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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24년 4기암과 14년째, 척추전이

4기 진행성전이암 14년째 투병 검사 결과 정리 1... 그리고 항암제 휴약 여행 의미

by 힐링미소 웃자 2024.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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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복용을 뒤로 미룬 후, 그게 좀 위험한 행동이긴 하지만, 여행을 잘 마쳤다. 여행은 즐거웠다, 언제나처럼. 짧기는 했지만.  이것저것 병에 관한 거 다 잊고 새로운 볼거리, 먹거리들로 채웠다. 특히 딸과 함께 한 건 신의 한 수였다.  이런 멋진 추억을 만든 건 생각할수록 잘한 일이었다.

돌아와서 날 기다린 건 분명 있었다. 여행 가기 전에 한가득 받았던 검사들에 대한 성적표를 받을 일 말이다. 사실 언제나 그런 것처럼, 검사결과에 대한 건 내겐 두 가지 의미를 갖곤 한다. 새롭게 등장한 이슈는 없는지. 그러니까 이벤트는 없는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건지, 그 두 가지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내게 돌발적 변수가 안 일어날 거란 걸 보장하지 않는다. 결국  변하지 않는 건 없다. 안 그럴 거라고 믿는 것 밖엔.

 

여행 갔다 온 후 우선 두 교수님을 뵀다. 한 분은 내 원발암 교수님, 다른 한 분은 원발암이 전이된 척추뼈 관련 교수님. 그리고 곧 다른 두 교수님을 뵙게 될 것이다. 원발암이 다리뼈로 가서 인연이 된 교수님과 나의 오래된 지병 뇌졸중 관련 교수님이 그분들이다. 

 

 

(아, 이 뇌졸중은 4기 암 진단 후 2년 후에 진단받은 또 다른 시한폭탄이다. 우리나라, 아니면 어쩌면 전 세계적으로 사망률 1,2위를 다투는 질병들이다. 그 둘이 앞거거니 뒤서거니 내게 온 건 지금 생각해도 좀 그렇다. 하지만 운명이 그런 거라면 어쩌겠나! 내 힘으로, 의지로 어쩌지 못할 일이라면 그냥 받아들이는 수밖에...)

 

내 원발암 관련 교수님을 뵙기 전에 SBRT수술을 주선하신 교수님을 뵀다. 이분은 참 시원시원하신 분이란 느낌이다. 어쩌면 싱거운 성격, 아니면 심플한 스타일? 뭐 그런 느낌?!

 

우선, 추가적인 척추전이는 안 나타났다는 점, 그건 아주 고마운 소식이었다. 이어서 그 척추 전이 종양은 그 크기, 그 모양 그대로인데, 그게 종양 덩어리가 죽었다는 건지, 아직 그대로 있다는 건지는 시간을 두고 지캬봐야 한다고 하셨다. 척추 전이암이 그런 성격이 있다면서. 그러니까 아무리 고선량 집중적 방사선을 고용량으로 쏴도 원발암의 성격에 따라서 고마운 일이 생길 수도, 아니함만 못한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는 말씀이었다. 

 

그래도 다행스러웠던 건 3개월 후에 보자는 것이 아닌 6개월 후에 보자고 하신 것, 그 부위와 전신을 보기 위한 MRI 처방이 없었다는 것이다. 아, 물론 척추 전이암 관련 교수님께서는 일찌감치 이미 전신 MRI를 처방하신 상태이긴 하지만. 다만 걱정되는 부분은 조영제를 사용하는 CT를 처방하셨다는 거다. 내가 조영제 관련 아주 중증이기 때문이다. 호흡곤란, 전신 발진, 급작스런 쇼크사의 위험이 아주 높다는 이유 때문에 관련 전문 교수님으로부터 이미 정밀 검사를 진작에 받았던 이유다. 얼마나 심하면...

 

어쨌거나 이 교수님은 타과에서 관장할 내용까지 내게 누설하셨다. 양쪽 폐들 속 다발성폐전이암에 대한 결과와 혈액검사 및 소변검사에 대한 결과를... 원발암 교수님께서 아시면 불쾌해하실 수도 있을 내용을...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 두 교수님은 악어와 악어새 같은 관계와 지란지교 같은 관계라서 그렇게 크게 브리치를 가져올 일은 아닐 성싶었다.

 

기분 좋게 나와서는. 그렇게 기분 좋을 일은 아닌 한 가지 꺼림칙한 멘트가 있으셔서 였지만..., 원발암 관련 교수님을 향해서 걸음을 옮겼다. 여느 때와 같이 항암 코디를 만나는 게 우선했다. 이분, 왜 그리 공감 못하냐고 나한테 신랄하게 지적받으신 후론  태도가 부드러워지셨지만, 날 반갑게 맞이하시면서도 거리감을 느끼게  만드는 분위기는 이날도 여전했다. 받은 검사들 모두 다 결과가 좋다는 말씀이 있으셨고, 참 존경(?)하는 환자분이란 말씀에 더해서, 존경한다는 말씀까지 하셨다. 어쩌면 그렇게 관리를 잘하시냐는 그런 느낌의...  그러면서도 내가 빨리 상담실을 나갔으면 하는 바이브도...

 

원발암 교수님께서는 으레 미소를 지으시면서 내가 기다리던 방으로 들어오셨다. 난 여전히 서 있던 채로 교수님께서 먼저 앉으시길 기다린 후 이어서 나도 내 의자에 앉았다. 나도 덩달아 웃으면서! 그 교수님께서는 나만 보면 기분이 좋아지시나 보다. 늘 활짝 웃으시며 맞이하시니깐. 내게 주시는 첫마디는 늘 똑같다.

“하도 관리를 잘하시니... 하하”

지난번엔,

“환자분이 젤 오래 생존하시는, 제가 진료 보는 분이십니다. 다른 분들도 환자분처럼 관리를 잘하시면 얼마든지 가능들 하실 텐데...”

그러셨었다. 

 

그러나 난 그 말에 쉽게 입이 헤~ 벌어지는 스타일은 아니다.  교수님의 그런 칭찬에 난 늘 대꾸하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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