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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항암과 방사선, CT, PET, PET-CT, MRI, 뼈스캔, 조영제

전립성비대증 혹은 전립선암?-흉부 CT와 복부 CT결과를 보며 2

by 힐링미소 웃자 2021.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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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은 여전히 바쁘셨다.
얼마 전 직장내시경 검사 때문에 급하게 가는 길에 회랑에서 그분을 만났었다.
난 그날 나름 바빠서 종종걸음치고 있었는데, 그분이 먼저 아는 체를 하셨다.

"아, 어디 가세요?"

웃으며 물으셨다.
"예. 대장 내시경 때문에요."
"어쩐 일로...?"
"용종이 있다시며 이번엔 떼어내자고 하셔서요."
"아!"
"그런데 이게 3년 전부터 벼르시던 건데 재작년엔 작년에 보자시고, 작년엔 올해에... 그렇게 연기하시네요."
"아, 그렇군요...몸은 좀 어떠세요?"
"전 좋아요! 교수님은요?"
"덕분에 좋아요."

 



사실 그분은 아주 바쁘시다. 그날도 분명히 이른 아침에 나오셔서 그쪽 입원병동 쭉 돌면서 입원환자들을 만나고 오는 길이었을 듯싶었다. 한 발짝 건너 레지던트인 듯한 이가 따르고 있었다.

이분은 키가 엄청 크신 분이라서 어디에 있던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머리도 하얗게 쉬셨다. 내가 첨 이분을 뵈었던 2013년 초만 해도 새치 정도였다. 하지만 바쁘신 관계인지 아니면 그냥 세월의 흐름인지 많이 나이들어 보이신다.

이분은 일주일에 2일 밖엔 진료를 안 하신다. 나머지는 수술과 강의와 학회 등으로 바쁘시다고 한다. 처음 만났을 땐 부교수이셨는데, 재작년 말엔 정교수가 되셨다 했다. 여러 학회 이사와 위원장도 겸하고 있다고 한다.

이분의 진료는 지연되는 거로 유명하다. 보통이 30분이다. 이분이 점심을 건너뛰는 걸 한두 번 본 게 아니다.
"저러다 뭔 일 나지..."
여러 번 생각했었다. 그래서 진료 때,
"건강 잘 지키셔야 제가 교수님을 오래 뵐 수 있을 텐데요..."
그러곤 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그건 현실이 됐었다. 작년? 재작년?쯤해서 대랙 6개월 정도나 휴직하셨었다. 주변 말로는 사표를 냈었다고 했었다.

하지만 휴직을 권하며 반려됐다고 한다. 그 덕분에 나는 여러 교수님들로부터 진료 받을 일이 생겼었는데, 결국엔 팔자에 없던 혈액종양내과 교수님한테서 진료를 받을 기회도 가졌었다.

"특별한 건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혈액검사도 아주 좋으시고. 그런데..."
"그런데?"
"예. PSA수치가 조금..."
"어떤데요?"
"조직검사는...아, 그건 한 1년 정도 있다 해봅시다."
"뭔데요, 교수님?"
"전립선이 좀 부었어요. 대략... 어디... 한 40그램 정도 되겠네요."
"조직검사라면? 또 다른 암?"
"아, 그게 나이 들어 감에 따라서 커지기도 합니다. 그럼 그게 압박해서 소변이 잘 안 나오고, 불편하지요. 환자분은 나이..."
"에이징(aging)의 문제요?"
"예. 그런 것일 수도 있구요. 어쨌든 거기까지만, 그렇게만 아시면 됩니다."
"예..."
"어떻게 약을 좀 처방해들릴까요?"
"아! 제가... 이 항암제 때문에... 너무 로딩이 많이 되는 건 아닐까요?"
"아... 그럼,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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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나온 전립선 비대증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이 전립선 아래처럼 생겼다.
이 사진은 이번에 내가 찍은
복부 CT에 보이는 전립선이다.
이게 40 그램 정도라 하니...
좀 그렇다.


방광에 모인 소변을
요도를 거쳐 내 보내야 하는데,
이게...
요도 양 옆에 있는 전립선이 커지면,
요도를 압박해서,
소변도 잘 안 나오고,
통증도 생기고...

이게 약으로 되려라?
식이요법으로 되려나?
수술?
암 조직검사?
암???


전립선의 정상적인 게
보통 20그램쯤 한다고 한다.
또는 20cc!
이어서 30그램,
40그램,
50그램,
60그램,
70그램,
80그램까지가
일반적인 측정치라고 한다.

40그램 정도에서 조직검사 얘기가 나왔으니...
40 내지 50그램쯤 되면
전립선암을 의심해볼 수 있는 단계인가 보다.

"음... 암 하나 추가하는 건가?"

PSA 검사는 Prostate Specific Antigen의 약자라 한다.
전립선암을 알아보기 위한 종양 표지자 혈액검사다.
이게 어디는 3.5~4 정도 되면 정상이라고 하고,
어디는 ~2.5 꺼지를 정상치라 하고...

 

난 얼만가?
음...2.75

만약 이게 암으로 발전한다면?
흠.... 이게.... 남성 암 1위라고 한다는데, 의외의 복병을 만나게 된다.
신징암에서 폐 전이암으로, 그 후에 폐 일부 절제, 그리고 완전관해, 이어서 뼈 전이에 의한 뼈 절제 후 이식... 음... 이젠 전립선암?...

교수님은 내 질문의 패턴을 아시는 관계로, 벌써 이분과 8년 만땅 보내고 9년으로 접어들어 그 반이나 함께하고 있으니.. 머리 좋으신 의대 교수님이 내 패턴을 모르실까??

결국 내 질문을 끊으시더니 암 얘기로 돌아가신다.
"일단 크기 변화 없습니다. 복부 CT도 좋고요. 한 3개월 후에 보시지요~"
"예."
"약은... 600으로 그냥 가시지요~"
"옙!"

이분은 옆 비서를 돌아보셨다.
"흉부 CT 하고 혈액 하고..."
난 그 소리를 들으며 나왔다.

조영제 없는 CT를 꿈꾸며 나왔다.
왠지 비조영검사를 말씀드렸어야 했나?...
라는 꺼림칙한 맘을 갖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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