 땅을 치면서 그 노래를 부르고 있더란다.
요 임금의 정치는 요란하지 않았을뿐더러 그가 통치를 하는지 안 하는지 조차도 모를 정도로 요란 떨지 않고 잦은 제도 변경으로 백성들을 귀찮게 안 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노래인가 보다.
4기 암 진단 후 <노자 평전>와 <장자 평전>이라는 책을 읽고 선한 기운을 느낀 적이 있었는데, 때가 되면 노자의 <도덕경>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던 중 최근에 그 책을 한 권 사놓고 읽고 있다. 어떤 땐 두세 페이지를 어떤 땐 10여 장을 읽는 등 서두르지 않고 읽으려는 마음이다. 그 책의 p.70과 p.71을 읽다 보니 노자의 정치관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옮긴 소준섭 선생의 해석은 아래와 같다.
가장 좋은 통치자는 백성들이 그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 상태이다.
그 다음은 그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칭찬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그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백성들이 그를 경멸하는 것이다.
통치가가 성신이 부족하면 백성들은 그를 신뢰하지 않는다.
유유하도다.
그는 영을 거의 내리지 않지만 공은 이뤄지고 시업은 완성된다.
백성들은 모두 "우리는 본래 이렇다."고 말한다.
위 요 임금의 태성성대를 노래한 「격양가」와 노자의 통치자에 대한 생각이 아주 비슷한 듯해서 이 포스팅을 생각해 봤다.
참고로 노자는 기원전 580년-500(?)년에 살았고, 요 임금은 기원전 2324년-2255년에 살았다고 한다. 그분들의 출생 연도나 사망연도보다는 그 두 사람의 활동시대가 많이 차이 난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통치에 대한 시각은 거의 일치하는 듯해서 흥미롭다.
<도덕경>
노자
소준섭 옮김
현대지성
1판 1쇄 발행 2019.1.2
1판 6쇄 발행 2022.4.23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옮긴이의 생각이 최소화된 책이란 생각에서였다. <도덕경>를 옮긴 다른 책들은 옮긴이들의 주관적 생각이 너무 과하다는 내 나름의 생각이 있었다. 그냥 노자의 생각을 알고 싶었다. 그렇다고 원서를 읽기엔 내 한자나 중국어 실력이 거의 '무'라서 시도조차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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