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전이암 재발, 심해지는 암통
22일에 재발 진단을 받았다. 그로부터 5일째 되는 날 난 다시 충무로에 갔다. 마을신문을 수령하기 위해서였다. 인쇄소에 맡긴 건 22일이었다. 재발 진단받은 날 난 인쇄용 pdf를 인쇄소로 보냈고, 보통 2~3일이면 인쇄가 끝나서 나오는데 주말이 껴서 수령은 못하고 월요일에 가야만 했다. 재발된 곳, 통증이 심했지만 맡은 일은 해야 했다.
뼈 전이암 재발, 삶은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
난 평범한 일상을 지키고 싶다. 내가 설령 진행성 4 기암 환자라 해도 평범한 일상을 꿈궜다. 폐를 떼낸 후에도, 다리뼈를 잘라낸 이유로 영구 장애 판정을 받는 후에도 역시 평범한 일상을 꿈꿨다. 암 투병은 왜 하는 걸까? 당연히 하루라도 더 살기 위해서 한다. 아니면 영영 떠나면 될 일이다. 하루를 더 산다는 건 내가 세상 속에서, 사회 속에서 뭔가를 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난 그저 남들보다 좀 더 아픈 경우에, 그런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라고 스스로 생각해오고 있고, 생각한다.
뼈전이암이 재발했다는 통보를 받는 22일 하루를 제외하고 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달라진 건 뼈 전이암이 재발했다는 것이다. 그게 곧 죽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그렇기에 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날 불 꺼지는 병원 푸드코트를 나오는 것으로 내 고민은 거의 끝났었다. 뼈전이암 재발에 따른 처방은 이미 주어졌기 때문에 결론은 명쾌했다.
뼈 전이암 재발에 대한 전망과 대책
1. 뼈 전이암 재발
2. 치료방법은 허벅지뼈 상하 관절 제외 자르거나 방사선 치료. 그 외 방법 없음
3. 만약 잘라내야 한다면 그 후엔 못 걸음
4. 그 둘 다 안 되면 고관절 밑 부분 완전히 절제 후 의족 또는 로봇 다리
5. 어떠한 경우든 내 삶은 계속되어야 함
뼈 전이암 6년 만에 재발 진단받은 날, 푸드코트에서의 나의 결론
그날, 뼈 전이 재발을 진단받은 그날, 밤늦은 시간, 결론은 났었다. 그날 밤, 앞으로, 당장 다음날부터 해야 할 일도 정리했다.
1. 주치의 진료 앞당기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
2. 주치의 교수님 앞 무릎 꿇고서라도 방사선 치료 의뢰해달라고, 첫 번째 뼈 전이 때 방사선 치료 거절했던 교수님 말고 딴 교수님께 강권이라도 해달라고 애원할 것
3, 그 후는 운명에 맞길 것
4. 죽지 않았으니 아직 살아 있음을 자각할 것
5. 하루라도 더 소중하게 살 것
6. 인생? 삶? 그건 어려운 문제 아님. 오늘이 곧 내 삶이고 인생인 것, 그것만 생각하기
다시 일상으로, 소중한 일상
그래서 23일부터 다시, 물론 망치로 세게 얻어맞은 듯 어질어질했지만, 일상을 맞이했다. 그래서 인쇄소로 지팡이를 짚고 마을 소식지를 찾으러 갔다. 대신 이번에는 소식지가 담긴 박스를 트렁크에 실어 달라고 부탁했다. 8월호까지만 해도 내가 3층에서 지하 5층 주차장까지 직접 가지고 내려왔었다.
8.6cm짜리 암 덩어리가 발산하는 열
허벅지 앞부분은 여전한 통증으로 날 시험했다. 뼈 통증은 그 정도가 장난이 아니다. 또한 그 부분은 유별나게 열이 많이 난다. 이상할 것도 없다. 8cm 넘는 암덩어리들이 얼마나 먹고 싸 대겠는가! 그 대사과정이 볼만 할 것이다. 암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1cm 크기의 암 덩어리라면 대략 10억 개 정도의 암세포들이 있다고 한다. 그럼 8.6cm 크기의 암덩어리라면? 답은 제곱이 아니고 세제곱이다. 왜? 세포는 대부분 구에 가까우니까. 평면이 아니고 축구공 모양 비슷한 입체니까. 아마 수도 없는 암세포들이 내 허벅지 앞부분에서 우글대며 게걸스럽게 먹어대고 싸고 있으리라. 그러니 열이 안 날래야 안 날 수가 있을까?
남들에게 흔하디 흔한 하루, 내겐 그 흔한 하루가 삶의 전부
통증이 있다 해도 아직 내 삶이 멈춘 건 아니다. 난 그런 생각을 하며 충무로에서 회현동을 거쳐 서울역 염천교에서 유턴했다. 다시 서울역을 지나고 숙대 앞에 다다랐다. 더 내려오자 우측에 폭스바겐 매장이 보였고, 쇼윈도 가장 가까운 곳에 한국시장에 데뷔하는 폭스바겐 전기차 ID.4가 전시된 게 보였다. 차를 멈췄다. 매장으로 들어가니 싹싹한 직원이 날 맞이했다. 난 웃으며 그녀를 봤다. 그녀와 몇 마디 주고받으며 난 창밖을 봤다. 유난히 파아란 하늘과 그녀의 흰색 블라우스와 새하얀 치아가 수채화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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