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을 믿자.
그리고 간절히 원하자.
9시간 금식 혈액검사 목적
9시간 금식 후 혈액검사, 난생처음 해 보는 일이다. 9시간 금식 이유에 대해 피 뽑는 분께 물으니 자신은 그 까닭을 모른다 했다. 그건 오로지 담당 교수님만 아신다는 거였다. (에이~ 거짓말…) 내가 추측 건데, 이 처방 이뤄지던 날 교수님과의 문답과정 중 힌트, 당이 있나 없나를 알아보기 위한 거 같았다.
그 문답이란,
“ 당이 있네요?”
“네?”
“아무런 얘기가 없었어요?”
“네, 교수님. 그런 얘기 첨입니다.”
‘아, 있어요.”
“네…”
“그런데 이 결과 나올 대 혹시 금식하시고 혈액검사 하셨나요?”
“네!”
“얼마 나요?”
“교수님 원발암 주치의께서는 대략 4~6시간 금식 처방 하십니다만…”
“그래요?”
“네!”
“그럼 9시간 금식하시고 혈액검사 한 번 해봅시다.”
“9시간요…?”
“네!”
채혈실의 뉴 키즈 온 더 블록
그런 대화가 오고 갔었다. 덕분에 9시간 금식 후 피를 뽑히러 갔던 것이다. 내가 같은 병원을 너무 오래 다녔는지, 직원들께서 오래 안 계시는지 낯익은 얼굴이 드물다. 아, 물론 교수님들은 빼고다. 여기 피 뽑는 데도 책임자 한 분 빼고는 ‘뉴 키즈 온 더 블록’이다.
그래도 그 책임자가 낯익은 이유는 다 사연이 있어서다. 이 병원으로 전원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혈액검사 땜 피를 뽑힐 일이 있었다. 그런데 날 담당하셨던 분께서 둔감하셨다. 채혈 중 내가 혈관을 뚫고 피부를 찌르는 듯하다고 컴플레인을 했었는데, 막 무시당했다. 난 몇 번 더 말했다. 그래도 멈추거나 미안하다는 말도 없으셨다. 물론 그 검사자 분 혈관을 찾는 과정이나 바늘을 찌르는 동작들을 보건대, 내겐, 영락없는 ’ 뉴 키즈 온 더 블록‘이였다. 그분 아마 교육을 막 끝내고 투입된 듯했다.
난 6병 다 뽑힌 후, 그분께 여쭸다.
“제가 많이 아프다고 말씀드렸는데 왜 그러셨어요?”
“아……”
“여기 좀 보시겠어요? 멍들고 붓디가 나타나기 시작하잖아요?!”
“아!”
“아니… 미안하다든지, 많이 아팠냐 던 지.. 뭔 양해 비스므리 말씀이라도 하셔야 하는 게 아닐까요, ㅇ;런 경우엔요?”
“네…”
채혈 트라우마, 혈관이 터지고, 바늘 꽂힌 부위가 부어오르고
난 피드백 많이 하기로 찍히기 딱 좋은 타입의 환자다. 이런 피드백은 직장 생활할 때도 여전했었다. 군대 때도 그랬고. 난 그 화학검사실의 그분이 원망스러웠다. 난 당시 채 40대 후반였는데, 내 옆과 뒤에는 연세 드신 분들이 많으셨다. 난 속으로 그분들도 나 같은 꼴을 당하신다면 너무 힘드시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속으로,
“음. 이건 좀 개선돼야 해…… “
생각과 동시에 책임자를 찾아 나섰다. 한 손으로 솜을 누르면서, 재킷 한쪽은 어깨에 걸친 채로.
“예. 제가 여기 실장입니다. 혹시 불편하시거나 건의하실 게 있으실는지요?”
“네.”
난 블라블라 했다.
“아! 불편하셨겠어요. 놀라셨을 테고.. 또 화도 나셨을 거 같네요.”
“네. 실장님께서 시험 삼아 한 번 피검사자가 좀 돼 보셔요!”
“아! 재 교육은 물론 스탭들에게 주의를 환기시키도록 하겠습니다.’
“……”
“죄송합니다.”
“……”
“담부터는 저를 찾아주십시오.”
“왜요?”
“제가 환자분을 담당하겠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한동안은 그 실장님께서 내 피를 직접 채집하시곤 했다. 그래서 채혈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그때 그 일이 생각나는 건… 나도 참 어쩌지 못하는 일이다. 그날 그 혈관을 찌르던 통증이 너무도 컸었기에… 주삿바늘에 꽂힘과 동시에 그 순간의 느낌이 본능적으로 회상이 되니 말이다.
혈압 측정 시간의 정석: 기상 후 식사 전, 약 복용 전 그리고 저녁 때 측정해야
엊그제 그렇게 피를 뽑힌 후 2시간 좀 지나 처방을 내리신 교수님을 뵀다.
“혈압, 아주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네……”
“혈압 측정한 걸 보여주세요. “
”네, 교수님. 그때 말씀하신 뒤로 거의 매일 했습니다. “
”그래요? “
”네. 일어나자마자 매일요.”
“일어나자마자요? 그럼 안 되시지요. 일어나 화장실도 갔다 오고 그런 다음에 해야 해요.”
“악!”
“일단 130~90 사이군요. 그런데 저건 언제 거…?”
항암제 안 먹을 때 혈압과 항암제 복용 중 혈압의 차이
교수님은 내가 전해드린 내 폰을 훑어보며 물으셨다.
”그건, 156 나오는 거 말씀하기는 거지요? “
”네. “
”그건 지난해 것입니다, 교수님.”
“이건요? 110~80 이렇게 나오는 거요.”
“그건 지난해 병원에서 입원해 있을 때요. 그런 거 보면 제 혈압이 그리 높은데…”
“아, 그건 활동 안 하고 누워 있거나 쉬고 있는 상태였을 테니까 당연히 혈압이 올라갈 일이 없잖아요. 더군다나 항암제도 안 드시고 계셨고요.”
“그럼, 교수님… 항암제가 확실히 혈압을…?
”그럼요. 파조파닙이나 인라이타 둘 다 그렇지요. 주요한 부작용들 중 하나가 고혈압 유발이지요. “
”네…“
당이 없다는 말씀과 식이에 대한 한 마디 조언
교수님께서는 앞에 놓인 모니터를 바라보셨다. 난 속으로, 오늘 아침에 했던, 혈액검사 결과를 보고 계시겠지라고 짐작했다.
”아, 당은 없네요! “
”네. 다행이네요. “
”그리고… 콜레스테롤도 없고… 간도 좋고…“
“아,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중성지방은 있네요. “
”네…“
”그러면, 앞으로도 짜게 드시지 마시고, 라테류는 피하시고…3개월 후에 봅시다! “
”네, 교수님. 다 덕분입니다. “
”제가 무슨… 뭘 했다고요. 하하“
”네, 교수님 연말 즐겁게 보내세요. “
”네! 조심해 가세요~“
난 진료실을 다소곳이 나서며 혼잣말했다. “
”흠… 당은 없군. 그래서 원발암 주치의께서 혈액검사 결과는 장신보다 좋다는 말씀을 하셨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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