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행복합니다.
이 아침
내리는 눈을 볼 수 있는 눈이 있고
따스한 라테 한 잔 올려놓을 작은 책상이 있고
무엇보다 오늘 하루가 또다시 내게 있어
행복합니다.
얼마 전에 지인으로부터
큰 집으로 이사 간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영끌해서 간다는 말에
첨엔 무슨 말인가 했습니다.
재물에 대한 욕망은 더 큰 재물에 목말라합니다.
그래서 지금 가진 돈은 늘 적어 보입니다.
지금 갖고 있는 옷도 충분하지 않고
지금 살고 있는 집도 늘 작습니다.
명예욕은 더 큰 명예를 욕망합니다.
감투 하나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한 편의 거짓 삶으론 채워지지 않습니다.
욕망의 전차엔 브레이크가 없습니다.
멈출 수가 없습니다.
멈춰지지 않습니다.
욕망의 잔엔 밑이 없습니다.
채울수록 채워지지 않는 허기에
쉬지 않고 더 많이 부어대야 합니다.
명예욕이나 재물욕은 그렇게 끝이 없습니다.
채워도 채워도 그토록 끝이 없습니다.
남의 눈에 들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만들어 남의 눈에 들기 위한 것입니다.
행복도 내가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마르지도 않을뿐더러
얼마든지 더 만들 수도 있고
자신을 위한 거라서
멈출수도 있고
더 만들면 더 커집니다.
행복은 많이 만들면 흘러넘칩니다.
나를 넘어
내 가족과
내 이웃과
주변에 행복의 씨앗을 흩뿌립니다.
4기 암 환자인 나는
재물이 아니고
명예가 아니고
행복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감당할 수도 없이 많이 만들어
행복의 홍수에 쓸려 가기로 했습니다.
살아 있어 행복하고
15년 된 차라도 있어
말할 수 있어
들을 수 있어
김치라도 있어
방 한 칸이라도 있어
나 말고는 주변 사람들 아픈 데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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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으면 끝도 없이 그렇게 많습니다.
내가 가진 행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