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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22년 말, 폐전이 뼈전이 삶

뼈 전이암 재발-딸과의 대화, 치료법과 기분

by 힐링미소 웃자 2022.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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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뼈 전이암 재발에 대한 딸아이의 반응


오랜만에 대화가 이어졌다. 늦은 아침을 먹은 딸이 아빠한테 이것저것 물었다. 이런 일은 아주 오랜만에 생기는 일이다. 이 대화 후에 난 편안함을 느꼈다. 아빠 아픈 것에 대해서 말이 없던 딸이었다. 아마 오해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아예 무관심이라도 한 것 마냥… 사실 이 아이가 그렇게 말이 많은 편은 아니다. 안 좋은 것들에 대해서는 특히. 어찌 보면 속이 깊을 수도 있고, 어쩌면 속으로 끙끙대며 삭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느 경우든 스트레스 받을 일임엔 틀림없다. 아빠가 딸에게 그런 부담을 주는 것에 대한 죄책감? 아니면 미안함은 늘상 있는 일이다.


“아빠, 아빠 암 재발한 것 할아버지께 말씀드렸어?”
“아니.“
“아빠! 그럼 나중에라도 할아버지께 말씀드릴 생각이야?”
“아니! 그럴 일은 없을 거야.”
“그럼?”
“할아버지께서는 지금도 힘드셔.”
“할머니 땜?”
“응.”
“……”
"그리고... 아빠 다리뼈 전이암 재발, 그걸 할아버지께서 아시면, 아빠한테도 할아버지께도 좋을 일이 없다는 생각이야..."
"......"

할아버지께 뼈 전이암 재발에 대해 말씀드릴 건지?


“어제 할아버지와 통화했어.”
“……”
“할아버지가 읍내에 나오셨대.”
“왜?”
“머리 깎으시려고 나오셨대.”
“……”
“할아버지가 얼마나 힘드시면… 아니면 밖에 나오고 싶으셨으면 그러셨을까!”
“그러게.”
“그냥 머리 하나 하시려고 비싼 택시 부를 할아버지는 아니신데…”
“……”

어제 사실 아버지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으신 것처럼 내 귀에 들렸다. 당신 배우자가, 60년 가까이 같이 한, 수혈이네, 전해질 부족으로 주사를 맞아야 하네, 고열이네…그런 얘기를 듣는 게 과연 속 편할 일일까… 어제 그 통화 말미에 말씀드렸다.
“나오신 김에 그 반찬가게 있잖아요?”
“어.”
“그곳에서 최소 한 가지라도, 반찬 한 가지라도 사 갖고 들어가셔요.”
“……”
“아버지 마저 편찮으시면 어쩌시려고요…”
“……”

아버지의 예감 또는 어두운 그림자


사실 많이 이상하셨다. 머리 하나 때문에 읍내에 나오셨다? 그래서 재차 물었었다.
“아버지, 뭐 급하게 사실 거라도 있으셔요?”
“살 게.. 뭐.. 있어. 없어!”
그런 아버지께 내 암이 재발했다는 사실을 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제 그 대화를 복기하며 딸에게 왜 아빠가 할아버지께 암 재발에 대해서 말씀드릴 수 없었는지, 앞으로도 그럴 일 없을 것인지를 말해줬다.
“아빠가 적극적으로 할아버지께 거짓말하는 게 아니잖아?”
“……”
“그냥 사실을 말씀드리지 않는 것뿐이지. 뭐 네가 소극적 거짓말을 한다고 아빠한테 지적해도 할 말은 없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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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의 고백, 아빠의 암 관련 큰 수술들에 대한


딸아이는 내 말을 들으며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러면서 망설이며 말했다.
“아빠가 암 진단받고, 또 다리뼈 때문에 놀라고… 그렇게 두 번…”
“아니지. 아빠가 2011년에 4 기암 진단, 2013년에 폐 수술, 2016년에 다리뼈 절제 수술, 그렇게 큰 게 세 번 있어…”
“그래 세 번. 맞아 세 번…. 그런데 아빠, 아빠가 처음 암 진단받았던 게 내가 2학년 때였었잖아?”
“그래. 초등학교 때.”
“그래!”
“……”
“그리고 또 내가 4학년 대 폐 수술로 입원했었고?”
“어…”
“그리고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다리수술로 병원에 오래 있었고.”
“어, 맞아.”

딸아이는 뭔가를 말하고 싶었나 보다. 난 재촉하지 않았다. 한 동안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이렇게, 이번에 네 번째가 되니…”
“네 번째가 되니?”
“아니… 그냥… 뭐…”
딸아이는 이어지던 대화를 끝내 마치지 못했다. 대신 화제가 다른 쪽으로 돌아갔다.
“아빠, 이번에… 그럼…”
“으음… 이번에 둘 다 놀랬어.”
“누구누구?”
“나와 정형외과 교수님.”
“어떻게? “
“8.6cm나 될지 몰랐지. 둘 다. 어떤 종류의 암이 그럴 수가 있어?”
“……”

어떻게 그렇게 짧은 기간에 8.6cm가...


난 어떻게 8.6cm나 할 때까지 암이 재발하고 있었는지를 몰랐는지 도대체가 이해가 안 갔다.
“아빠, 치료는…?”
“글쎄. 우선 며칠 후 주치의를 만나봐야 해.”
“아!”
“그래서 방사선 치료를 할 수나 있는 건지. 아니면 잘라내야 하는 건지…”
“……”
“잘라내는 수술을 해도 걷지는 못할 거래.”
“그럼?”
“그래도 다리 하나는 아직 멀쩡하잖아?”
“……”
“아빠가 그 정형외과, 거기서 mri 사진 보고 당황했으면서도…다른 쪽 다리뼈가 멀쩡한 걸 보며 감사했단다.”
“……”
“아직 다리 하나는 남았네! 하면서. 속으로…"
"......"
"아빠 웃기지?”
"어떡해?”
"글쎄... 로봇발? 아님... 의족?"
"아!"

"아빠가 어쨌든 힘을 내야 해."
"그래. 아빠는 늘 그래 왔었잖아? 아프다는 말도 잘 안 하고..."
"그래... 아픈 걸 다 알고, 어디가 아픈지도 아는데 굳이..."
"아빠가... 그래..."
"그래도 아빠는 힘을 내야 해. 이번엔 더!"
"왜?"
"......"

딸아이가 알아야 할 중요한 한 가지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딸아이의 미래와 관련된 게, 당장 내년에 닥칠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건 딸아이에게도 내게도 아주아주 중요한 일이다. 아니… 일일 것이다. 그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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