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웠다.
얼마나 바들바들 떨었었는지 모르겠다.
“선-생-님, 왜…. 이-렇-게 춥지요?”
“아! 깨어나시는군요. 많이 추우세요?”
“예. 너-무 추워…. 요. 꼭 냉동실 속에 있기라는 하는 듯이…. 요.”
“예상되네요. 입술도 파랗고…. 말씀도 잘 못 하세요. 지금”
“그렇지요, 선생님? 온몸이 바들바들…. 너무 추워요.”
“... 수술은…. 수술은 잘 됐어요.”
콩팥 하나를 들어내야 했었던 첫 번째 수술에서 깨어날 때도 그토록 춥지는 않았었다. 등뼈 쪽에 붙어 있다며, 배를 크게 열고 수술했다 했었다.
창자를 휘저어놨다고도 했었다.
“뱃속을 너무 휘저어놔서….”
라고 말하며, 의사 선생님 한 분께서 복도를 지나며 말씀하셨었다. 그래서였는지 그저 배며 등가죽이며 온 삭신이 당기고 아플 뿐 춥다고는 못 느꼈었다.
폐를 잘라내는 두 번째 수술에서 깨어날 때도 그토록 춥지는 않았었다.
그저 정신이 몽롱하며 오로지 극심한 현기증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세 번째 수술에서 깰 때는 온몸이 냉동되는 듯했다.
그와 동시에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않았던, 뭔가 기분 나쁜 예감이 날 더 얼어붙게 했다.
“선-생-님, 그런데,..., 왜 다리에…. 한쪽 다리의 감각이…. 이렇게…?”
나는 더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추위를 느꼈다.
“ 선생님, 온도를 좀…. 높여주실 수 있으신지요?”
“예.”
“그런데 왜 이리도 춥지요?”
“......”
나의 물음에 대답하는 대신 그분은 시트를 내 가슴을 거쳐 턱밑까지 끌어올려 주었다. 서서히 올라오는 온기는 나의 몸을 덥히기도 전에 정신을 먼저 데웠다. 다리에서 느껴지는 기분 나쁜 뭔가를 확인할 틈도 없이 난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난 극심한 통증에 눈을 떴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몇 개의 링거가 내 머리 위에 매달려 있었고, 끊어질 듯 위태로운 호스를 타고 주사액들이 또-옥-똑-똑 떨어지고 있었다. 난 통증이 오는 곳을 찾아, 아직 덜 깬 정신을 가다듬으며, 촉각을 더듬어가기 시작했다. 다리 쪽이었다. 손을 뻗어보았다. 하지만 만져지는 건 딱딱한 물체뿐이었다.
“이게 뭘까?”
라고, 난 어눌하게 중얼거렸다.
상체를 들어 내려다보고 싶었다. 하지만 일으켜지질 않았다. 사지가 묶인 채 포수의 우리에 던져진 멧돼지처럼 난 몸을 좌우로 비틀었다. 하지만 한쪽으로만 돌릴 수 있을 뿐이었다. 다른 한쪽으로 돌릴라치면 외마디 고함 소리가 입에서 먼저 나왔다. 고개를 비틀어 하체를 보았다.
분명히 환자복 바지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유독 한쪽 다리를 덮고 있어야 할 바지는 매듭이 풀린 채로 하얗고 딱딱한 물체를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복사뼈에서 시작해서 사타구니까지 이어지는 아주 긴 깁스가 나의 한쪽 다리를 온통 감싸고 있었다.
“이게 뭘까? 왜 이렇게 해놨지?”
라고, 맘속으로 웅얼거리며 수술을 앞두고 나눴던 집도의와의 대화를 반추해보기로 했다.
“다리를 자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능한 방법들을 충분히 고민해 보고…. 최선의 조처를 하도록...”
그분과 나눴던 대화는 뒤죽박죽인 채로 머릿속에 남아있었을 뿐이었다. 도저히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뚝뚝 끊긴 단편들뿐이었다. 조각난 대화의 파편들은 쓸모없이, 순서도 없이 나뒹굴고 있었다.
“아, 나의 이 머리는 이 상처 난 세 번째의 기억을 지우고 싶어 하는가 보구나”
라고, 난 생각했다.
“그래? 그럼 우선 이게 무슨 일인지부터 파악하고, 그런 후 대책을 세워야겠다….”
라고, 우선 속으로 정리했다.
피와 소독약이 아직 완전히 닦이지 않은 다리를 보며 난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
'암 > 2016년, 육종성 변이, 세 번째 수술, 다리뼈 절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암삶 74] 찌는 한여름 퇴원 그리고 몇 달째 고정된 다리 한 쪽(2016) (0) | 2021.10.03 |
---|---|
[암삶 72] 막강 마약성 진통제가 뺏어간 다리뼈 절단 통증(2016) (4) | 2021.10.03 |
[암삶 70]다리뼈 절단 예고(2016) (0) | 2021.10.03 |
[암삶 69] 골전이 육종암_고주파열치료_급속동결치료_절제수술 등 (0) | 2021.10.02 |
암삶 68-양쪽 폐 가득 전이암 덩어리들 천지인데 결국은 골육종 판정 (0) | 2021.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