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번 전화했었습니다.”
“예….”
“생각은 해보셨어요?”
“예….”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선생님, 무엇이 좋은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이해합니다.”
김 선생님은 여린 음성으로 말을 이어갔다. 이분은 항암제 임상전문가다. 내가 이 분을 알게 된 건 나에겐 행운이었다. 내가 이 병원으로 옮긴 후, 여러 선생님을 만나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데, 그중 한 분이신 이 김 선생님은 내가 항암제에 대한 두려움으로, 정확히는 항암제 복용에 따르는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으로, 여러 날 많은 고민을 할 때, 내가 결단을 내리는데 길잡이가 되신 분이다.
“우선 빨리 한 번 오시지요?”
“그럴게요. 그런데… 다음 진료 때 뵈면 안 될까요?”
“xxx 씨, 두 달이나 더 기다려야 하잖아요?”
이분은 나를 부를 때 환자라는 말 대신 이름으로 불렀다. 김 선생님이 나에게 ‘환자분”으로 호칭한 적은 딱 한 번이었던 듯하다. 의료진이 날 부를 때, 내 이름으로 부르면 난, 마치 환자가 아닌 것처럼 착각한다. 그러면서도 뭔지 모를 자신감도 생기고. 그런 점에서 이 선생님은 내게 지속해서 용기를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가요? 어쨌든 다음 교수님 진료 때…….”
“그러지 마시고…. 그전에 폐식도 진료 있으시니, 그때 제 사무실 한번 들르세요.”
“…….”
“지금 뭐 하시는 중이세요?”
“왜요?”
“호흡이 가파르네요.”
“산에서 뜀박질 중입니다,”
“폐 수술하시고 퇴원한 지 그리 오래된 게 아닌데, 벌써 산에서 뛰어도 괜찮으세요?”
“걷다 뛰다 합니다.”
말을 이어가면서도 내 머릿속엔 폐 수술 후 어느 날, 처음으로 이분을 만난 때를 시작으로, 이분과 나눴던 항암제의 부작용에 대한 대화 내용이 자꾸 떠올랐다. 하지만 나의 급작스러운 혼잣말인지 질문인지 모를 말에 통화는 더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암으로 죽느냐?
항암제 부작용으로 죽느냐?
둘 중 하나일까요?”
나의 그 물음에, 전화기 너머로 그 선생님의 한숨 소리가 전해졌다
나는 양쪽 두 개의 폐 중 오른쪽의 일부를, 내 몸의 일부를, 내 생명이 왔을 그 어딘가로 다시 보냈다. 아직 오른쪽 모두를 보내진 않았다. 오른쪽 폐엔 3개의 파티션이 있다 했다. 그중에서 맨 아래쪽 파티션을 보냈다.
내 폐에서 떼진 그 조각은 아마 실험실, 아니면 폐기실 어딘가로 보내졌을 것이다. 그런 후 분자가 됐든, 원자가 됐든, 소각되어 티끌이 됐든, 먼지가 됐든 본래 왔었던 그 어느 곳으로 되돌아갔을 것이다. 이미 2년 전 내 몸을 떠난 콩팥 한쪽이 그러했듯이.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미래의 어느 날, 콩팥과 폐 말고도, 내 몸의 또 다른 어느 부분에 똑같은 일이 반복돼 일어날 줄은 차마 몰랐었다.)
그 폐 부분절제술로 불리는 폐 수술을 마친 후, 나에게는 두 개의 딜레마? 또는 도전? 그런 게 다가왔다. 하나는, 표적치료제로 불리는 표적항암제에 대한(정확히는 그 부작용) 것과 또 다른 하나는, 어느 경우가 됐든 기대되는 나의 남은 수명이었다. 그 두 가지는 시간의 간격을 두며 이뤄진 의료진과 나의 문답에서 나왔었다.
표적치료제에 대한 건은, 이 병원으로 옮긴 후 나의 새로운 주치의가 되신, 비뇨기과 교수님의 제안 때문이었다.
"무조건 폐는 수술을 하자.
그런 후, 남아있는 것들은 표적치료제로 더는 커지지 못하게 붙잡아 놓자."
나의 기대되는 남은 수명에 대한 고민은 나름 심각한 것이었다.
허지만 난 표적치료제를 거부했었다.
오로지 추적검사만을 지속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그렇게 보내던 어느 날,
심각한 검사 결과를 접했다.
나의 절실한 질문에 대한
교수님의 설명에서 시작되었다.
https://ncc.re.kr/main.ncc?uri=manage01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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