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병원 진료가 몇 건 있었다. 암 진단 초기엔 진짜 정신없었다. 웬놈의 영상검사를 그리도 많이 하던지… 하여간 한 달도 빼먹지 않았던 듯하다. 그토록 잦은 방사선 검사는 내가 병원을 옯겼던 이유들 중의 하나였다.
그런 식으로 처음 앞부분 3년은 지나갔었다. 그러다가 4년째부터는 3개월~6개월 간격으로 진료과마다 달랐지만… 그렇게 보냈던 듯하다. 그러다가 다리뼈 교체 후엔 다시 뻔질나게 하다가… 요즘은 소강 국면이다. 주식에만 사이클이 있는 건 아닌 듯하다.
요즘은 안정적이라고는 하지만 폭풍 전야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폐 CT는 여전히 3개월에 한 번씩이다. 6개월에 한 번씩 하고 싶지만, 그리고 주치의께서도 그러고 싶다고 하시지만, 시스템이 그걸 막나 보다. 어쨌든 최근에 받은 몇 건의 검사는 좀 이상야릇했다.
6월 정기검사 때,
"우선 폐 속 암덩어리들은 3개월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라는 결과를 들었었다.
"이놈들이 뭐하는지 모르겠네. 무 슨 꿍꿍이 속이길래 이렇게 잠잠한지... 또 언제 돌변할는지..."
결과를 들으며 그렇게 생각했었다. 3개월 전과 다를 게 없다는 말씀이 있었지만, 그래도 뭐 여전히 20여 개의 암덩어리가 있다는 사실과, 그중 젤 큰 놈이 1.3cm라는 것, 그 두 가지 사실은 변한 게 없었다.
이번에 검사를 받으며 기분이 좀 이상했었다. 올 들어 엄청 바쁘게 지냈는데, 지역사회 봉사 활동을 하면서부터였다. 이게 무보수지만 은근히 할 일이 많다. 섭외도 해야 하고... 프로그램도... 그래서 여유 없게 보냈기에... 검사 결과가 안 좋게 나오리라 짐작했었다. 그래서 조금은 색다른 기분으로 설명간호사를 먼저 찾았다. 우선 혈액검사 결과부터다. 으레 그렇다.
피검사는,.
“저보다도 더 좋으셔요!”
설명간호사의 말씀이셨다. 이 양반,
“저 5분밖에 대화 못해요...”
“왜요?”
“피부과 가야 해요.”
“왜요?”
“이 얼굴 보이시지요?”
그랬다. 무슨 모내기철 울안 밭고랑 건너 둔덕에 홀로 서 있는... 복사꽃이 핀 듯했다. 아니면 어느 봄날 길 옆에 핀 색색의 꽃들?
"얼굴이...왜 그런데요?”
“몰라요! 아마 피곤해서 그런가 봐요...”
“그럼 빨리 가셔야겠네요. 거기 교수님도 기다리실 테니.”
“예. 어쨌든 혈액검사는 좋으셔요. 소변도...”
“소변은?”
“그건 교수님 보셔요.”
“그래요? 그럼 잘 다녀오셔요.”
“아, 같이 나가요. 저, 뛰어가야 해요.”
나를 따라 그니도 나왔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아까 어떤 가족이 뭉텅이로 들어가더니... 시간 꽤나 잡아먹었다 보다. 전임 설명간호사는 그런 점에 있어서는 매정했었다. 칼같이 내쳤었는데... 그래도 힘드셨던가 보다. 내가 들어가면 구시렁구시렁했었다. 하기야... 내가 들어가면 농담만 하다 나오는 게 다반사였으니.
“XXX 씨랑은 할 말이 별로 없어요.”
“왜요?”
“저만큼 아시잖아요?”
“뭘요?”
“하하하”
뭐 그런 식의 대화였었다. 내가 생각해도 암 관련 책을 너무 읽었던 것 같다. 뭐, 그래도 모르는 것 천지지만... 사실 알수록 모르는 것 천지라서... 요즘은 잘 안 읽는다. 그냥 특기할만한 연구결과 같은 거나 찾아보는 정도다,
주치의 교수님 진료실로 쏜살 같이 갔다. 내 앞에 분들이 상담시간 많이 잡아먹는 바람에 내 차례가 밀렸고, 진료시간에 댈뚱말뚱 아슬아슬하게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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