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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22년 말, 폐전이 뼈전이 삶

뼈 전이 재발 확인 후부터 치료법을 논하기 전까지

by 힐링미소 웃자 2022.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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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전이 재발 진단


1. 8.6cm X 8.6cm 크기의 암 덩어리로 크다.
2. 골절이 예상된다.
3. 다행스럽게 아직 뼈 안에 머물러 있다.


정형외과 교수님과의 대화


우선 위의 내용을 말씀하셨었다. 내가 그 설명에 대한 질문을 했었다.
"원인이 뭘까요, 교수님?"
"글쎄요...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네?"
"우선, 전에 수술했던 부위에 암세포가 남았을 경우이거나 아니면 어딘가를 돌던 암세포들이 거기로 왔을 경우... 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럼 교수님, 치료방법은요?"
"글쎄요. 우선 절제술이 떠오르지만 수술하기가 참 그렇습니다. 둘째로는 방사선 치료를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대화가 좀 길게 이어진 후 그 교수님은 말했다.
"제가 진료가 끝나도 기다릴 테니 우선 주치의를 빨리 보셨으면 합니다. 주치의를 보신 후 다시 오십시오."

그 지시대로 담당 간호사님과 선임 간호사님께서 원발암 진료과와 통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힘들게 연결된 걸 옆에서 들었다. 내 주치의께서는 추석 연휴부터 쉬고 계시다는 것과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빨라도 10월 중순이어야 진료할 틈이 생긴다는 말이었다. 난 참으로 낙담했다. 그래서 다시 선임에게 부탁했다.

"어떤 이들은 암의 크기가 1cm나 2cm만 돼도 기겁합니다. 그런데 저는 8.6cm랍니다. 선생님 같으면 맨 정신이겠습니까?*
"아니요! 어쩔 줄 몰라할 겁니다."
"그러니 꼭 좀 제가 빨리 제 주치의를 볼 수 있도록 힘 좀 써 주십시오."
"저희들이 지금 해보고 있는데 환자분들이 많이 밀렸대요. 쉬시고 계시니까요."
"그럼?"
"환자분께서 직접 진료과를 가보시면 어떨까요? 그게 저희들이 부탁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일 겁니다."


진료과에 직접 갔더니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난 진료과로 갔다. 무슨 정신으로 갔는지 모를 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주치의께서는 안 계셨다. 추석 전부터 시작된 휴진이 한 달 다 되도록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정교수인 이유 때문인지 긴 휴가를 갖고 계신 건 분명했다. 난 다급한 마음에 설명 간호사를 찾았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어쩐... 일로...?"
그분은 안으로 들어오라는 말도 없었다. 그저 시큰둥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제가 8.6cm나 되는 암 덩어리가 전에 뼈 전이로 수술한 부위 밑에..."
"아, 저는 예약을 안 해드려요. 저는 그냥... 항암제 부작용만 체크합니다."
"아, 알아요."

그분은 여전히 날 밖에 세워두고 계셨다. 내가 맨 처음 만났던 설명간호사님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두 번째 설명 간호사님과도 많이 달랐다. 첫 번째나 두 번째 설명간호사님들은 심지어 때때로 안부전화까지도 하셨었다. 건강 상태나 항암제 부작용을 묻는 것은 물론이었고. 그런데... 이 분은 도대체가 공감능력이 제로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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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능력의 결여, 환자의 절망


"아니 어쩐 일이세요? 오늘 진료가 있으셨던가요? 무슨 일 있으세요? 여기로 우선 들어오셔서 앉으세요. 무슨 일이시지요? 어머, 얼마나 힘드세요? 통증은 어떤가요? 얼마나 힘드세요? 진료를 빨리 보셔야겠네요. 그런데 어쩌지요? 주치의께서 휴가 시라.."

뭐, 그런 대화를 예상했었다. 하지만 이분은 영 아니었다. 난 이런 경우는 그냥 넘어가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그날은 그런 것에 단 1분의 시간을 쓰는 것조차 사치라는 생각이었다. 너무 황당했다. 아니 황망했었다.

"예약이라면 저어기 간호부로 가셔야..."

그러나 그곳에 갔어도 달라진 건 없었다. 내 질문과 요청에 대해 돌아오는 말들은 앵무새의 몇 마디와 같았다. 교과서적인 응대 이상도 이하도 아녔다. 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다른 교수님이라도 좋으니 제발 오늘 진료를 보게 해 주십시오."

돌아왔던 답은,
"저희가 해드릴 게 없습니다. 아까 잡아드린 10월 중순이 가장 빠릅니다."
"아니, 뼈 전이암 재발된... 그러니까 재발암 크기가 8.6cm랍니다. 곧 부러질지도 모르는 상태라고 하고요. 정형외과에서는 난리가 아닌데 어떻게 진료과에서 이러실 수 있나요!"


병원 푸드코트의 불이 꺼질 때까지


난 풀이 죽은 채로 쩔뚝 쩔뚝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었다. 그리곤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푸드코트에 도착해있었다. 난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정리를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를 있었는지 모르게 있었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푸트코트에 남은 사람은 나와 그 밖의 서너 명에 불과했다. 직원들이 식탁과 의자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날이 시나브로 사라지는 걸 속절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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