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종성 변이와 치료방법
병실로 돌아오니....
“안녕하세요? xxx님 이시지요?”
거기에서 의사 가운 속의 어느 젊은 여자가 날 보며 인사했다. 그의 옆에는 또 다른 사람이 있었는데, 수술복을 입은 젊은 남자였다.
“아, 예! 안녕하세요?”
“계실 거로 생각해서 왔는데... 정형외과에 다녀오시는 길이신가요?”
그 여자 의사분이 가녀린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난 간단한 대답과 함께 옆에 계셨던 분들이 안 보이시는 게 궁금했다.
“예. 그런데 옆에 분들 안 계시네요?”
옆의 병상은 비어있었고, 텔레비전도 꺼져있었다.
“아, 그분 수술받으시러 들어가셨다는군요.”
라고, 젊은 남자 선생님이 말했다.
빈자리! 난 그분이 무사히 수술을 받으시고 다시 돌아와 TV라도 크게 틀어놓고, 설령 보시진 않더라도, 내 옆 침대에서 나한테 끊임없이,
“으이고 어쩔까나이~ 아직 한참 젊은디. 젊은 사람이 어쩌다 그랬당가이?”
라고, 말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있던 사람이 없고, 차 있던 자리가 빈자리가 되니 허전했다.
어느 날 호흡을 멈춘 내 굳은 몸이 자리를 비웠을 때, 내 뒤에 남겨진 사람들은 어떤 표정일까? 어떤 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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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후 이런저런 검사를 받았다. PET-CT, 혈액, 심전도, 혈압 체크도 수시로 이뤄졌고, 폐 기능 검사도 이뤄졌다. 사실 당시에는 그런 검사들이 내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진 않았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윽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전공의 선생님은 내가 그 후에 받게 될 조치들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나는 두 귀를 쫑긋 세웠다.
“급속 동결 치료를 받게 되실 겁니다.”
“급속 동결요?”
“예.”
“그게 뭐지요?”
“뼈에 구멍을 낸 후 안을 긁어내거나 일부를 절제한 후 액체질소로 빈 곳을 채웁니다.”
“......”
“그런 후 아주 빠르게 암 조직을 얼립니다. 그리고서는 생리 식염수를 주입하지요. 그러면 액체질소와 생리 식염수 간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데…. 이런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합니다. “
“그럼?”
“그러면 세포 안에 얼음이 생기고, 그런 과정에서 암 세포막을 파괴할 수 있고, 결국은 암 조직을 죽게 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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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쨌든 그런 방법으로 매듭이 지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맘으로 뜻하지 않았던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좋네요.”
“좋아요?”
“예, 선생님.”
“환자분께서 걱정하실까 봐 이런 말씀은 안 드려야 하는데...”
“뭐요, 선생님?”
“ 단점도 있어요.”
“그게 뭐지요?”
“ 급속 냉동시킬 범위나 깊이를 조절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러면?”
“따라서 주변 정상조직도 죽게 만들어 부작용을 가져옵니다.”
“어떤?”
“신경 손상, 피부 손상, 괴사, 그 괴사에 의한 골절 등등요.”
“선생님, 그럼?”
“그래도 숙련된 선생님들이 계시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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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분이 말씀하시는 단계마다 벌어질 내 다리의 모습을 상상하며 오싹오싹했다. 양지가 있으면 그늘이 있다더니... 그럼 난? 그 방법밖에는 없다는 말인가?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난 다른 방법은 없는지를 물었다.
“예. 이건... 아직…. 결정된 건 아닙니다만...”
“그럼...?”
“지금까지 논의되고 있는 경우의 수입니다.”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예. 또 다른 하나는 고주파 열치료입니다.”
“고주파 열치료요?”
“예. 뼈에 구멍을 낸 후 그 속에 바늘 형태의 전극을 넣습니다.”
“......”
“그런 후에 전류를 흘려보냅니다. 이때 발생하는 열로 암 덩어리를 태워버립니다.”
“부작용도 있나요, 선생님?”
“예. 물론입니다. 하지만 통제할 수 있겠지요...”
“통제 가능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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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의문이 들었다. 내가 정형외과에서 들었던 말과 달랐기 때문이었다.
“선생님, 선생님들은 어느 과에서 나오셨나요?”
“저희요?”
“예. 정형외과인가요? 아니면 영상의학과인가요?”
“아닙니다. 비뇨기과입니다.”
“그럼, 아까 말씀하신 그 두 가지 치료법은 어느 과에서 하는 건가요?”
“아, 예. 저희 과가 아니고 영상의학과와 정형외과 교수님들이 협업해서 하실 것 같습니다.”
“같이요?”
“예. 환자분은 다학제 통합진료 및 치료를 받으셔야 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뭔가가 혼란스러웠다. 그 두 분의 선생님은 내 병상을 뒤로하고 병실을 나갔다.
난 벌러덩 누웠다. 조금은 피곤했다. 사실은, ‘조금’이 아니었다. 누워서 보는 창밖으로 뭉게구름이 정처 없이 떠다니고 있었다. 작고 귀여운 아기 염소 닮은 구름도 있었고, 두 다리를 곧추세운 사마귀 모양의 구름도 보였고, 반짝이는 아기별들이 재잘대는 은하수 닮은 구름도 있었다. 그 모습들이 왠지 낯설지 않았다.
내가 아마 여남은 살 먹었을 어느 날 뒷산 야트막한 봉우리, 무덤 봉우리, 에 머리를 기댄 채 팔짱을 끼고 누웠었다. 초여름 어느 날, 난 그렇게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러고 있길 한참, 스르르 잠기는 내 눈가로 아기 염소 뭉게구름이 으르렁대는 늑대로 바뀌고, 사마귀 머리 모양의 구름이 독사의 날름대는 혀로 바뀌어 가고, 아기별 모양의 흰 구름이 불덩이로 변해감을 시나브로 느끼며 깊은 낮잠에 빠진 적이 있었다. 어느덧 내 몸은 뭉게구름 위에 얹힌 채로 한없이 흘러가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갔을까, 갑자기 구름은 어느새 물로 변해 내 몸을 적신 채 수천 길 낭떠러지로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 xxx 씨, MRI 검사와 CT 검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누군가 내 몸을 흔들며 소리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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