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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13년 전원, 두 번째 수술, 폐 절제

암삶 43-중환자실을 나와 회복기 그리고 어느 갑부의 3개 월 후 죽음과 그 후 가난한 나의 8년_폐 전이 폐암 수술 8(2013)

by 힐링미소 웃자 2021.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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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어떠세요?"
"안녕하세요, 교수님?"
"참을 만하시고?"
"하하하, 예"
"수술은 잘 됐어요."
"예, 고맙습니다, 교수님."
"수술은, xxx 교수가 말한 대로는 안 되었어요.
그렇게 할 수가 없었어요."

"왜요?"
"암 덩어리들이 겉에 있었으면,
그럴 수도 있었을 텐데,
폐 깊숙이 들어있었어."
"그럼?"
"오른쪽 폐 3 엽을 잘라냈어."

"그 암 덩어리들이 어떻던가요, 교수님?"
"큰 것들 세 개가 있었는데,
큰 게 한 3cm 가까이,
나머지 큰 2개는 한 2cm 정도였는데,
자잘한 것들도 있었고."
"으음, 예……."

"앞으로 회복 잘하시고, 그러세요."
"예. 수고하셨습니다, 감사드리고요."
"그럼, 뭐 필요한 거 있으면 말씀하시고, "
"그런데, 교수님! 남은 자잘한 것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허허, 그것들은 xxx 교수랑 얘기해서
잘 치료할 수밖에!"
"예, 교수님."
"쉬어요!"

그제야 내 오른쪽 옆구리 위아래, 좌우로 네댓 개의 구명이 왜 생겼는지를 알았다. 그리고 5개의 엽으로 구성됐다는 양쪽 폐중에서, 오른쪽이 세 개의 엽으로 구성되었다는데, 그중의 하나가 없어졌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더는 폐를 건드릴 방법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아직도 자잘한 것들 포함 몇십 개의 암 덩어리들이 양쪽 폐에 남아있다는 건데….그 '칼잡이' 교수님이,

“남은 덩어리들은
비뇨기과 교수님과 잘해라!”
하시니,

교수님이 병실을 떠난 후,
난 조용히 본능과 이성이
문답을 나누는 과정을 지켜봤다.
“그럼 내가 앞으로 내 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수술?”
“아니, 더 이상 수술할 곳도, 방법도 없다잖아?”
“그럼?”
“자라는 대로 놔둬?”
“그건 네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잖아?”
“그럼?”
“잘 먹고, 운동하고, 웃고, 남은 생을 즐기는 수밖에!”
“그래?”
“그럼, 뭘 더 할 수 있어?”
“……”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그 칼잡이 교수님 말씀에 의해서도…의학적으로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고도의 전문가이신, 의사 선생님들마저 더는 할 게 없다는데…내가 뭘?

“아아, 너무 피곤하다.
이젠 한숨 좀 돌리고 쉽게 가는 수밖에!
우선 생각을 좀 멈추고 쉬어야겠다.”

나는 스스로에게 속삭이며, 크고 깊은숨을 몰아쉬었다.

중환자실에서 며칠 밤을 보낸 후 그러니까… 폐 수술 후 며칠 만에 중환자실에서 나와 일반 병실로 옮겼다.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수시로 폐활량을 늘리는 호흡 연습과 걷기 운동을 하란 처방을 받았다.

병실 복도에서 운동하던, 어느 날, 복도 끝의 브이아이피 병실 앞에 몰려 있던 엄청난 , 무슨 놈의 병실 앞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사람들에 놀랐다.

수사로 드나드는 친절한 간호사 선생님들과 어쩌다 오는 문진 교수님 뿐, 그래서 나 혼자뿐인 병실과는 너무도 다른 풍경이었다. 그 VIP용 1인실 병실엔 환자분의 아내인듯한 여자와 딸인듯한 젊은 여자들, 상무나 이사는 될 듯한 사람들, 때론 자주 뉴스에서 보는 대선주자급 정치인들이 까지…마치 개미가 개미집을 드나들 듯 방문객들이 끊이질 않았다.

마치 무슨 회의라도 하는 듯, 업무수첩을 든 말쑥한 양복 차림의 사람들도 수시로 들락거렸다. 그 와중에도 그 병실의 주인공은 시간을 내서 복도를 걸으며 몇 바퀴씩이고 도는 운동을 했다. 그 층 병실에 있던 모두가 그랬던 것처럼. 그는 아주 지친 걸음걸이로, 아주 피곤한 얼굴을 하고, 힘겹게 복도를 거닐고 있었다.

그를 수술한 교수님이 나를 수술한 교수님이었으니, 그에게 내린 회복운동처방도 내 운동처방과 같았을 거란 짐작이었다. 수시로 불면서 호흡 운동하기! 수시로 복도에서 걷기 운동하기! 그는 큰 키에 하지만 안타까울 정도로 마른 몸! 열대 사막에서 생활했을 법한 검은 얼굴!

그 층 휴게실에서 쉬던 환자들의 몇몇은 그를 두고 귓속말을 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그가 몇 백억 자산가니, 또 어떤 이는 몇천억이니 하며…수근수근…분명한 건 이름을 대면, 누구나 다 알 만한 유명인이었다.

나는 며칠을 더 입원하다 집에 왔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무더운 어느 날, 나는 우연히 뉴스를 보다가, 그의 이름을 발견했다.
난 놀라 그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동일인이었다. 분명 그였다.

그가 세상을 떠난 날, 그가 창업한 회사의 주가는 쭉 3만 원대에서 거래되다가 21,000원까지 급락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불과 2개월 도 안돼 2만 7천 원대에서 안정적으로 거래되고 있었다니... 사람 떠나는 일이이 어떤 영역에서는 그리 큰 일도 아닌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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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사들의 내용을 종합해 보건대, 그는 폐암 수술을 받았다. 그것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명성을 가진 명의로부터!
그런데 왜 수술 후 채 몇 달도 안 돼, 그토록 빨리 사망했을까? 난 곰곰 생각해봤다.

그는 아마 원발암이 이미 다른 곳으로 전이가 된 상태에서 수술을 받았을 듯했다. 그 말은 그의 암이 이미 온몸으로 퍼졌을 거라는 뜻일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어느 의사, 어느 병원이 그를 치료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니 만약 몸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아프게 된다면, 그 수많은 돈과 사회적 명성, 중견 기업의 창업자, 그런 타이틀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또 아무리 천하의 명의를 만나다 한들, 이미 갈대까지 간 몸의 상태를 어떻게 되돌릴 수 있겠는가!

나는 그분에 대한 뉴스를 읽으며, 명복을 빌었다. 그러면서 건강 전도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가족, 주변의 친구, 그리고 설령 남이라 해도,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 증상이 보인다는 얘기가 내 귀에 들린다면, 그에게 다가가 말할 것이라고. 즉시 전문의를 찾아가 정밀검사를 받아보시라고! 그것도 최소 2 곳 이상에서. 그런 한편으로는 나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리라 다짐했다.

암은 나이도 무시하고, 남녀 차별도 하지 않으며, 가난하든 부자든, 조금 배웠던, 많이 배웠든, 그 누구에게라도, 아무도 모르게 은밀하게 다가오는, 인정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무자비한 존재란 걸 경험으로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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