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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16년, 육종성 변이, 세 번째 수술, 다리뼈 절단

암삶 66-육종성 변이가 뺏어갈 뼈 한 토막_완전관해 과신(2016)

by 힐링미소 웃자 2021.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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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도 때론 변하기도 한다는데 사실이야 오죽하겠는가? 세상도 변하고, 환경도 변하니 그 속에 사는 인간이야 또 두말하면 뭣하랴! 그러니 그 인간의 몸에서 사는 암은 또 얼마나 변화무쌍하게 변화할까? 기술도 발전하고, 의학도 발전한다고 하니 20년 전의 의학과 오늘의 의학이 어떻게 같을 수가 있을까?

잠깐 들렀던 대학병원의 그 젊은 교수님에 의하면 내가 가진 암은 골반뼈로 많이 전이된다고 최근 연구 결과에서 밝혀지고 있다고 했다. 나 같은 환자는 때론 딜레마에 빠진다. 어떤 경우에는... 최신 의학을 접하려면, 주니어 의사한테 진료를 받아야 하고, 반면에 풍부한 경험의 혜택을 받길 원한다면 시니어 의사를 찾아야 한다. 물론 대부분의 의사 선생님들은 그 두 가지에 모두 뛰어나다는 사실을 경험해오고 있다. 하지만 모든 분들이 그 두 조건을 충족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물론 이건 능력에 관한 얘기는 절대 아니다. 능력? 스마트함? 이게 의대라는 게 아무나 들어가는 곳인가!

아주 오랫동안 진료를 받아오면서 많은 의사 선생님들을 접해오고 있다. 나의 주치의 선생님을 비롯해, 그분들을 사실 나는 아주 아주 많이 존경한다. 또 그분들이 얼마나 숨 돌릴 틈도 없이 고된 일에 시달리고 계신지도 잘 안다. 특히 나의 주치의 선생님 같은 경우, 많은 환자와 그분들 모두에게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시다 보니 시간이 부족해서, 심지어 점심식사도 거르시는 걸 많이도 보아 오고 있다. 이런 격무에서는 사실 ‘노련함’과 ‘최신’의 조화가 우선은 물리적으로 얼마나 힘들까! 를 생각해본다.

사실은 이랬었다. 내가 폐절제술을 받은 흉부외과 교수님이 어느 날 PET-CT 처방을 내리셨었다. 그 후로 1년 9개월 동안, 완전관해 판정 후 1년 6개월 동안 PET-CT도, 전신 뼈 스캔도 안 받았었다. 표준치료 안에 따르면, 원발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된 경우 ‘적어도’ 1년에 한 번씩은 받아야 한다는데…. 난 나름 스마트 환자인 줄 알았었다.

똑똑한 환자? 진실은 그렇지 못했다. 그 표준치료 안을 알고 있었는데, 분명 최초 암 진단 후 며칠 동안 필요한 거의 모든 정보를 여기저기 뒤지며 찾아내서 메모까지 했었는데…. 그중에는 전이암 환자들은 정기적으로 PET-CT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는데…. 그럼에도 ‘완전관해’라는 말에 취해 내가 기본을 망각했었음이 틀림없다. 의사 선생님이 안 해주시면 나라도 부탁했어야 했다.

바로 그 점에서 내가 스마트 환자가 되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남이 아닌 바로 내가 노련한 의사 선생님을 선택했던 거라면, 그분의 바쁜 스케줄을 예상했어야 했고, 그분의 바쁨을 나의 적극적인 질문과 요청으로 보완했었어야 했다. 즉, 환자 당사자인 나의 진료와 치료과정에의 적극적인 ‘참여’와 ‘보완’이 ‘나의’ 몸을 대하는 예의였던 것이다.

