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그런데 모든 종류의 항암제가 다 부작용을 가져오나요?”
“모든 종류의 항암제요?”
“예.”
“암 치료법에는 4가지가 있어요. 수술, 항암 화학 요법, 표적 항암 치료법, 면역 항암 치료법으로 나뉘어요. 물론 민간요법같이 우리 병원에서는 안 쓰는 방법 등도 있겠지요?”
“예.”
“수술을 제외한 치료법에서는 화학물질이 사용돼요.”
“그렇군요.”
“그러므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 부작용이 있지요.”
“여성들에게는, 물론 xxx 씨는 여성이 아니시지만, 월경주기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일과성 전신열감을 유발해서 폐경기를 촉진하지요.”
“심각하군요.”
“이제 항암제의 주요한 부작용은 두 가지 정도가 남네요.”
“휴, 다행이다!”
“제가 말씀드린 대로 ‘주요한’ 부작용이 그렇다는 거예요.”
“가장 심각할 수 있는 게……. 인지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거예요.”
“인지장애요?”
“예.”
“어떤?”
“인지능력을 상실할 수도 있어요.”
“이런!”
“사고력, 기억력, 일상적 인지 기능의 침해 등을 가져올 수가 있어요.”
김 선생님이 ‘인지장애’란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단어를 반복적으로 들으며,
‘이건 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암 때문에 병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주변에서 많이 들었던
대화들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우리 그 사람이 항암제를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좀 달라졌어.”
“어떻게?”
“거의 매일, 그것도 거의 온종일 막 짜증을 내기도 하고, 과잉반응이나 과잉행동을 하기도 하고, 또 “
“또?”
“어, 막 불안감에 사로잡힌 사람같이 말하고, 행동하고.”
“어쩌냐?”
“우울증이 심해지고…….”
“너 힘들겠다!”
“나도 그렇지만, 그 사람이 때론 너무 불쌍해.”
하지만 그들이 나눴던 대화의 내용과
지금 내가 듣고 있는 ‘인지장애’는
차원이 다르다는 걸 금세 알 수 있었다.
“선생님, 진짜로 인지장애도 와요?”
“예. 단어 기억능력이 손상되기도 하고요. 또 간단한 산수 문제조차 못 풀기도 해요. “
“심하네요, 선생님.”
“또 어느 것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때도 있어요. 극도로 산만해지기도 한단 말이지요.”
“…….”
“문제는 이런 인지장애가 암 환자에게 ‘갈수록 첩첩산중이다’란 말처럼 더 극심한 분노와 스트레스를 불러온다는 거지요.”
“그럼 심할 경우, 이런 표현은 좀 그렇지만, 거의 제정신이 아닌 사람 같은, 그런 행동도 나올까요?”
“아마도요.”
난 김 선생님과의 긴 상담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혼잣말을 했다.
"아, 항암제를 어찌할 것인가? 안 먹자니 폐를 비롯한 몸속의 암세포들이 끊임없이 커질 거고, 먹자니 오만가지 부작용이 내 몸을 무너뜨릴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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