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지 모를 극심한 통증은
나를 깨웠어.
눈을 뜨고 나서 돌아본 방은
어색했어.
쳐다본 몸도 너무 어색했고.
몸을 일으켜 세우려 해도
그럴 수 없었어. 전혀!
심지어 옆으로 1 센티라도
몸을 틀 수도 없었어.
엄청난 통증의 사슬에
내 몸은 결박돼 있었어.
6시간이 넘는 수술시간이었다고
말했어.
난 나의 몸을 천천히,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봤어.
우선 주렁주렁 매달린
각종 주사약들이
내 몸으로 들어오고 있었어.
배에는 탄탄한 복대가 감겨있었고.
침대 밑엔 오줌통이 있었고.
호스를 통해 몸에서 나가고 있는
핏물인지 오줌인지 모를 액체가
그 속으로 쉼 없이 흐르는 듯했어.
좀 지나고 나서 소독이 이루어졌어.
그때 본 내 배는 내 몸의 배가 아닌 듯
너무 생소하고 괴기스럽기까지 했어.
배꼽을 중심으로
위로는 가슴까지
옆으로는 좌측 옆구리 너머까지
촘촘하게 스테이플러 같은 것들이
박혀있었어.
무슨 실 같은 것으로
베어진 뱃가죽들이 꿰매 졌을 거라
생각했었지만,
흉측하고 큰 금속조각들이
대신 자리하고 있었어.
극심한 통증과
침대에서 일어날 수조차 없는
불편함 속에서도
일단은 안도의 한숨이 나왔어.
우선 수술이 무사히 끝났다는 것과
그 거대한 암덩어리가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는 것 때문에.
하지만... 하지만...
내 뱃속 콩팥 한 개가 통째로 잘려나갔고
그 위에 딸린 부신마저도 없어진 걸
생각하는 순간,
힘이 빠지고 서글픔이 찾아왔어.
그리고 다음날
명확하게 알게 된 두 가지 사실은
나를 또 다른 공포로
몰아넣었어.
수술 다음날
나는 수술이 잘 되었다는 말에
기뻤어.
거대한 암덩어리가 사라졌다는
것에 안도했고.
물론 그게 붙어 있던
왼쪽 콩팥이랑 부신이
내 몸에서 사라졌다는 건
좀 서글프긴 했지만,
그래도 콩팥 하나만 제대로 있어도
사는 데엔 큰 문제가 없다는 말에
안심하기는 했어.
하지만 거기까지가 기쁜, 일종의, 일이었어.
회복실에 들른 집도의의 말,
"첫째, 폐에 종양들이 아주 많습니다.
둘째, 신장암이 전이된 게 확실합니다."
그 두 가지 소식을 듣고는
앞이 캄캄했어.
사실 폐에 종양이 있다는 건
이미 C 병원에서 들었었어.
하지만 당시엔 그것에 신경 쓸
경황이 아니었어.
'거대한'신장암덩어리가 모든 걸
빨아들인 블랙홀이었던 거지.
하지만 자잘한 것들이 아주 많다는
말은 날 좌절하게 만들었어, 많이... 아주 많이.
내 생각에 그것들이
서서히 커질게 분명하고
또 한두 개도 아니고 여러 개라 하니
엎친 데 덮친 격이고
넘어진 몸이
짓밟혀 짓이겨지는 심정이었어.
퇴원한 후
폐종양을 정기적으로
추적 검사하기로 했어.
처음, 내 생애 처음 내 몸을 위해서 갔었던
대학병원, 그곳에서 2011년 3월에 발견한 사실은,
양쪽 폐에 자잘한
종양들이 있었는데,
그중 최대로 큰 게 1.2cm라는 사실.
그 후로 병원을 옮겼고, 이 두 번째 병원에서
수술을 했고... 그 후로 여러 번 추적 검사를 받았고...
그 해 7월까지는 그 크기가
유지되고 있다며...
"자, 이제 잘 살펴봅시다."
라고, 말은 계속했지만,
계속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하다고
결과지에는 쓰여있었어.
그렇게 여름이 지났지.
가을도 지났고...
겨울의 초입을 지난 시절,
좋지 않은 갑작스러운 변화는
그 해 11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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