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마존 킨들 책꽂이에 있는 책들 중 항상 맨 앞에 있는 책이 있다. 그 책이 나온 지는 꽤 된다. 2016년에 나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난 eBook이 아니라 종이책으로 읽고 싶었다. 이번 다리 재수술 후 병원을 나오면서 꼭 종이 냄새나는 책으로 읽고 싶어 주문했다.

이 책을 쓴 사람은 37살에 세상을 떴다고 한다. 영문학과 의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전이성 폐암이 사망의 원인이라고 한다. 아내와 어린 딸을 두고 세상을 떠났는데, 이 책에서 그는 암과 삶, 그리고 죽음과 기쁨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리 재 수술 후 2주 만에 병원을 나왔는데, 나온 후 서둘러 주문했던 책이 거의 2주 만에 도착했다. 급행료를 줬으면 더 빨리 받아볼 수 있었지만 기다려보기로 했다. 맨 밑에 돌고 돌아 책이 배달된 과정을 남겼다.

이 글을 쓴 이는 신경외과의사였다고 한다. 영문학을 전공한 후 의학 공부를 하게 됐다고 한다. 6년 간의 의학수련의 거의 마지막 단계, 레지던트 과정의 마지막 해, 에서 뜻밖의 사실에 접했다고 한다. 위 내용에 보면 그 순간 얼마나 기가 막기고 절망했었는지를 알 수 있다.
위 노란 원 속 내용을 보면, 양쪽 폐에 셀 수도 없을 정도의 암세포들이 꽉 차있다는 사실을 CT검사를 통해 알게 됐다고 쓰고 있다. 이어서 척추뼈는 전이암에 의해 뒤틀려져 있고, 간도 전이암으로 성한 데가 없다고 쓰고 있다. 레지던트로서 그런 모습들은 많이 봐왔지만 자신의 몸, 자기 자신의 경우는 아녔었다며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뉘앙스를 행간에 깔고 있다.

환자의 검사영상이라면 말할 것도 암이라는 말하겠지만 믿어지지 않는다며 MRI를 통해 다시 검사했으면 한다. 하지만 동료는 만약 암이 아닐 경우 의료자원의 낭비로 찍혀 불이익이 있을 거라며 X-레이 검사를 종용한다. 그러나 X-레이 검사의 한계를 알고 있는 저자는 괴로워한다.
나도 그런 경우를 너무도 숱하게 당했다. MRI를 부탁하면 듣는 말,
1. MRI는 확실한 증상이 있을 때 찍을 수 있다.
2. 그런 경우가 아닐 경우 처방 내리기가 곤란하다.
3. 위 2번은 지적받을 거라는 말처럼 들렸다.
4. 만약 검사결과가 아니면 그 돈 다 물어내고 난 피해를 입는다.
5. 그냥 CT나 PET-CT, 전신뼈스캔, 그도 아니면 X-레이도 원하는 영상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위 노란 원 속에는 복잡한 회한이 서려있다. 또한 이 책의 저자가 얼마나 훌륭한지, 아니 천재적인지를 암시하고 있다. 스탠퍼드 의대 교수, 그 자리에 너무도 적합한 실력을 갖고 있다는 말과 미국 어느 의료기관에 원서를 내더라도, 내자마자 채용될 거라는 말도 암시하고 있다. 이 정도면 대단한 사람이 아닐까. 내 말은, 공부 엄청 열심히 했고, 수련과정이 뛰어났고, 자세나 인성 또한 뛰어났다는 걸 암시하는 게 아닐까?

위 책의 저자는 희망을 나타내는 단 한 줄기 빛도 자기를 향하지 않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하지만 그는 계속 의사의 길을 간다. 그러니까 자기와 같은 암환자들을 리드하고 컨트롤하는 의사이자 절망에 다름 아닌 말기 암환자라는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많은 일들을 한다. 물론 '일'이라는 내 표현이 적확한 지는 모르겠다.
그 '일'이란, 가족이나 동료들과 함께 웃고, 여행도 하고, 운동도 하고, 폐암 환자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위한 기금 모집 활동도 엄청나게 열정적으로 하고, 관련 연구도 계속하고 와 같은 그런 '일'들을 의미한다. 사실 '일'이라는 단어보다는 '삶'이라는 단어가 더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육체가 폐암에서 비롯된 부작용으로 척추와 간은 물론 다른 기관이나 조직들이 엉망이 된 걸 막 알았던 당시에 얼마나 황당하고 황망했으며 절망적이었는지를 아래처럼 나타내고 있다.

위 내용은 암일리 없다는 충격과 다른 병일 수도 있다는 간절한 바람, 아니 마음속 아우성을 나타내고 있다.
그 책 내용에 대한 더 많은 내용을 소개하기엔... 스포일러가 너무 강할 듯해서 이쯤에서 멈추는 게 좋겠다.
*참고로 주문 후 거의 반 달만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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