난 , 물론, 내가 겪었던 모든 의사 선생님들한테서,
"환자분은 참 질문도 많으셔!”
란 말을 빼놓지 않고 들어오고 있다. 여기서 세상 일의 교훈을 배운다. 그런데... 세상이, 세상일이란 게, 세상을 살다 보면, 그렇게 쉽기만 한 건가!
"등잔 밑이 어둡다."
거나
“도둑이 들려면 짖던 개도 안 짖는다.”
라는 말이 있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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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날 영상의학과 교수님은 나와 헤어지기 전에 한 가지 제안을 했었다. 당시 상태로는 골절이 발생할 게 너무도 뻔하기 때문에 그 어떤 치료도 불가능하지만, 대신에 담당 주치의 선생님과 상의 후 도울 게 있으면 도울 테니 다시 보자는 말씀이셨다. 나는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주치의 선생님을 만나러 갔다.

주치의 선생님의 진료실 앞 부메랑 형상으로 놓인 의자엔 많은 사람이 앉아 있었다. 난 지친 맘 앉힐 빈자리 하나 어디 없나 두리번거렸지만 보이질 않았다. 각져서 의자를 놓을 수 없는 모서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다리는 쑤셨고 무릎은 내내 부어있었다. 다른 예약 환자들의 진료가 진행 중이었으므로 한참을 기다려야만 했다. 참 긴 하루란 생각과 함께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 아침에 급하게 병원에 왔고, 진료를 보고, 타과로 의뢰되고, 기다리고, 그곳에서 소득 없이 다시 여기로 왔고, 또 기다려야 하고…. 안 움직이고 그냥 있어도 이제는 다리며 무릎이 아팠고….

이 사람도 보고 저 사람도 보고, 아픈 다리도 주무르고, 순간 ‘아야!’ 소리도 내고, 언제 내 차례가 되려나 목을 자라처럼 빼기도 하고, 또 막상 들어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도 예상도 해보고…. 그러면서 한참을 기다렸다. 기다림에 지칠 즈음에 빈자리 하나가 생겼다. 사흘 굶은 사람 밥 한 그릇 보듯 잽싸게 앉았다. 진이 빠져 눈이라도 감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눈 뜨면 보이고, 보이는 모든 것들마다 마음만 더 심란하게 할 거 같아서…. 팔짱을 끼고 막 눈을 감았다. 동시에, xxx 씨!라고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영상의학과 선생님과 통화했습니다. “
“…….”
“그쪽 선생님은 치료 중에 대퇴골이 부러질 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예, 교수님. 거기 교수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수술이 먼저고…. 그런 후에 방사선 하자고 그러셨어요.”
“아, 그런데 다른 과 진료도 잡혀있네요?”
“예, 교수님. 제가 그 선생님께 부탁드렸어요. 다리 수술 말씀도 하시고 그러시길래요.”
“그러셨군요.”
“예, 교수님”
“그런데 정형외과 xxx 교수님은 어떻게 아셨어요?”
“제 다리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는 걸 발견하셨던 집 근처 대학병원 그 정형외과 교수님이 말씀하시길, 저 같은 경우엔 이 병원에서는 xxx 교수님밖에는 없다 하셔서요.”
“잘하셨어요….”라고 나의 주치의는 말씀하셨다.

그도 나도 한동안 말이 없었다. 주치의께서는 예의 그 팔짱을 끼셨고, 가끔씩 흘러내리지도 않는 안경을 고쳐 쓰시곤 했다. 나는 그분의 눈과 팔짱과 안경을 보다가 천장도 보고, 바닥도 보고…. 그러다가 결국엔 그의 입만을 쳐다봤다. 무슨 말이 떨어질까에 마음을 졸이면서. 혼자 하는 침묵은 마음의 정리를 가져오고 지혜를 불러오는 경우가 있지만, 마주하고 있는 둘 사이의 침묵은 어색함을 가져오고, 때로는 끝이 안 보이는 긴장의 강을 둘 사이에 흐르게 한다.

“입원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던 주치의의 입에서 순간적으로 나온 말이었다.
“아!”
“조금 있다가 PET-CT도 찍으시고요.”
“아~“ 나의 입에서는 한숨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길게….
“여기 이 환자분 급하게 PET-CT 좀 잡아주시고, 입원하시는 것도 도와주시고요.”라고 말씀하시는 주치의 선생님의 목소리는 마치 잠결처럼 내 귀에 긴가민가했다.

‘입원…? 입원…! 세 번째...? 또 어디를 어떻게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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