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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지인의 유방암, 갑상선암

암삶-2019년 가을, 그녀의 갑상선암, 나의 요리

by 힐링미소 웃자 2021.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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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리는 나와 눈을 맞추며 문득 말하곤 했다.

“넌 내게 영감을 줘.”
하지만 나는 그때마다 속으로 말했다.
“난 당신에게서 영감을 얻고 있어.”
그녀는 나보다 10년 하고도 훨씬 더 나이가 많았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 위에는 호기심과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난 그녀와 대화하는 동안 그녀의 미소를 자세히 들여다보곤 했다.
“저 미소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난 요리하는 걸 좋아한다.
내가 만든 요리를 맛본 사람들은 말한다.
“맛이 깊어!”
난 재료와 양념이 따로 노는 것을 싫어한다.
재료와 양념이, 양념과 재료가 어울리고, 그래서 하모니를 이룰 때까지 융합시킨다.
“넌 요리할 때 무슨 양념을 써?”
“양념? “
“......”
“간장, 매실액, 탱자 효소, 고추장, 마늘, 양파, 대파, 고춧가루, 버섯”
“또?”
“그게 다야.”
“그런데 이렇게 다채롭고 깊은 맛이 나?”
“재료들이 다 다르니까! 그 똑같은 종류의 양념, 그 양념의 양만 조절할 뿐.”
“......”
“그것들이 각각의 재료들과 어울릴 뿐.”

 

세리의 미소를 보면서,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난 재료와 양념의 어울림을 생각했다.
셰리의 미소는 그녀의 얼굴 피부, 그 피부의 표면 위에 얹힌 게 아니었다.
그녀의 피부를 뚫고 들어간 더 깊은 곳, 그곳을 흐르는 핏줄과 신경을 타고 전달되는 지치지 않는 긍정과 낙관이었다.
그녀의 넘치는 긍정과 낙관이 피부를 뚫고 흘러넘치고 있을 뿐이었다.

자신의 몸에 버림받은 존재들이 있고, 그 존재들이 암으로 변해 자기에게 서운하다고 표현하는 것이라 했다.
10년 전에 발견된 갑상선암은 그녀가 어쩔 수 없는 단계까지 가서야 발견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떼어내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의 목 양쪽엔 깊은 계곡이 있다. 아니면 여울목이 있다.

난 물었다.
“갑상선을 다 떼냈으면... 그러면 호르몬은 어떻게?”
나의 그 질문은 셰리의 갑상선 호르몬의 결여에 대한 대책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나는 얼마 전부터 갑상선 호르몬제를 처방받기 시작했고, 그 처방에 대한 이유를 알고 있었다.
내 몸의 갑상선의 모양은 온전했다.
하지만 갑상선 호르몬의 분비가 거의 멈추고 있는 상태였다.
난 내분비과 교수에게 그 이유를 물었고, 항암제 부작용이라고 했다.
“셰리, 아까 내가 한 질문 말고 또 물어볼 게 있어?”
“뭔데? 말해 봐!”
“갑상선, 갑상선 호르몬... 그게 없어서 나타나는 증상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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