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by 힐링미소 웃자 2023. 2. 25.
반응형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 이상임 옮김

(주)을유문화사

초판 1쇄 발행 1993. 11.15

40주년 기념판 1쇄 발행 2021. 30

 

 

 

 

내가 생각해 오던 '이기적'. '이타적'이라는 두 단어에 대한 가치판단을 바꾸게 된 계기가 이 책이었다. 이기적이라는 말이 칭찬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란 건 진작부터 알았었다. 하지만 그 말이 생산적이고, 어쩌면 희생적이기까지 한  경우를 나타낼 수도 있다는 걸 이 책은 말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생물학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생물학적으로는  이기적인 게 종의 번식을 위해서 분명 좋은 것이리라는 건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생물학적인 유불리를 떠나서,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도덕적으로 이타적이기를 강요받아 오고 있다. 그러니 여전히 이기적인 것보다는 이타적인 것에 더 많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고, 이기적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면 여전히 부정적인 느낌을 받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것은 아마도 그 둘의 조화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를 포함한, 지향하는 것이 그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언제나 양극단을 상정하고 비교하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분위기, 진영,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인 듯하다. 하지만 그게 뭐가 됐던 생존을 위한 균형 잡힌 처세와는 먼 것일 것이다. 그럼에도 세상사, 내가 생각하는 대로만은 절대로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언제나 상대적인 개념은 있어왔다. 그걸 좋아하든 말든 말이다.

 

나의 예를 들어보면 난 시골 출신이다. 그런데 시골 하면 도시라는 상대적 개념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잘한다라는 말을 들으면 본능적으로 못한다는 말이 떠오르는 것과 같다. 밤과 낮 어둠과 밝음, 진실과 거짓, 선과 악... 끝도 없이 많다. 암환자인 입장에서는 어떤 개념이 생각날까?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냐 또는 어떤 기준이냐에 따라 다르겠다만 상관적인 개념은 암투병일 것이다. 그럼 암환자의 상대적인 개념도 있을까?  정상인? 멀쩡한 사람? 뭐 그런 단어들 일지도 모르겠다. '암환자'라는 단어도 마찬가지다. 싫든 좋든 어쨌든 부정적인 의미가 대부분이다. 오죽하면 '암적 존재'... 그런 표현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적으로 쓰일 수 있겠는가!

 

위의 책이 나온 지는 꽤 오래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언제 소개 또는 번역됐냐를 말하는 게 아니다. 우리니라 사람들이 모른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니 말이다. 역도 성립하겠지만. 어느 곳에선, 어느 저장음식 문화가 발전할 수 없는 기후를 가진 나라에서는 아마 김치라는 말을 모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김치가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니 말이다. 이 책은 1976년에 처음 나왔다고 한다. 전 세계에 반향을 일으킨 책이란 건 내가 인정하든 말든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것보다는 우리나라 아닌 곳에서 더 유명하다니 말이다. 

 

 

반응형

 

이 책의 표지를 위에 소개했다. 그런데 거기에 보면 이 책이 그 출판사에 의해서 소개된 건 저자가 이 책을 출판한 후 한참 후라는 걸 알 수 있다. 1993에 말이다. 말이다. 1976년데 출판된 책이 17년을 기다린 후에 대중들에게 소개됐다니 말이다. 이 책은 너무도 혁명적이라서, 아니면 너무도 도발적이라서 원저자의 최초 출간 시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오긴 좀 힘들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을 쓴 저자가 직접적으로 뚜는 행간을 통해 밝히고 있는 건 다윈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다윈의 영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다. 그게 생물학이나 괴학적인 면에서만 그렇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거의 모든 면에서 그랬을, 그럴 거라는 암시를 받는다.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다이제스트판 말고 원본으로 한번 읽어봐야겠다. 

 

이 책에는 다른 획기적인 용어들도 나온다. 이를테면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용어들 말이다. 이 용어도 참 쓰임새가 많은 것 같다. 우리나라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많이 등장한다. 심지어 얼마 전에 참여했던 세미나에서도 인용되더라는. 또한 요즘 정치적인 지형과 상황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죄수의 딜레마'...

 

 

 

(참고로 난 그 출판사에서 나온 비싼 책을 사서 읽고, 어쩌면 홍보가 될 수도 있는 책 소개를 하고 있음에도 책 표지를 여기에 쓸 수가 없다. 내가 간이 작아서 그런지, 그 출판사 규정이 너무 엄격해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책 앞표지 뒷면에 인쇄된 문구를 보고 나서 든 느낌이었다. "이 책의 전체 또는 일부를 재사용하려면 저작권자와 **문화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 기준에 의하면 그 책 표지를 여기에 싣는 것은 분명 그들의 방침에 어긋난다. 그래서 책 표지를 소개하진 않았다. 남들은 책 한 권 받으면서 서평을 쓴다던데...^^)

 

이 책의 저자가 이기적(Selfish)라고 쓴 건 유전자의 입장에서 그렇다고라고 밝히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유전자 중심적인 표현이다. 유전자 또는 유전자들은, 작가의 해석에 의하면, 그들이 영원하게 존재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읽힌다. 물론 이타적인 게 이기적이고, 이기적인 게 이타적일 수도 있다는 역설도 나온다. 그러나 저자가 애 책에서 주장하는 유전자의 본성은 간단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을 읽어보면 말이다. 그런데 그 정도가 너무 나간 나머지 난 이 책을 읽고 나서 아래와 같은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내 몸은 내 몸속 유전자들을 위한 숙주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